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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0-10-19 06:54
조회 :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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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소동 그 이후
임병식
요며칠 간 시끄럽고 수선스럽던 날이 잔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토록 애 먹이던 서생원이 마침내 포획이 된 것이다. 막상 붙잡고 보니 마음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허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애초에 놈을 너무 과대평가를 하고 덤볐던 탓일까. 아무리 놈이 약고 영리하다고 한들 어찌 사람의 지략을 넘어설 것인가. 다소 지나치게 상대했던 것이 분명하다.
애초부터 게임의 승패는 정해진 거나 진배가 없었다. 놈은 갇혀있고 처분만 기다린 입장인데 나는 얼마든지 선택적으로 포획 도구를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할 때는 막연했다. 깊숙이 몸을 숨긴데다 좀체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끝인지라 방책을 해둔 끈끈이 종이에 붙어서 발버둥만 치는걸 보니 회심의 미소가 지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놈이 쓰러져 누워있는 걸 보니 볼품도 없다. 저런 녀석한테 농락을 당해왔다고 생각하니 회한이 스친다.
놈은 그동안 베란다에 침입하여 몇 달간 지내는 동안, 주도면밀하기만 하였다. 표나게 쌀 포대를 물어 뜯어놓고 음식쓰레기를 헤쳐놓긴 했지만 감쪽같이 행동했다. 우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배설물도 사람이 보는 곳에는 남겨놓지 않았던 것이다. 그 바람에 나는 애먼 쌀가게 주인에게만 ‘포대하나 아끼려고 그렇게 까지 궁색을 떨었나’하고 비난을 하기고 했던 것이다.
그런 착오 때문에 대처도 늦어졌다. 어느 날 내가 새벽녘에 무심코 베란다 창문을 열고 나가 보지 않았다면 놈은 목격을 못하고 포획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데 놈이 음식쓰레기를 뒤지다가 기겁을 하여 달아나는 것을 목격하니 섬뜩한 느낌이 드는 한편으로, ‘앗차’ 속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즉시로 나는 줄뒤짐에 나섰다. 쌀포대를 들어내고 휴지뭉치를 치우고 대막대를 사용하여 놈이 숨을 만한 곳을 들쑤셨다. 그러나 놈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어느 구석에 박혀서 맞아죽으나 질식해 죽으나 매일반이라고 버티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 방법을 포기 하고 다른 방도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우선 떠오른 것이 쥐약과 쥐덫인데, 전자는 먹은 후 보이지 않는 데서 죽으면 문제가 있고, 철재 쥐덫은 그런 염려는 없으나 물에 집어 넣어야하는 등 2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생각해 낸 게 끈끈이 종이이다. 이것에 걸려들면 그냥 종이채로 말아서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그걸 두 장을 사다 펼쳐놓았다. 한데, 한번 걸려들었다가 빠져나간 놈이 다시는 얼씬하지 않는 게 아닌가. 용케 통로를 잘도 피해 다니기만 했다. 해서 나중에는 촘촘히 놓아서 옥죄인 방법을 썼다.
그런 끝에 잡아낸 성과다. 놈이 걸려든 것은 실수라기 보다는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먹이는 반대편에 있는데 굶주린 배를 채우려면 음식쓰레기 봉투가 있는 곳으로 다가서야 하는데 다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이 자기를 붙잡기 위한 장치인줄 뻔히 알면서도 내달았을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걸려들었음에도 놈은 처음에는 한번도 꽥 소리를 내지 않았다. 펴놓은 것이 어찌됐나 싶어 내다보니 그때서야 눈이 마주친 녀석이 탈출하려고 몸부림을 치면서 ‘찍찍’ 소리냈다. 마지막까지 숨죽이며 탈출을 시도했던 것이다.
