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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언주 |
날짜 : 11-08-13 11:25
조회 :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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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벼르다 찾은 샹그리라에서 해와 달은 단지 내 마음속에 있었다. 해발 1000m씩 올라갈 때마다 머리에서는 풍금소리가 났다. 오래 전 진샤강을 따라 가다 끝없이 이어지는 병풍 같은 산의 장벽을 보고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물은 적이 있다. 기사는 샹그리라가 있다고 했다. 한 시간쯤 더 가다 다시 물었다. 저리로 가면 어디인지. 그는 또 샹그리라라고 했다. 한참을 더 가다가 객잔에 들러 저 산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여전히 샹그리라가 있다고했다. 그 후로 샹그리라에 대한 꿈을 꾸었다. 산과 산너머에 태양과 대지와 바람이 있는 곳. 그곳엔 사람이, 자연을 닮은 티벳탄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도 중국인지라 공사중이다.
客棧에 짐 풀어놓고, 체게바라 러그가 걸려있다는 민박집을 찾아갔다. 한 남자가 배낭여행 왔다가 나시족 처녀를 만나 그냥 눌러앉아버렸다는 전설을 가진. 난로 옆 작은 책꽂이에 브레이트 시집을 보았을 때만해도 난 뭔가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잘 다녀 간다는 후기를 적은 엽서와 메모들이 체 게바라 얼굴 위를 압정으로 눌러 덮고 있었다. 배낭 속에 넣어다니던 체의 사진이 시간이 흘러, 게바라 중 한 사람이 된 듯.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느리게 걸어야 한다. 古城에 있는 라마사원을 둘러보고, 마주 한 또 하나의 사원을 들어갔다. 홍군, 공산당기념관이 있었다. 오래 전 보았던 ‘티벳에서의 7일간’이던가 기억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영화의 슬픈 역사가 오버랩되었다. 이곳이 티벳이었구나....중국정부는 이럴 때 和平이라는 말을 쓴다. 기념관 마당에 라마승과 홍군이 손 잡고 있는 동상이 있었다.
붐비는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이 싫어 관광객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거꾸로 움직였다. 나파해라는 습지 초원에서 '삶이라는 직업'을 가진 馬幇을 만났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상하이 복단대학에 다니는 아들 자랑을 하는 비행기로 5시간 날아 가야하는 상하이에 아들을 유학시키기 위한 그의 노동은 그의 아비가 오래전 茶를 팔기위해 차마고도를 넘어 다니던 고통과 노동의 양이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차 대신 말에 관광객을 태우고 초원 끝까지 그리고 차마고도 트레킹을 따라 나서겠지. 하지만 그의 얼굴엔 정말이지 희망과 행복이 가득차 있었다.
샹그리라를 가던 날 객잔에서 楊竹茂라는 택시기사를 소개해 주었다. 그의 첫 인상은 한마디로 무서웠다. 새까맣게 탄 작은 얼굴에 까치집 머리, 인민해방군복을 입고 흙 뭍은 신발... 오지의 택시기사들에 대한 공포의 전설적인 괴담도 많이 들어왔었고. 며칠 시내를 둘러보며 느낀건 우리나라 6,70년대처럼 사람들은 평상복으로 그들의 전통복장을 입고 다니고 그런 풍경. 우리가 군복 물들여 입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택시기사들은 인민해방군복을 흔히 입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떡진 떠꺼머리의 그가 참 신기했다. 남방 사람들에게 느끼는 만만디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의 바쁜 걸음은 우리의 여유 없음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부지런하고, 순박하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처음부터 그를 경계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여행을 했을 것 같다. 하루는 쏭짠린스(松贊林寺)에 가겠다고 했더니 아침 일찍 가라고 했다. 입장료가 너무 비싸 낼 필요 없다고. 그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절 구경 한 번 하는데, 한사람 만 오천원 입장료는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새벽에 그는 우리를 쏭찬린스 앞에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산하는지 가르쳐주고 관람이 끝이나면 전화하라고는 사라졌다.
