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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0-10-14 10:17
조회 : 2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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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임병식
한쪽은 반드시 붙잡아야하고 다른 한쪽은 어떻게든 잡히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관계는 확실히 악연이다. 더하여 그것도 잡혀서 내쫓기는데 그치지 않고 죽임을 당해야만 하는 운명이라면 원수지간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나는 요즘 어떤 녀석과 그런 대척점에 서서 피를 말리는 신경전을 벌리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 달갑지 않은 서생원이 침입해 사는 것이다. 아파트에 쥐가 살다니! 이 글을 대한 사람은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처음엔 반신반의 했으니까. 하루는 쌀 포대가 뜯겨져 쌀이 줄줄 새는 것을 보고 쌀가게주인만 책망했다. 아무리 재활용이 미덕이라고는 하지만 아낄 걸 아껴야지 포대가 터진 걸 쓸 할 수 있느냐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또 다른데서 수상한 일이 벌어졌다. 음식물쓰레기 봉투가 뜯기고 내용물이 흘러나와 있었던 것이다. 이쯤 되니 당장 목격을 하거나 배설물을 확인한건 아니지만 놈의 소행이 확신되었다.
해서 일차적으로 놈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하여 대 막대를 들고 이곳저곳 들쑤셨다. 하지만 놈은 몸을 깊이 숨기고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은 아침 일찍 산책을 나서면서 전등을 켜놓고 내다보니 엉덩짝에 살이 뒤룩뒤룩한 녀석이 허둥지둥 내빼는 것이 아닌가. 당초 생각하기는 조그마한 생쥐일 것으로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그날 나는 마트로 달려가 쥐잡이용 끈끈이종이 두 장을 샀다. 가운데를 펼쳐서 사용하는 그것에는 미리 유인용 콩이 몇 알이 붙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포획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거기다가 멸치를 몇 마리 더 올려서 놈이 다니는 길목에 놓았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놈이 걸려든 것이다. 그런데 걸려든 놈은 어찌나 힘이 세었던지 이내 탈출을 하고 말았다. 그 끈끈이에는 탈출하려고 몸부림친 자국만 선명했다. 위험을 느끼고 빠져나가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거기에는 여기저기에 빠진 털이 수북이 박혀있었다.
요즘 나는 놈의 운동능력과 조심성에 새삼 놀라고 있다. 이정도의 높이는 접근을 못하겠지 하고 음식물쓰레기를 거의 한자 높이의 의자에 올려놓았는데 그곳을 기어올라 입을 댄 것이다. 또한 한번 혼쭐이난 그 끈끈이는 다시는 밟지를 않는 것이다.
놈의 주도면밀함은 그뿐만이 아니다. 인내심 또한 대단함을 보게 된다. 며칠을 굶었을 텐데도 끈끈이에 붙여놓은 맛있는 멸치와 콩은 철저히 외면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밟거나 먹으면 죽는다고 염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 걸 보면서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마음이 약해지거나 흔들려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쥐라고 하여 무조건 소탕의 대상일수는 없지만, 놈으로서는 지켜야 할 금도가 있었던 것이다.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서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남우세스러운 꼴을 당하고 있는가 말이다.
하나, 흔히 ‘핑계없는 죽음 없다’듯이 놈의 입장에서는 할 말이 전혀 없지도 않고 어쩌면 억울한 점도 있을지 모른다. 쌀은 포대로 들여놓고 먹고 있고 최근에는 고구마도 박스채로 사다 놓았는데 그때에 몰래 숨어들어 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처 탈출을 못하는 사이 엉겁결에 갇혔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에 방점을 둔 것은 그점 말고는 침입로를 도저히 추측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세탁기 호수를 꽂아둔 곳에 수채가 있고, 그곳을 물어뜯어놓은 흔적이 있어서 혹시 그곳으로 들어왔나 의심도 하지 않는건 아니지만 그건 가능성이 희박하다. 높이도 높이지만 구멍이 너무 작은 것이다.
