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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1-05-29 08:14
조회 :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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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소나기
임 재 문
의왕 농아인 협회에서 임실마을로 체험 학습을 떠난다고 해서 동행하게 되었다. 내가 청각장애 오급판정을 받고 농아인협회에 가입한지 만 삼년만에 장애우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어딘가 여행을 떠난다고 하는 것은 왜 그리도 가슴이 울렁거리는지 알수가 없다. 밤잠을 설치며 기다리던 여행길. 나는 미리 준비된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돌이켜 보면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일인지 모른다. 청각 장애인 본인은 물론이고, 상대편은 더욱 더 답답함을 호소하기 일쑤다.
나랑 가장 가까이 있고, 나를 사랑하고 또 이해해주어야 할 아내까지도 불만을 토로하고 나서는 실정이니 더 이상 말을 해서 무얼할까?
아내의 이야기는 부부가 남들처럼 오손도손 사랑을 속삭이며 정답게 살아야 하는데. 대화를 하려면 날마다 부부싸움 하는 듯이 해야 하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 다른 사람들한테도 큰소리로 이야기 하니 화난 사람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년퇴임을 했지만, 삼십년 넘게 몸담고 있던 직장생활도 결코 순탄하지가 않았다. 상관의 지시사항을 전달받을 때나, 회의 석상에도 꼭 부하직원을 대동하고 내 대신 지시사항을 청취해서 글로 전달 받아 시행에 옮겨야 했으니 참으로 답답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다 나를 이해하고 돕기위헤 마련된 일이니 어쩔 수가 없다.
정년퇴임후 그 모든 일들을 뒤로 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고 생활해야 하는데, 내가 몸답고 있던 공직 사회가 온실이라면 사회라고 하는 곳은 찬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 겨울 처럼 매정한 곳이다.
아직은 활동을 할만한 나이라서 집에 있기가 답답해 어렵살이 직장을 구해 취직을 하였건만, 청각장애를 이유로 내몰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가요 "방랑시인 김삿갓" 노랫말처럼 사회의 푸대접에 껄껄대며 떠나가는 신세가 아닌가?
참으로 눈물이 앞을 가리는 일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도 참아야지.하고 내 마음을 달래보지만, 세상살이 험하고 어려워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내 인생이 한 없이 원망 스럽기만 하다.
임실하면 전북 임실이 아니던가? 내고향이 해남이니 고향 가까운 곳까지 가는 여행이라서 기분이 좋아, 밤잠을 설쳤으니 실컷 달리면서 잠이라도 자자고 두눈을 감았다.
그런데 미쳐 깊은 잠에 빠져 들기도 전에 내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 아하 ! 아마도 휴게소에 잠깐 들르나보다 하고 내렸는데 시골마을이요. 눈앞에 펼쳐진 풀랭카드가 화들짝 내 단잠을 깨우게 했다.
내 눈앞에 클로즈업되어 나타나는 글귀는 " 양평 임실 치즈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전북 임실이 아니고, 우리의 목적지는 양평 임실 치즈마을이었던 것이다. 양평에 임실 치즈마을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곳에서 치즈 만드는 체험학습을 하게 되어있었다. 우리는 주어진 순서에 따라 치즈를 만들어 우리가 만든 치즈를 각자 나눠갖고 다시 버스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이다.
단편소설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 문학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이 '소나기'의 배경이 된 양평군 소재 소나기 마을이다. 황순원 소설가는 2000년 85세를 일기로 타계하기 전까지 무려 104편의 시와 104편의 단편소설, 한편의 중편소설 "내일"을 집필하고, "별과함께 살다. "카인의 후예" 등 7편의 장편소설을 저술했다.
황순원 소설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곳이 소설 제목을 딴 소나기 마을이요, 수숫단을 세워 놓은 모양의 기념관에는 유품이 전시되어 있고, 징검다리와 함께 소나기 체험까지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사춘기 시절 보다도 더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병약한 서울 소녀와 시골 소년이 만나 애틋한 정을 느끼던 곳, 주머니 가득 딴 호두를 소녀에게 미쳐 전해주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야 했던 시골소년, 그리고 그 소년과의 애틋한 사연을 영원히 간직하려고 했던 소녀의 눈물겨운 사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황순원 소나기 마을이다.
나는 그곳에서 그 소년소녀처럼 어린시절로 돌아가, 굴렁쇠도 굴려보고 나무에 메달린 그네도 뛰어 보고, 트렉터도 타고, 어릴적 군침을 삼키며 지켜보던 뻥튀기 아저씨의 뻥튀기 기계도 돌려보며, 마냥 가슴뛰는 체험을 했다.