내가 놈이 죽어가는 걸 보면서도 냉정함으로 일관한 것은 몸을 숨기고 정체를 드러내주지 않은 것도 있지만, 사람을 남우세스럽게 만들어 놓았다는 자존심을 건드려 놓은 점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그렇게 고급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주민들이 선호하는 단지인데 체통을 구겨놓고 만 것이다.
그러면서도 죽어나가는 녀석의 뒤처리를 하면서 일말의 소회는 없을 수가 없었다. 나는 본의 아닌 살생의 부담을 온전히 내가 지기는 싫어, 예로부터 역모의 가담은 목숨부지가 어렵고 남의 터전을 넘보면 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말을 떠올리며 놈의 죽음은 온전히 근거지를 잘못 택한 것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선택이 자의가 되었건 타의가 되었건 간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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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0-10-19 10: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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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대단한 전쟁을 치루셨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웬 서생원이라니, 처음엔 의아했습니다만 저층 아파트의 경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새삼 영악스럽기 짝이없는 놈의 모습이 가증스럽게 느껴집니다. 이번 전투로 체력소모는 없으셨는지, 아니면 정신적 피해는 없으셨는지 심히 염려됩니다. 임선생님, 가을 햇살이 참 좋습니다. 늘 좋은 일만 있으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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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10-19 16: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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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선생님, 반갑습니다. 오늘 여수에 사시는 분이 보성 '한국차박물관'을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가이드를 하고 방금 돌아왔습니다. 차에 관한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어 볼만했습니다. 서생원이 어찌 됐나 궁금한 분이 있을것 같아서 후일담을 쓰게 됐스빈다.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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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0-10-20 0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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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오래간만입니다. 쥐잡는 이야기 두 편을 읽고 혼자서 웃었습니다. 쥐와 전쟁하는 임 선생님의 얼굴모습이 떠 오르기 때문입니다..ㅎㅎ..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놈을 죽여야 하는 증오와 어쩔수없이 생물을 죽여야 하는 양심과 자비가 충돌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 오릅니다. 서스펜스와 스릴 그리고 스팩터클(...)까지 있어 모처럼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생활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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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10-20 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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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계선생님, 해외여행하시고 돌아오셨군요. 지금 여수에는 삼지구엽주에다 하수오주가 잘 익고 있습니다. 일전에 최사장을 만나 불원간에 선생님께서 다녀가실 거라고 귀띔해 두었습니다.
시월이 가기전에 한번 다녀가시기 바랍니다. 쥐 이야기는 누가 후일담도 궁금하다고 해서 거푸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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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10-10-21 17: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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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쥐와의 한 바탕 전쟁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변절기에 건강 잘 챙기시고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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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10-21 2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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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선생님, 잘 계시는지요.
그간 많이 적조했습니다.
즐쓰기 좋은 계절인데 작품 열심히 쓰시는지요.
조석으로 기온차가 많은데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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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10-24 0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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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춘천에서 관사생활할때 쥐소동으로 끈끈이를 사다 놓았는데 얼마후 썩은 냄새가 나서 그곳을 열어보았더니 그 서생원이 죽은체 있어서 버린 기억이 있습니다. 끈끈이에 붙어 고생하고 죽은 것이 애처럽기도 하지만, 그 쥐때문에 당한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시원하기도 했었습니다. 어떻든 지금은 쥐소동없는 사층에 사니 옛생각만 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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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10-24 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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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먹이던 놈을 잡아버리니 어찌나 시원하던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됐다는 생각이 스치는 건 어쩔수 없었답니다. 임선생님 , 잘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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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0-11-01 18: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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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한 편 읽고 나면 뭔가 꽉찬 느낌이 듭니다. 서생원과의 한바탕 전쟁을 치르시느라
걱정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잘 해결 하셨으니 이젠 편안히 지낼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동안 어찌 지내시나 안부가 궁금했는데 글을 접하고 나니 회장님을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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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11-06 1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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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는 잡아버려서 속이 쉬원합니다. 별일은 없는데 멀리나 다니지 못하고 사는 곳에서만 뱅뱅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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