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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희순 |
날짜 : 10-11-01 17:37
조회 :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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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밴댕이라는 놈은 성질이 얼마나 조급하던지 그물에 걸리면 끌려올라오기도 전에 죽어버리니 그물질을 하는 어부들조차도 산 놈을 구경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여자들이 속 좁은 남정네를 빗대어 ‘좁쌀영감’이니 ‘밴댕이’니 하는데, 남자들이 여자더러 밴댕이라고 비꼬지는 않는다. 어쩌면 여자들의 속이라는 게 본시 ‘밴댕이 속’이기에 구태여 그렇게 부를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성들이 야단을 치면서 화살을 쏘아대겠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이다. 아무튼 속도 좁을뿐더러 그 좁은 속의 감정이 바로 드러나야 ‘밴댕이 속’이라 할만한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열에 한 사람만 밴댕이 속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세상 남자치고 밴댕이 속 아닌 사람은 별로 없다고 본다. ‘세상남자’는 기혼자다. 미혼남성이나 독신남성은 제외한다. 왜냐하면 남성들은 자신의 아내 앞에서만 밴댕이 속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남자들 끼리 어울릴 적에나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나 혼자 있을 때엔 어지간해서 밴댕이가 되지 않는다. 본바탕은 밴댕이건만 밴댕이가 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세상살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상처받은 남자들은 자기 아내한테만큼은 존경받고 사람대접을 받고 싶다. 제 아내한테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 위로를 받고 싶다. 막말로,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자신이 오징어 뒷다리 씹듯 하는 ‘그놈’을 제 아내가 덩달아 물어뜯어주기를 바란다. 자신의 자랑거리에 아내가 편승하여 ‘침소봉대’해 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세상의 아내들은 남자들보다 훨씬 영악하고 현실적이다. 한때 ‘아줌마’라는 단어가 중원을 휩쓸지 않았던가. 아줌마는 날카로운 혓바늘로 끊임없이 남정네 가슴을 찔러댄다. 아줌마 생각은 남정네와는 영 딴판이다. 오직 분발하라는 거다. 분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바늘이고 채찍이고 회초리고 가릴 게재가 아니라는 말씀이다. 먼저 남정네의 자존심을 팍 꺾어버리는 이야기로 기선을 제압한다. 옆집 누구 네는 남편 연봉이 암만인데 명품 아파트를 사서 내달에 이사 간다더라. 내 동창 아무개 남편은 이 번에 부장으로 승진했다는데 당신은 대체 무얼 하시고 계시느냐고 다그친다. 우리 동네 부녀회장 낭군은 대학교수라 그런지 정말 예의바르고 교양미가 은은히 풍기더라고 입에 침을 튀겨대니 남정네는 그만 주눅이 들어 유구무언이 된다. 애꿎은 텔레비전 채널만 휘젓는다.
남정네는 한탄한다. 빌어먹을 밴댕이 놈!
아줌마 제위여, 밴댕이는 금방 상하니까 바로 젓을 담그세요. 지체 없이 배를 따서 ‘밴댕이 속’은 버리고 햇볕에 말리세요. 입맛이 없을 땐 밴댕이 젓갈이 그만이지.
국물 맛내는 데는 말린 밴댕이가 으뜸이다. 여수사람들은 말린 밴댕이를 ‘디포리’라 부른다. 신선한 디포리는 은빛이 새롭다. 고걸 슬쩍슬쩍 씹어보면 침에 녹아나는 다시다 맛이 단박뇌리에 새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디 국물만 빼먹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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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0-11-01 1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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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선생님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네요. 작품마다 선생님의 혼이 담겨 있음을 봅니다. 밴댕이이란 생선 이름이지만 오히려 사람속을 일컫는 것으로 많이 들어와 그런지 더 재미있고 흥미롭네요. 살다보면 본이 아니게 밴댕이가 될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상대에 따라 평가되는 만큼 밴댕이라 해도 속이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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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0-11-15 2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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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보니 말린 밴댕이 국물이 일품인 까닭을 어렴풋이 알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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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11-14 1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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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 속을 가진사람이 한둘인가요? 어떻든 밴댕이속이든 뭐든 그런대로 한 세상 흘러가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저는 이제 밴댕이니 뭐니 다 마음 비웠답니다. 허허롭게 그렇게 빈손들고 왔으니 빈손들고 가는 인생 그저 그렇게 한세상 즐기다가 가렵니다. 갈 수록 재미나는 세상이 아닌가요? 더 재미 있게 여운을 남기며 살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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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0-11-15 2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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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시고 한 줄기 강물이 되신 선생님이 그저 부럽기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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