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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용순 |
날짜 : 11-06-06 08:31
조회 : 2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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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며칠 전, 조카애의 결혼식이 있었다. 조카는 명문 S대 출신의 교사였지만, 맞선을 보아도 번번이 틀어져 자존심을 구기곤 하였다. 상처를 받은 조카는 급기야 맞선을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고심하던 모녀는 성형외과를 찾았던 모양이었다.
어느 날 조카애의 코가 달라져 있었다. 나는 “예뻐졌다는” 덕담을 해 주었으나, 낮은 듯 순하던 코가 빨래집게로 집은 것처럼 뾰족해져 자연스럽지 못하였다. 수술 후 자신감을 되찾아 다시 맞선을 보게 되었고 다행히 결혼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결혼의 성공이 성형수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심리적인 효과는 있었던 것 같았다.
TV에서도 하루아침에 다른 얼굴이 되어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볼 수 있다. 사랑과 영혼’의 ‘데미무어’가 전신 성형을 하였다는 해외토픽도 있었다. 이제 성형수술은 얼굴뿐만 아니라 유방, 팔, 종아리, 엉덩이, 등 신체 모든 부위로 확대 되었다.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60을 넘긴 내 아내도 젊고 예쁘게 보이려고 성형수술을 하고 싶어 하지만, 마음뿐 차마 실행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남자들 까지도 성형외과를 찾는다한다. 이제 성형수술은 연예인들뿐만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퍼져있는 사회적인 문화현상이 되었다.
요즈음의 성형수술은 공장에서 얼굴부위들을 다량으로 만들어, 누구에게나 꼭 같은 것을 끼워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나같이 코는 뾰족하게, 눈은 크게, 입술은 도톰하게, 턱은 V라인으로 등, 표준형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얼굴에 따라서 코가 낮아지거나 눈이 작아져서 오히려 더 잘 어울려 개성 있는 미인이 될 수도 있다. 동양인의 얼굴에 뾰족하고 높은 서양인 코를 붙이면 어색해 질수도 있다. 동양인은 동양인만의 곡선과 아름다움이 있다.
지구상 수십억명의 얼굴이 제각기 다른 모습의 개성을 가진다. 아름다움이란 정형(定形)이 아닌, 수없이 다양한 개성 미(美)이기 때문이다.
성형수술 후 오히려 본래보다 못해진 경우도 더러 보인다. 수술한 부위가 전체 얼굴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눈, 코, 입, 턱, 등 각 부위의 이상적인 조합이 예쁜 얼굴을 만든다. 예쁘게 생긴 부위들만을 따로 모아서 얼굴을 만든다 해도 결코 예쁜 얼굴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하나하나 뜯어보면 예쁘지 않지만 전체 얼굴은 이유 모르게 예쁜 사람이 있다.
성형수술은 본래 사고나 선천적인 신체부위의 이상을 본래 모습대로 치료해주는 것이 주목적이었는데, 요즈음은 주로 미용을 위한 수술이 되었다. 성형수술은 기본적으로 화장의 연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쁘게 하여 강한 이성에게 선택받고 싶어 하는 본능적인 욕망이 화장의 시원(始原)일 것이다. 더 예뻐지고자 하는 욕망이 결코 화장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여 현대의술을 이용한 수술까지 동원하게 된 것이다.
골프선수 미셀위나 테니스 선수 사라포바 등은 실력뿐만 아니라 빼어난 미인이어서 특별히 인기가 더 있다. 잘생긴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정치인 들은 대중들의 인기가 더욱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TV 다규 프로에서 아마존 원시부족의 복혼(複婚)사회에서도 미남과 미녀는 각기 여러 명의 배우자가 있었다.
요즈음은 외모가 가장 강력한 사회적 경쟁력이라는 말도 있다. 어떤 통계에서는 남녀 직장인의 절반 가까이 외모 컴프랙스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외모차별이 존재한다. 이런 외모차별이 성형수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여겨진다.
