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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용순 |
날짜 : 11-07-25 11:33
조회 :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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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성(集安)을 찾아서
버스는 강바람을 가득 싣고 압록강을 거슬러 오른다. 강은 넓고 수량이 많으며 흐름도 빠르다. 단동(丹東)을 벗어나, 얼마지 않아 강가 언덕위에 벽돌로 쌓은 성(城)이 나타났다. 중국은 이 성을 만리장성의 동쪽 끝인, 호산(虎山)장성이라 한다. 실지 장성의 끝, 산해관(山海關)과는 500여Km 이상 떨어져 있다. 동북공정의 하나로 장성을 요서(遙西) 끝자락에서 압록강까지 끌어당겨, 요동(遼東)이 옛 부터 중국의 지배하에 있었음을 주장하려는 의도이다. 고구려 박작성을 개축하여 명(明)나라 성으로 둔갑 시켰다. 성내에는 아직도 고구려 우물터와 성곽 잔해가 남아 있다.
작은 샛강 건너, 북한 땅 위화도가 손에 잡힌다. 그러나 휑하니 텅 빈 들판뿐이다. 낯설지 않은 산수(山水)는 강원도 어디쯤 달리는 것 같다. 8시간 동안, 압록강은 우리와 헤어지기도 하고 다시 만나기도 한다.
평풍처럼 둘러쳐진 산들을 비집고 압록강은 격류가 된다. 강가에 발을 내민 작은 도시가 400년간 고구려의 도읍지였던 국내성이다. 졸본성에서 이곳으로, 다시 평양으로 천도하기까지 고구려가 제일 번성하던 시기였다. 대체로 수도는 넓은 들을 어우르고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에 있다. 그러나 우리가슴 속에 거대하게 자리 잡은, 대 고구려의 수도는 겹겹산속에 숨어 있었다. 거친 북방민족들이 세력을 다투던 고구려 초기, 천혜의 철옹성에 중심을 두고 웅지를 북쪽의 대 평원으로 펼쳤으리라. 지안(集安)은 중국 여느 도시와는 다르게 한적하다. 유적을 선전하는 광고들이 고구려를 되살리고 있었다.
귀족들의 고분들이 모여 있는 ‘오회분’으로 안내되었다. 5개의 고분 중, 개방된 5호 분에 들어갔다. 어둡고 습기 찬 묘실에는 천정에서 뚝뚝, 물이 떨어지고 있다. 크지 않은 지하 묘에 채색벽화 ‘사신도(四神圖)’가 그려져 있었다. 물에 젖은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어느 것도 알아보기 힘들다. 젖어 있는 안료가 앞으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적이 너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기 수도였던 환인의 졸본성 유적도 방치되어 훼손이 심각하다한다. 고분 옆, 전시실에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 다른 고분들의 벽화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벽화들은 1500년을 거슬러, 고구려인들의 철학과 살아가는 모습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단순화 시킨 인물과 동물들의 역동적인 선과 소박한 색채는 현대의 구상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동북공정의 중심지에서 역사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설명문을 보았다. 고구려가 당(唐)의 소수민족, 지방정권이라 하였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은 고대 동북역사를 중국역사에 편입시켜 역사적 연고를 주장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 동북을 중국역사에 편입시키면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은 중국소수민족의 국가가 된다. 따라서 그 후손들인 조선족도 예부터 중국소수민족이었으며 현재 그들이 살고 있는 만주도 옛 고향땅이라는 논리이다. 조선족이 현재 중국에 살고 있는 역사적 당위성을 만들고 있다. 장래 통일된 한국과 손잡은 조선족들이 위그르와 티벳처럼 중국의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日)과 청(淸)에 의해 채결된, 간도협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간도 반환을 요구 할 때, 왜곡시킨 역사로 연고권을 주장하며 거부하려는 것이다. 북한정권 붕괴 시, 고구려 땅이었던 이북의 역사적 연고를 주장하며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국은 티벳에 역사적 연고를 주장하여 침공한 사례가 있다.
