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 김용순 |
날짜 : 11-08-05 21:26
조회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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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울란바트로 출발
북경(北京)을 출발한 모스크바 행 열차는 30여 시간을 달려와, 몽골 울란바트로 역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열차는 북으로 몽골국경을 통과,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모스크바와 연해주를 연결하는 대륙횡단철도를 만난다.
목조주택들과 띄엄띄엄 ‘겔’들이 섞여있는 울란바트르 변두리를 지나면서 열차는 속도를 더한다. 8월초, 고원에는 벌써 가을이 슬금슬금 숨어들어, 초원 군데군데 갈색 상처를 남기고 있다. 실지, 몽골 인들은 독립기념일인, 7월 11과 12, 13일, 3일 동안 말달리기, 씨름, 활쏘기 등 민족 최대의 축제 ‘나담’을 지내고, 곧바로 겨울맞이 준비를 한다.
시린 공기와 거침없이 꽂이는 햇살, 코발트 빛 하늘과 높이 뜬 조각구름, 더 넓은 초록초원과 한가로운 양떼와 소, 말, 온갖 자연들이 어우러져 한바탕 여름축제를 펼친다. 때로 키 작은 야생화 군락과 하얀 ‘겔’, 긴 털의 ‘야크’들도 축제에 끼어든다.
가축들은 깍은 잔디처럼 짧은 풀에서 잠시도 입을 떼지 못하지만, 하나같이 야위고 체구가 작다. 고원(高原)의 자연은 너무나 가혹하여, 그나마 지금 부지런히 체력을 비축하지 않으면 영하 40-50도의 겨울추위와 배고픔으로 동사(凍死)하고 만다.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말들이 모여 있다. 지방마다 열리는‘나담’축제이다. 약 2개월의 짧은 여름은 이곳 사람과 동물들에게 삶의 역동성을 주는 황금 같은 계절이다.
태양이 초원 아래로 떨어지며 어둠이 내려앉는다. 먼 하늘 별처럼, 가물거리는 불빛이 하나씩 보이고, 창밖은 백야(白夜)현상으로 초승 달밤이다. 어두운 나무숲과 텅 빈 풀밭, 그 가운데로 키 작은 나무전주(電柱)들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
열차는 어둠을 헤치며 가다서기를 반복한다. 문득 눈을 뜨니, 작은 역사(驛舍) 앞에 멈추어 있다. 국경도시 ‘슈바트르’이다. 몽골독립의 영웅 ‘슈바트르'가 청나라로부터 독립하기 위하여 각지의 지도자들을 모아 거사하였던 곳이다. 이곳 전투의 승리로 독립의 계기를 만들었다. 신해혁명이후, 혼란스러운 정국을 이용하여 레닌의 도움으로 1921년 독립을 쟁취하였다. 그러나 결국, 중국으로부터 독립은 소련의 첫 번째 위성국가로 이어지고 만다.
열차는 덜컹거리며 몽골식당을 떼어내고 러시아식당으로 바꾼다. 커피와 비스켙으로 아침을 때우면서 언제 움직일지 모르는 열차에 앉아 마냥 기다린다.
바깥 풍경이 어제와는 다르다. 고원이 아닌 듯, 나무와 풀, 텅 빈 대지에 경작지까지 보인다. 어디쯤 그어져 있을, 국경을 넘는 모양이다. 사실, 이 국경선은 몽골 인들의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어졌다. 그들은 강대국들에 의하여 세 토막 난 영토가 ‘징기스칸’이 다시 살아온다 해도 통일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막남(漠南)몽골은 중국에, 북쪽 브리얏트몽골은 러시아의 영토가 되어있다. 원(元)이 명(明)에 의해 몽골초원으로 쫓겨 간 이후, 민족 최후의 지도자는 ‘리그단’ 칸이었다. 그는 세력이 점점 강해지는 후금(淸)으로부터 본거지를 지키기 위해 많은 부족을 통일하였지만 그가 죽은 후, 고비사막 이남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이 후, 몽골 서북부 ‘준가르족’의 ‘갈단’이 중부지역, ‘할핫몽골’을 침략하였을 때, 청(淸) 강희제의 원군(援軍)으로 물리쳤지만, 결국 청조의 지배를 받는 결과를 낳았다. 청이 동진(東進)하는 러시아 세력과 충돌하면서 1689년 맺은 ‘네르친스크’ 조약에 의해 새로운 국경선이 그어지며, 북쪽 브리얏트가 러시아에 편입된 것이다.