수년 전 에티오피아에 갔을 때, 한 민속무희가 검은 피부 속에서도 뛰어난 미인으로 보여 통역에게 물었더니, 그들 역시 미인이라고 한다. 외모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동서고금이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유치원 아이들까지도 예쁘게 생긴 이성(異性) 친구를 가려 낼 수 있어, 외모의 기준은 후천적으로 생긴 것도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외모에 대하여 비슷한 기준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본능, 즉 유전자에 그 기준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외모의 기준은 무엇일까? 본능적으로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외모는, 얼굴은 남녀 모두 좌우대칭을 이루며 균형미가 있어야 하고 여성은 풍만한 가슴과 골반, 가는 허리 등이며, 남성은 키가 크고 잘 발달된 근육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대칭이 완벽할수록 인체는 장수하고 자손 또한 건강할 확률이 높아지며, 풍만한 가슴, 골반과 하체, 가는 허리는 출산 및 육아에 유리한 신체조건이다. 남성의 균형 있는 얼굴과 생존싸움에 유리한 큰 키, 발달된 근육은 적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고 병에 대한 면역력과 정자 생산량이 높다고 한다. 결국,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유리한 외모를 매력적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강한 이성(異性)을 좋아하는 이유도 더 우수한 유전자를 후대에 보전(保全)하고자 하는 원초적 본능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외모지상주의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으로는 보여 지지 않는다. 진정한 문화사회라면 본능적이기 보다는 이성적 문화가 충만하여야 할 것이다. 철학자 베이컨은 “아름다움이란 여름철 과일과 같아 썩기 쉽고 오래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시간에 따라 쉽게 변하는 외모에만 집착 할 것이 아니라 세월이 갈수록 빛나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어야 하지 않을까?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행동거지와 마음 씀씀이에 따라 그 얼굴이 달라진다. ‘사람의 얼굴은 그가 가지고 있는 덕의 일부’이며 ‘사람의 참된 심성을 알려면 그 사람의 얼굴을 관찰 하라’고도 하였다. 착하고 아름다운 심성이 느껴지는 얼굴과, 잘생기고 못생긴 외모와는 별개일 것이다.
나이든 사람들도 젊게 보이려고 성형수술을 하지만 세월에 따라 늙어가는 것은 누구도 거부 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다. 수술로 잠시 자신감을 갖게 되는 일시적 효과는 모르겠으나 결코 젊음을 되찾을 수는 없다. 그 보다는 나이에 걸 맞는 아름다운 품격을 갖추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나의 기우(杞憂)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형 수술한 부위나 피부가 그대로 곱게 늙을 수 있을까? 흉측하게 변하지나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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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6-06 2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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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가 그러니 조카따님 역시 도리가 없었던듯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성형수술 환자(?)들이 바뀌어진 외모만큼 심성도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성형수술'에 대한 다각적인 선생님의 조명이 글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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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6-07 1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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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잘 지내시지요? 예쁘지고 싶어하는 욕망이 화장으로 모자라 성형수술까지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번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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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06-06 2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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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합니다.
제 조카도 코를 했는데 자신감이 생겨 취직도 하고 남자 친구도
생겼다네요. 그것을 보면서 조카가 이해 되더군요.
하지만 늙음은 어쩔 수 없는 일 자연의 순리대로 받아드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춘천에서 함께 했던 여행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남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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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6-07 10: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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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조카애가 신부감으로 다른 조건은 다 좋은데, 중요한 하나가 모자랐는지 잘 되지 않다가, 성형수술 이후 성사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저도 춘천에서는 즐거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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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06-07 07: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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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해지고 싶다는 것, 그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겠지요. 사람의 신체란 몸과 더불어 마음까지 포함된 것이니, 성형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도 더욱 아름다워 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말입니다. 전에 베풀어주신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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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6-07 1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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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수술 할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좋아지겠습니까. 그러나 신(神)은 그것까지는 주지 않았습니다. 임선생님 이번 달 느림회에서는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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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1-06-10 16: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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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성형은 썩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하고 못난 곳이 있으면 뜯어고쳐서라도 균형을 잡고 아름답게 가꾸면 좋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글을 통해 사람들이 얼굴뿐 아니라 때묻고 비뚤어진 마음도
진리를 깨닫기에 힘써 부처님의 형상을 닮고 하느님의 형상을 닮아갔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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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6-10 2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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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 선생님, 기왕이면 아름다웠으면 좋겠지요. 그러나 겉과 속이 아우러 졌을 때 진정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겠지요. 서툰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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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1-06-14 0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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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부모한테 물려받은 몸을 소홀히 하거나 욕보이는것은 부모를 욕보이는 것이다 '내몸 잘 간수하는것이 효의 첫걸음이다.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자기 PR시대이니 자기 자신이 예쁘기 위해 몸을 던진 것은 무죄라고 하네요. 외모지상주의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오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듯합니다. 신랑감들이 신부를 고를 땐, 어째든 예쁘고 봐야 한다는.... 참! 슬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첫인상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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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6-14 2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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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화 선생님, 그간 안녕 하셨습니까? 요즈음 세상이 그러니까, 당연히 예쁘게 하고 싶겠지요. 그러나 이게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으니, 좋은 현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어지고, 가면 쓴 사람들로 가득해 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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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영희 |
11-07-03 1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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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글 읽으니 언젠가 '자연산이 더 좋다"는 어느 정치가의 언변이 기억납니다.
그게 명언인 것 같습니다.ㅎㅎㅎ
인공미인은 예쁘기는 한데 매력이 없는 거 아닌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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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7-04 0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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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희 선생님, 조금 고쳐서 팔자가 바뀐다면 고쳐야 겠지요. 그런데 요즈음 너무 심한 것 같아, 심지어 성형중독증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름다움의 실체가 과연 무었인가(?) 한번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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