고구려 700년 동안 중원에는 수 십 개 왕조가 명멸하였다. 당(唐)이 건국될 당시 고구려는 이미 650여년이 된 동북의 강국이었다. 두 나라가 동시에 존속한 기간은 50여년, 그동안 당과 큰 전쟁을 치렀지만, 결코 복속되지 않았다. 동북공정은 그 전쟁도 중앙정권과 소수민족정권의 전쟁, 내란이라 한다. 고구려 멸망 이후, 영토와 유민(流民)의 일부가 당에 귀속 된 것은 사실이지만, 당의 지방정권이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왜곡한 역사를 국제사회에 기정사실화하기 위하여 그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이다.
광개토대왕 담덕의 비(碑)와 능(陵)은 가까운, 뒷산 자락에 있었다. 거의가 한국인 관광객들로 학생 단체도 보였다. 이곳은 청조의 발상지인, 봉금지역으로 비 발견 당시 20여 호의 작은 마을이었다 한다. 100여 년 전 일본인 장교가 발견하기 전까지는 풀숲에 방치되어 있었다. 발견 당시 비문내용 중 ‘渡, 海, 破’ 3자를 변조하였다하여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거대한 비석은 누각 속에 갇혀 있었으며 음각된 글자는 마모가 심하여 육안으로 식별이 잘 되지 않는다. 거친 돌비석에 새겨진, 1,800여 자(字) 속에 대왕의 위대한 업적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그는 남으로 임진강과 서쪽은 요서지방, 북쪽 글안지역과 동쪽의 훈춘까지로 거대한 동북지방의 주인이었다.
근처에 태왕의 능이 허물어진 상태로 보존되고 있었다. 계단을 설치하여 관광객이 능위로 올라갈 수 있게 하는 등, 소홀한 관리로 그나마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위대한 정복자의 업적에 비하여 능(陵)의 규모가 작고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자신이 누워있는 땅마저도 지켜내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 빼앗긴 못난 후손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장군총은 고분 중 가장 크고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장수왕의 능인지, 확실하지가 않다고 한다. 신라나 백제 고분들과는 다르게 돌계단을 쌓아 만들었다. 동양의 피라및이라고도 하며, 잘 다듬어진 거대한 돌을 기단에서부터 정교하게 쌓아 천 몇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원형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
국내성의 외곽 산성인 환도산성을 찾아 시내 뒤쪽, 좁은 골짜기로 접어들었다. 청량한 바람 한줄기가 차창으로 들어와 우리를 맞는다. 산성은 방어가 유리하여 유사시에 이용되는 곳이다. 성(城)은 곳곳에 흔적만 남았고 산성 뒤쪽으로 천길 절벽을 이룬 산들이 둘러쳐 천연요새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환도산성은 위나라와 전연에 의해 두 번이나 함락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근처에는 고구려를 주름 잡았을 귀족들의 고분들이 산재하고 있었다.
삼족오 깃발을 펄럭이며 거침없이 내달리던 고구려 장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화석이 되어 골짜기 사이로 공명이 된다. 계곡에는 차가운 천년의 물이 흐르고 따가운 오후 볕이 환도산성에 박히고 있었다.
압록강은 아직도 국내성 앞마당을 세차게 흐르면서 성을 지키고 있다. 국내성은 도읍이 평양으로 옮겨간 이후에도 고구려 삼경의 하나로 정치,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다. 연개소문의 장남 남생이 이곳에서 평양의 동생과 권력을 다투었다. 남생이 당나라에 투항하면서 국내성은 고구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옛 궁궐터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고 성터는 아파트 단지들 사이사이에서 허물어진 채 흔적을 남기며 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내성 분지의 한줌 흙에도, 돌 하나에도 고구려인들의 이야기와 숨결이 소로시 담겨 간직되고 있었다.