비록 소나기 체험은 하지 못했지만, 나는 소나기처럼 황순원 작가의 문학의 기를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그 소나기에 흠뻑 젖어 애틋한 사랑의 정을 느끼고 왔으니, 천둥 번개와 함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소나기 같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겠는가?
오로지 수화를 통해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애우들과 애환을 같이 하며, 장대같이 쏟아지는 소나기로 때묻은 내 마음을 말끔하게 씻어 낼 수 만 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그렇다. 이제 나는 때묻지 않는 소년소녀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 남은 여생을 아름답게 장식해야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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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05-29 1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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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오랫만에 뵙겠습니다.
황순원 문학의 정기를 받고 오셨으니, 시원하고 청량하고 애틋한 소나기 같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더욱 강건하셔야 그런 글들도, 후배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을 것
아니겠는지요. 선생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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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6-11 2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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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문 선생님 고맙습니다. 항상 전화도 주시고 또 제일 먼저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모범을 보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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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5-29 2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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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잘 들리지 않으시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만 '청각장애 5급판정'까지 받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실상 따지고보면 귀 크게 열어놓고 들을만한 소리도 별로 없는 세상, 좋은소리, 이로운 소리만 가려서 들을 수 있으시니 차라리 행복이라 생각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임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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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6-11 2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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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말씀처럼 그냥 그렇게 다행스럽게 샹각하며, 극복하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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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5-30 0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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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일생 혼자만의 고통을 참아 오셨군요. 세상에는 큰 장애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남이 별 느끼지 못 할 정도이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 오셨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앞으로 카페에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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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6-11 2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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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 폅회 가입하고부터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오직 수화를 통해서만 의사전달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더욱 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김용순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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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05-30 0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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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양평 소나기마을을 다녀왔지만
임선생님처럼 그리 깊이 느끼질 못했습니다.
임선생님께선 모든 것을 가슴으로느끼시며
또 깊은 심미안을 갖고 계셔서 이토록 좋은 글을
쓰시게 되는가 봅니다.
5월의 아침 맑은 샘물 한 목음 마신 기분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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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6-11 2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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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그것은 저의 염원입니다. 정말 소나기처럼 글을 쏟아내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 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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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1-05-30 14: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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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님이 1953년에 '소나기'를 발표하셨으니
70노인이 되었을 그 소년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까요.
홀로 조약돌을 바라보며 소녀에게 건네주지 못했던 호두알을
이제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것만 같습니다.
어느날에 소년은
분홍빛 스웨터를 입은 소녀가 기다리고있는 그곳에 이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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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6-11 2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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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천상재회 하게될지도 모릅니다. 그 소녀처럼 그렇게 마음에 다집을 햇다면 말입니다. 이희순 선댕님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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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1-06-01 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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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장애를 가지고 계셨다는 게
충격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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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6-11 2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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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냇가에서 물장구치고 놀던 시절 귀에 물이 차서 아마 염증을 유발해서 결국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이모든 것 감수하며 오히려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정진철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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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6-02 00: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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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모처럼 문학의 소나기를 흠뻑 맞으며 즐거운 나들이를 다녀오셨군요.
6월에도 늘 행복하고 강건하시길 빕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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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6-11 2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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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더 열심히 살아가겟습니다. 이진화 선생님께서도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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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6-03 1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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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임실 치즈 마을이 임실에 있는 줄만 알았습니다.
또한 임선생님께서 그런 심각한 어려움이 있는 줄도 이제야 알앗습니다.
불민한 저를 용서하여주시기 바라며 장대비 같은 문학의 빗줄기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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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6-11 2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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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은 전북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양평에 임실 치즈마을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정말 그렇게 소나기처럼 좋은 글 쏟아내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꿈꾸는자에게 그 꿈이 이룬다고 했으니까요 김창식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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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1-06-17 07: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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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잡다한 일에 마음을 뺏겨 이 사이트를 찾지 못하더니 이렇게 주옥 같은 작품이 넘쳐나고 있군요. 임 작가의 글을 읽으면 파란 벽공을 보는 것 같이 마음이 맑아집니다.
그 순수와 솔직, 구수한 어투와 언어의 구사 등 착한 심성이 이 소나기처럼 자연스런 유려한 글을 쓰게 하는가 봅니다. 좋은 글로 좋은 아침을 열어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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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6-19 02: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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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성철용 선생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항상 그렇게 배려해주시니 제가 힘이 더 넘쳐납니다. 앞으로 정말 소나기같은 천둥번개와 같이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는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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