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이진화 |
날짜 : 11-07-18 02:46
조회 : 2191
|
|
|
|
나의 뒷모습
이진화
나의 뒷모습을 보았던 때가 언제였더라. 잘 생각나지 않는다. 보았다 해도 우연히 찍힌 스냅사진 속에서나 보았을까 의도적으로 찍거나 찍힌 적은 없다. 앞모습이야 웃고 가다듬고 표정 관리를 하며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지만 뒷모습은 가감 없는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몇 해 전 친구의 초대로 사진 전시회에 갔더니 유명 연예인들의 뒷모습 사진을 전시해놓았다. 스타들의 뒷모습은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알듯 말듯 한 저 모습은 과연 누굴까. 일상복을 입고 무방비 상태로 서있는 배우들의 뒷모습은 평범하면서도 표정이 풍부했지만 앞모습을 볼 때까지는 누가 누군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날 사람의 뒷모습에도 앞모습 못지않은 표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꾸며지지 않은 뒷모습이 오히려 더 진솔한 내면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생의 오후에 들어선 나의 뒷모습은 어떨까. 최근에 그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다.
모처럼 일인기업으로 코칭 사무실을 열자니 이것저것 준비할 일이 많았다. 마침 알맞은 사무실을 만나서 간판, 명함, 홈페이지를 만들고 간단하게 인테리어를 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내부 도장은 해야 되겠기에 롤러로 페인트 칠 도와줄 자원봉사자를 찾고 직접 붓을 들기로 했다.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으나 문틀이며 좁은 공간을 칠하다보니 제법 재미가 쏠쏠했다. 그림을 좋아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붓질에 재능이 있는지 땀을 흘리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너덧 시간 칠을 하다 문득 기념이 될 것 같아 타이머를 설정하고 셀프 카메라로 붓질하는 뒷모습을 찍어보았다.
나의 뒷모습은 다소 낯설었다. 평소에 그러려니 하던 모습보다 더 왜소하고 무장해제 되었다고나 할까. 즐거운 일을 하는 순간이었기에 다행이지 고된 노역이었다면 자칫 안쓰러워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나를 아끼는 분들이 내가 살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그런 느낌을 가지지 않을까 싶었다. 가끔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의 뒷모습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으며 짠한 연민을 느끼곤 했는데 나 역시 그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세를 가다듬었다. 문득 포토샵으로 목과 팔다리를 좀 더 길게 늘이거나 허리를 가늘게 줄이고 싶다는 우스운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인상적인 장면들을 오래 두고 기억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몇몇 주인공의 뒷모습이 명장면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대체로 비틀대거나 쓸쓸한 뒷모습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게 되는 것은 인간의 꾸밈없고 연약한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외롭게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 어쩐지 마음이 짠하다. 그래서 그런지 친한 사람을 배웅할 때는 너무 오래 바라보지 않고 곧 돌아서는 편인데 나 역시 뒷모습을 오래 보이고 싶지가 않은 까닭이다.
그런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뒤를 따라가며 ‘다리가 예쁘구나, 너무 살이 쪘다, 자세가 꾸부정하네…’하며 평가를 하며 걸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내 뒷모습을 보면서 이런저런 평가를 하겠구나 생각하니 민망한 마음이 든다. 더구나 자식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데 도대체 나는 어떤 뒷모습을 보이며 살아온 것일까.