지금쯤은 놈은 고통이 극심할 것이다. 끈끈이가 몸에 늘어붙은데다 며칠동안 먹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숨죽여 버티고 있다. 나는 놈에게 단호히 맞설 각오가 돼있다. 살생이 결코 옳거나 능사는 아니지만 역린(逆鱗)을 건드린 이상 어디까지나 죄책(罪責)은 놈에게 있기 때문이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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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10-15 1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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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전임회장님 ! 저도 시골에서 살때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쥐덫을 놓고 또 그냥 미친듯이 쥐를 잡아서리 거의 고양이 수준으로 쥐를 잡은 적이 있습니다... 쥐잡기에 미쳐있으니 거의 고양이 수준이 되더란 말씀입니다. 아무튼 쥐를 고양이처럼 그렇게 손으로 붙잡을 수 있도록 되었으니까요 실감이 안나시겠지만 사실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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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10-15 15: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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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맨손으로 잡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는 쥐꼬리도 만지지 못합니다. 그나저나 잡아버려야 할텐데 구은 생선을 놓아둬도 나타나지를 않으니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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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순태 |
10-10-16 0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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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이셔서 더더욱요
이 곳 남산에는 평화롭게 노니는 다람쥐도 귀엽고
깜둥이 청설모도 사랑스럽기만 한데
유독 쥐만은 징그럽고 소름끼치는 것은 왜일까요
아마도 경계심에 번뜩이는 눈빛 때문이지 아닌가 합니다
훔쳐먹는 버릇이 변화되지 않는 한
우리들 인간과는 두고두고 악연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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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10-16 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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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생님, 반갑습니다. 잘 계시지요?
드디어 어젯밤에 쥐를 포획했습니다. 잡아버리니 앓은이를 빼버린듯
시원합니다. 다니는 곳에 촘촘히 끈끈이 종이를 놓아두었더니
결국 걸러들었더군요.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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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0-10-16 10: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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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다녀올 일이 있어 아파트문을 조금 열어놓을 경우 항상 서생원 염녀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옛날 단독 주택에 살 때 쥐와 일전을 벌인 일이 있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놈을 잡아가지고는 그 분풀이를 하던 기억이 납니다. 쥐덧채 작은 연못에 넣기도 하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휘발유를 뿌려 태워 죽이고도 후회를 안했답니다. 내가 어떻게 산 집인데 놈이 문과 기둥과 각곳을 썰고 다니는가 해서였지요.
모든 동물이 인간에게 굴복했는데 쥐만은 예외였거든요. 너무 잔인한 이야기를 드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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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10-16 1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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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선생님, 오랜만입니다. 그놈의 쥐를 잡아버리니 얼마나 시원한지요.
그놈이 걸려들었음에도 아무 소리도 없더니 사람을 보다 놀라서 찍찍소리를
내더군요. 마치 조카가 방문을 하여 내손으로 뒤처리를 하지 않고서 깨끗하게
수습을 했습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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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 |
10-10-17 07: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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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몇년전에 세부에 갔을때였어요. 그곳 콘도는 옛날 우리나라 초가지붕모습을 한 지붕이었는데 한밤중에 톡톡거리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깼는데 혹시나 쥐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호텔직원에게 물었더니 참새가 그 지붕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었답니다.
쥐 이야기를 읽고 그때 생각이 났어요. 아무튼 쥐는 소탕하고도 남음이 있는 그런 놈입니다. 끝내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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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10-17 0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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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선생님, 반갑습니다.
잘 계시는지요.
다행히 쥐는 기어이 잡았습니다. 얼마나 속이 시원한지 모르겠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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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0-11-11 17: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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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잠시 쥐에 대한 추억에 젖어봅니다.
요즘 아파트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그 쥐가 어쩌면 그리움으로 다가 오기도 합니다.
쥐가 지켜냈어야하는 " 금도 " , 어찌 그놈의 쥐가 그것을 알았겠습니까.
더불어 " 역 린 "을 건드린 그 쥐에게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선생님의 엄포를 이미 그 쥐는
간파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선생님의 애정어린 따스한 충고였다는 사실을 알고, 아마도 그
쥐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쥐를 대하는 선생님의 안온한 마음, 세월이 가고 쥐는 많이 없어졌지만, 그 쥐들이 다시 보고
싶어지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요.
추워지는 날씨에 사모님과 선생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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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11-19 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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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문선생님, 오랫만입니다.
잘 계시는지요.
읽어주시고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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