러시아 ‘나우츠키’로 넘어왔다. 이곳에서 ‘울란우데’까지는 택시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러시아는 치안이 불안하다. 특히 국경도시에는 외국인을 노리는 강도가 많다고 들었다. 24시간을 달려온 열차에서 내리며, 잔뜩 긴장하기 시작하였다.
유럽풍의 역사(驛舍)는 오래된 듯 낡았으며, 세관직원들의 인상이 날카롭고 무척 까다롭다. 여권과 얼굴을 자세하게 대조하며 짐도 일일이 체크한다. 실제 가짜 한국여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역 앞 광장에는 몇 대의 택시와 노점상, 낮은 건물 몇 채가 한가로이 오수에 빠져있다.
택시는 침엽수림이 빽빽한 야산(野山) 사이로 뚫린, 낡은 포장도를 달린다. 낮은 고갯길이 계속되어 마주 오는 차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속 120km를 넘나들며 땀을 쥐게 만든다. 그래도, 고개 위에서는 무사고를 빌며 동전 한 닢씩을 던지는 성의를 보인다. 길가 검문소에서 차를 세운다. 연발소총을 맨 군인 두 명이 우리를 하차시키고 차 구석구석을 검사한다. 도중, 4시간 동안 우리는 이런 검문을 세 차례나 받았다. 러시아는 지난해 일방적으로 모라토리움을 선언하였고, 경제, 사회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이다. 6:1이던 루불화 환율이 36:1이 되었으며 물가가 폭등하여, 어제는 기름 값이 100% 인상되었다 한다. 멀리, 푸른 숲에 안긴 하얀 도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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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08-06 07: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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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 떠나고 싶은 욕구를 머금고 선생님의 글을 읽습니다. 익숙치 않은 곳, 낯선 곳은 그리움이고 긴장이고 부추김일 것입니다. 이 여름, 글로서의 긴 여행, 선생님의 자취를 따라갑니다. 가다가 다리가 아푸면 쉬어가고, 밤이 되면 여정에서 잠이 들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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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8-07 0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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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바이칼은 여름이 제격입니다. 나도 지금쯤 갔었는데, 전혀 더운줄 몰랐습니다. 오히려 페치카에 불을 지폈으니까요. 그곳이 그리워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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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8-06 10: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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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앞으로 펼쳐질 여행기 기대합니다. 그 중에도 몽골은 미지의 나라여서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자세한 안내 부탁 드립니다. 참, 언제 다시한번 가보실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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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8-07 0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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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몽골은 한 번 다녀온다고 그 참 맛을 알 수 없습니다. 좀 살아 보아야 알게됩니다. 몽골에 간 남자들은 아무도 귀국을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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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1-08-06 1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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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그 쪽 큰 대륙 기차여행을 하셨군요.
몽골 울란 바트라와 내륙 깊숙한 초원지대까지 잘 그려내고 있군요.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한국수필에서 문학기행을 간 울란 바트라가 생각이 나는군요.
국립공원 테렐지 겔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밤새워 몽골의 별을 구경하려고
잠을 설친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그 이튿날 모두들 말을 타는데 특히 元老이신 주영준 선생님이 어찌나 용감하게
말을 잘 타시는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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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8-07 1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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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 선생님, 예, 몽골에서 바이칼까지, 바이칼에서 북경까지 기차여행을 하였습니다. 데렛지에 가 보셨군요. 겔에서 양누린내가 나지 않았습니까? 관광지 늙은 말들은 꾀가 많아 잘 달리지 않습니다. '추추' 하면서 발로차면 달리는 척하다 말지요. 젊은 말은 좀 낮습니다. 아! 몽골에 추억이 많아 다시 가보고 싶지만, 이제 마음대로 날 수가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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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1-08-17 03: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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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집을 줄여서라도 꼭 가보고 싶은 곳 바이칼호를 다녀 오셨군요. 저는 케이블 TV 여행 체널을 주로 보면서 세계 곳곳을 놓화해 왔는데 그 중에 바이칼호도 있습니다. 글을 보면서 아쉬운 것은 그 사진 한 장 올리시지 않는 것입니다. 기행수필에서 그림이나 사진이 없다는 것은 현대를 사는 수필가로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입니다. 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이 있듯이-. 혹 그 방법을 모르신다면 가르쳐 드릴 용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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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8-18 14: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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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선생님, 예 저도 사업 때문에 갔다왔습니다. 그때가 2000년도라 저는 디지탈 카메라가 없었습니다. 필름이 들어가는 카메라 였습니다. 지금 사진이 어디에 있을 터인데, 디지털로 전환하기도 그렇고 하여 올리지 못하였습니다. 관심가지시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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