나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남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는 동안 나의 뒷모습은 소외된 채 평생 나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구나. 매일 거울을 보면서도 앞모습보다 넓고 깊은 뒤태는 소홀히 했구나. 앞에서는 웃고 당당한 척 하면서도 노심초사 염려스런 뒷모습을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인디언들은 자기 영혼이 잘 따라오고 있나 가끔 뒤를 돌아보곤 한다는데 이제부터는 나도 종종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나의 뒷모습을 찬찬히 살피며 나의 속사람과 조우하는 시간을 늘려 나가기 위하여.
|
|
| 한동희 |
11-07-18 19:12 |
 |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만질 때는 앞머리만 신경을 쓰다가 , 며칠전 뒷거울을 봤습니다. 앞머리는 괜찮은데 뒷머리가 엉망이면 사람들이 무어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다행이 뒷머리도 괜찮아 보였는데, 남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군요. 살아가는 일도 그런것 같아요.남들이 뒤에서 흉보는 건 모르고 자기가 하는 일은 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자기를 뒤돌아보아야할 일이 많다는걸 이진화 선생 글을 통해 잘 읽었습니다.
|
|
|
| |
| 이진화 |
11-07-20 01:14 |
|
한동희 선생님, 비오는 밤의 숲 내음, 운무가 낀 새벽 숲, 활짝 갠 경포대의 하늘과 바다를
함께 누려서 행복했습니다.
문득 서로에게 용서가 되는 뒷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同人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긴 여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_^*
|
|
|
|
| 김용순 |
11-07-18 21:13 |
|
|
이진화 선생님, 앞모습도 아름답지만 뒷모습도 역시 아름답습니다. 이번 강릉에서 앞서 가는 모습을 뒤에서 보았거든요.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ㅎㅎ 그렇습니다. 나 자신의 뒷모습은 어떨까(?) 나의 겉과 속, 뒷모습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되니까요. 여러 생각을 해보게 하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
| |
| 이진화 |
11-07-20 01:17 |
|
김용순 선생님, 작가회의 이름으로 기꺼이 낭독에 동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한국수필작가회 예술단의 일원으로 큰 활약하시길 기대합니다.
제가 수필분과 위원장으로부터 내년 수필의 날 특별공연 약속 받았습니다.
작가회는 매년 완성도 높은 준비를 해서 경연에 참석하여 등수를 겨루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
선생님의 뒷모습은 제가 알지요.ㅎㅎ...
앞모습이나 마찬가지로 단정하시던 걸요.(^_^*.
|
|
|
|
| 정진철 |
11-07-19 19:30 |
|
하하하하 이선생님 ~ 정말 재밌는 소재를 다루샸네요
사람은 둔각 이외에 120도의 뒤는 보지 못하도록
조물주가 만들어 놓았다구요
그러나 항상 그 뒤가 누구나 궁금하지요. 우리는 이선생님의 뒷모습을 언제나 볼수있지만
이선생님 자신은 모르지요 우하하하 재밌네 그거~ 뒤만 봐도 저건 누구다 알수 있는게
나이닌 남에게 양보한 유일한 나의 재산이랍니다~
|
|
|
| |
| 이진화 |
11-07-20 01:10 |
|
정진철 선생님, 크게 웃으시니 덩달아 즐겁습니다 ㅎㅎㅎ...^^.
문득 전에 써놓은 시가 생각나서 답변에 대신합니다.
무더위에 건강하세요.
***
시로 등긁기
이진화
몸을 씻다보면
등 뒤 손바닥만한 넓이
도저히 손이 닿지 않는
하필 그곳이 가려울 때
팔을 돌려 더듬어도 긁을 수없어
마냥 낯설고 어설프기만한 공간
남의 등을 긁는 것은 싱거운 일이지만
누군가 등을 긁어주면
시원하기 이를 데 없어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왜
더 미치게 가려우며
신은 무슨 까닭에 사람에게 조금 더
긴 팔을 주지 않았는지
손 닿지 않는 면적이 많아질수록
가려움증은 더욱 커져만 가고
가려울 때마다 그 면적이 더 넓어지는 영토
번지수를 알 수 없는 미답의 세계
생애 가장 가려운 50페이지* 언저리
거기에 무슨 이야기가 묻혀 있는지
손으로 마음껏 긁어보고 싶어도
보이지 않는 밑그림 꼭꼭 숨겨놓고
손 닿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
다시 팔을 뻗어보지만 여전히 닿지 않는
낯선 땅
어린 시절
크레이용 스크레칭 하듯
다시 긁기 시작한다
* 생애 가장 가려운 50페이지- 천경자님의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를 패러디 함
|
|
|
|
| 임병문 |
11-07-20 07:46 |
|
이진화 선생님,
가감할 수 없는 삶의 뒷 모습, 그래서 그 모습은 더 진솔하고, 더 무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문득 보여지는, 궁금했던 스스로의 뒷 자태를 바라보면서 삶을 관조하시는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 담박한 심사가 참으로 맑습니다. 항시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
|
| |
| 이진화 |
11-07-21 00:47 |
|
임병문 선생님, 숲속의 아침 산책이 참 즐거웠습니다.