국내성을 겹겹 에워싼 험준한 산들은 성의 든든한 배후가 되고 있어, 숨이 턱에 닿은 버스가 뒷산 봉우리들을 헤쳐 나오는데 한 시간 이상 걸렸다. 그제서야, 청 태조 누루하치의 고향 통화(通化)의 넓은 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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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7-25 2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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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 역사 의식이 살아 숨쉬는 글 잘읽었습니다. 새삼 김용순선생님을 다시쳐다보게되는군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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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7-26 08: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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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강선생님 서울 오시는 날이군요. 공부 많이하시고, 잘 다녀 가세요. 몇년 전 그곳에 갔다 왔는데, 안내하는 택시 기사와 싸움도 벌렸지요. 그사람들은 동북공정을 철저하게 교육을 받았더라고요. 중국 대학생들은 몽골의 '징기스칸'도 중국 소수민족의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인은 영토에도, 역사에도, 무엇이던지 자기들이 중심이되는 中華思想을 가지고 있는 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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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07-25 2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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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의 말씀처럼, 역사의식속에 주제를 살리려 애를 쓰신 자취가 역력합니다.
더구나 조심스러운 것이, 남의 땅의 역사성인 것을 감안할 때, 선생님의 글은 여러모로 매우 진중하여 그 가치를 높혔습니다. 더운 여름, 좋은 글 쓰심에 노고가 많았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차후, 제가 쓸 중국에 관한 글에 선생님의 조언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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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7-26 08: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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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성이라고 가 보아야, 역사적인 의미가 없으면 별 볼 것이 없습니다. 유적이 중국처럼 크고 화려하지도 않고요. 생각 보다는 땅도 좁고 유적도 규모가 작았습니다. 관리 상태도 겨우 허물어지지 않을 정도이고, 입장료 받는데만 신경을 쓰고 있어요. 더울 때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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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1-07-27 19: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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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취한 듯, 정진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현대와 역사를 한 줄의 맛깔스런 언어로 풍미하시는 글재주가 몹시 뛰어 난 분인 것 같습니다. 우리 작가회 보물 같은 분들이 많이 늘어나 흐믓하다는 모 전임회장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작가로서의 왕성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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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7-28 10: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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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장님, 어린? 막내를 이렇게 격려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직 글 잘쓴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많이 더 배워야 합니다. 보물 같다고 하시니, 앞으로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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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순태 |
11-07-28 0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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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의 자취따라 미지의 국내성을 쫓아 달렸습니다
매사에 의욕적으로 활동하시는 모습이 진지하고도 진취적이신지라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부러움을 사게 합니다
밀도있게 그려진 작품을 감상하며 다음 작품에도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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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7-28 10: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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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생님 반갑습니다. 혹시, 비 피해는 없으시겠지요. 저도 요 며칠은 쏟아내리는 비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인간이 비를 내리게는 할 수 있어도 멈추게는 할 수 없구나 싶습니다. 다행히 그리 큰 피해는 없습니다. 그냥 있으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표가 잘 나지 않아서 움직이려고 노력합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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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1-07-30 0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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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백두산을 두 번 다녀왔습니다. 서파에서 북파까지 종주하러 백두산 가는 길에 김작가님이 가신 코스를 거쳤지요. 그것을 몇 편의 글로 남겼습니다. 그때는 인천에서 단동까지 배로 갔었구요. 두 번째는 장춘에서 연변, 두만강 등을 통해 천지에 다녀왔구요. 그 생각이 글을 읽으며 추억처럼 되세기게 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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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7-31 08: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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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도 심양, 길림 연변을 거쳐 백두산에 다녀 왔습니다만 비와 안개 때문에 올라는 갔지만, 천지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국내성을 가다, 사잇길로 조금만 빠지면 압록강 수풍댐을 볼수가 있습니다. 혹시 보셨는지요? 방문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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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08-01 1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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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와도 이렇게 상세한 기록으로 남기기가 쉽지않은데
훌륭하십니다. 덕분에 좋은 공부했습니다.
다음에 여행 가게되면 좋은 재료가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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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8-02 0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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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선생님, 잘 지내셨습니까? 신입회원 격려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사에 조금 관심이 있어, 한번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실버넷뉴스에서 왕성한 활동하고 계시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다음 느림회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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