감격, 윈난의 작은 포탈라궁 쏭짠린스. 사람 없는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부족한 산소탓에 숨이 차 빨리 오를 수가 없었다. 기웃거리며 살펴본 풍경은 하나같이 소박한 삶들이다. 아침을 준비하는 민가와 라마승들의 거처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 같았다. 장막을 치고 라마승들이 새벽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멀리 설산에 한 뼘 햇살이 비추고 하늘엔 까마귀가 날았다. 건너 보이는 곳에 鳥葬地가 있다는데 바람이 지나는 곳에서는 어디라도 룽다가 펄럭이고 있었다. 앗! 그럼 저 까마귀 떼들이 그 까마귀..? 적막한 티벳탄의 골목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가이드가 없는 여행이니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화려한 금장식의 단청 뒷면에 왕조의 몰락과 폐허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법당 안 달라이라마 불상아래에는 현존 달라이라마가 망명한 후, 중국정부가 지명한 라마(추측컨데)의 사진이 근엄하게 놓여있다. 공산당은 화평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무력으로 티벳을 장악했고, 문화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문명을 파괴했다. 지금은 자본이라는 권력으로...
백탑 앞에서 어린 손녀를 데리고 아침기도를 나온 장족 할머니를 만났다. 차가운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탑을 돌며 마니차를 돌리는 할머니를 따라 다니는 아이가 하얀 입김을 후후 불면서 시린 발을 동동거렸다. 나도 뒤를 따르며 마니차를 돌렸다. 무엇을 빌까 생각을 해보니 난 너무 많은 욕망을 가지고 있어 순서를 정할 수가 없었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사람들이 떼지어 올라왔다. 몇 대의 셔틀버스가 쉼 없이 사람들을 쏟아냈다.
샹그리라에서 맞은 최고의 감동...공짜여서 기쁨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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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1-08-14 1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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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의 시간들을 글쓰기에 전념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글솜씨, 아니 끼가 있는 사람이니 좋을 글들을 엮어 내리라 믿습니다. 많은 구경, 많은 경험 하고 좋은 글 엮어 우리들에게 보여 주시길.....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없다지만, 언주선생님도 공짜 좋아하나요. 기쁨이 두배라는 데 웃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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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주 |
11-08-16 18: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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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입장료가 보통 2~3만원 정도라네요. 칼만 안든 강도.
이상하게 요즘 머리카락이 좀 빠지는 것도 같고..ㅎㅎㅎ...격려해주셔서 감사해용.
광저우 통신원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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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8-14 1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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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선생님, 저도 운남에 가 보았습니다만 곤명, 대리, 리장, 등등이고 상그리라에는 너무 멀어 가지 못하였습니다. 그곳에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야생 코끼리가 산다고 들었습니다. 장족들은 높은 곳에서만 사는 것 같아요. 청해, 사천 경계의 장족마을에도, 아랫쪽은 한족, 설산 가까운 곳에는 장족들이 살았어요. 중국 계실 때 좋은 곳 많이 다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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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주 |
11-08-16 1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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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으로 여행하기엔 곤명과 리장이 훨씬 더 좋았던것 같아요. 하지만 샹그리라가 더 오래 가슴에 찡하니 와 닿을 것 같습니다. 그곳엔 하늘과 산을 닮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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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8-14 2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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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들던 샹그리라를 이언주 선생님의 글을 통해 가보네요.
외국에 사는 동안 여행 많이 하고 멋진 이야기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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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주 |
11-08-16 18: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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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감사합니다. 오래 전, 샹그리라를 갈 생각이면 늦기 전에 빨리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 역시 같은 말을 하네요. 온통 공사중이어서 ...TV나 화보집에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으니. 하지만 멋진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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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08-16 07: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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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선생님, 유익하고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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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주 |
11-08-16 18: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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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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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1-08-17 0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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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같은 기사의 대답 '샹그리라' 라는 구절이 가장 인상 깊습니다.
다녀와서 이렇게 글로 정리하는 우리들 수필가는 행복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우리 수필가는 남들이 1회성 여행으로 잊혀져 가는 것을 이렇게 영원으로 바꿀 수 잇으니 말씀입니다.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것이 여행인데, 해외여행인데-. 그걸 다녀오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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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주 |
11-08-18 2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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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녀와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생각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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