'친구들'이 안개 낀 숲길을 화기애애하게 함께 걷는 것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각각의 개성이 다르지만 동인이라는 이름으로 어우러지니 참 든든하고 정겨웠습니다.
더 좋은 추억을 많이 공유하는 '친구들' 되시기ㄹ믿습니다.^^
'
|
|
|
|
| 김창식 |
11-07-20 10:55 |
|
|
이진화 선생님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분입니다. 물론 앞모슴도! 기쁨 두배.
|
|
|
| |
| 이진화 |
11-07-21 00:51 |
|
김창식 선생님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젊고 청청하십니다.
처음에 연배가 비슷한 줄 알았었지요.
앞으로 보고, 뒤로 보고, 맛깔스런 글까지 읽으면 놀라움이 세 배~!ㅎㅎ..^^
|
|
|
|
| 박원명화 |
11-07-20 22:21 |
|
|
이진화 선생님의 뒷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언제나 깔끔, 예쁘신 선생님의 모습은 앞이나 뒷모습이나 틀리지 않을 것 같아요. 열정의 꽃을 방산하면서 분명한 행동은 후배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답니다. 사무실도 내시고 또 다른 행로를 시작하신다니 부디 성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
|
|
|
| 이진화 |
11-07-21 00:55 |
|
어머나, 아직 제 뒷모습을 못 보셨군요. 다행입니다.ㅎㅎ..^^
오카리나 열심히 부는 사랑스런 모습+날씬한 뒷모습=부지런한 박원명화 수필가님.(^_^*
|
|
|
|
| 김자인 |
11-07-29 09:11 |
|
이진화 선생님, 선생님은 앞모습, 뒷모습, 옆보습까지 예쁜 분이세요. 수필의날 행사의 낭독을 그렇게 멋지게 하셨다고 들었어요. '볼 수록 아름다운 여인' 이라는 말도 전해 들었어요.
작가회에도 선생님 펜이 많다는 걸 선생님 알고 계시지요.
|
|
|
| |
| 이진화 |
11-08-01 22:22 |
|
언제나 친절하고 자상한 김자인 선생님,
좋은 말씀을 전해주신 문우님과 그렇게 여겨주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계속되는 비에 피해는 없으신지요.
김자인 선생님 팬도 엄청 많으시던걸요.
다들 궁금히 여기시기에 '수필의 날' 문자를 드린 겁니다. ㅎㅎ..(^_^*
|
|
|
|
| 일만성철용 |
11-07-30 10:15 |
|
일산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볼 일을 보러 다니면서 느낌입니다. '떼르릉'하고 한 번만 벨을 울려도 지체 없이 길을 비껴 주는 이들이 젊은이들이더군요. 그런데 노인들 90%가 아무리 울려도 반응이 없어요. 귀가 안 들리는 것이지요.
늙으면 행동이 느려 지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하다지만 될 수 있으면 빨리 걸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느린 걸음은 노인들의 뒷모습니거든요.
|
|
|
| |
| 이진화 |
11-08-01 22:24 |
|
일만 선생님, 자전거로 쌩쌩 달리고 높은 산도 거뜬히 오르시는 선생님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체력과 건각을 가지셨다고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보내십시오.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