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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한동희 |
날짜 : 09-02-11 06:55
조회 : 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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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심는 나무
한 동 희
새해 아침, 친구는 좋은 글 한 편을 보내왔다. 지은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 가짐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바구니를 건네며/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매끈하고 단단한 씨앗을 골라라/ 이왕이면/ 열매가 열리는 것이 좋겠구나/ 어떤걸 골라야 할지 모르겠더라도/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아라/ 고르는 것보다/ 키우는 것을 잊지 말아라
-마음에 심는 나무-
봄이 되면 꽃 시장에 나가 화초를 사들인다.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기 위해 화려한 일년초를 사들이지만, 한 달도 채 못되어 시들어버리기 일쑤이다. 꽃에 맞춰 꽃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꽃을 다루니 짓무르거나 말라 죽기 십상이다.
그렇게 흔적 없이 사라지는 풀꽃을 보며, 이번에는 해마다 꽃을 피워주고 자생력이 강해 키우기에도 편한 다년생 꽃나무에게 눈길을 보낸다. 한달 간격으로 꽃 시장을 드나들며 화려한 꽃을 고르다가, 키우기 편한 꽃나무로 옮겨가는 요변스런 마음을 본다. 그러나 자생력이 강한 다년생 꽃나무라 해서 그냥 자라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수첩을 정리한다. 수첩에 적혀있던 많은 사람들의 이름은 해가 갈수록 그 수효가 줄어든다. 젊었을 적에는 경쟁도 활력이라 생각되어 많은 일에 관심을 두었지만, 차츰 경쟁보다는 함께 가는 것이 좋아졌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것보다는 마음에 맞는 몇몇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편해졌다. 그러다가 비위 상하는 일이 있으면 나 홀로의 길로 들어서리라. 나는 이것 저것 다 떨쳐낸 나머지의 ‘매끈하고 단단한 씨앗’만을 손에 쥐고 오지의 섬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헌데, 지금 내 손안에 든 그 매끈하고 단단한 씨앗은 무엇일까?
궁금증에 가만히 주먹을 펴보니, 거기에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 나 자신의 무력함과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한데 뭉쳐 단단한 씨앗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을 마음에 심는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들어 선 사람이라도 차츰 이 사람이 내게 매끈하고 단단한 열매가 되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해관계에 따라 가지를 쳐주기도 하고, 뿌리째 뽑아버리기도 한다.
사람도 나무처럼 마음에 심어놓고 공들여 키워야만 쉬어갈 그늘이 생기는 법. 기왕에 마음에 심어놓은 사람이라면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해줄 일이다.
애정의 나무든 우정의 나무든,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잘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친구는 내게 전하고 싶었던가 보다.
(한국수필 2009.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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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순태 |
09-02-11 08: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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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선생님의
좋은 글을 대하는 좋은 아침입니다.
잘 가꾸어 튼실한 열매를 거둘수 있게 넓은 마음의 터를 제공해 주신 글
감동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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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2-11 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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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어떤 이를 심어놓고 나중에 뽑아내 버리거나 말라죽게 한 일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심는 것보다 가꾸어가는 것이 더욱 소중함을 일깨우는 글 ,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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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09-02-11 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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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읽으며 참 좋은 글이라고 마음에 새겼는데 다시 보니 새롭네요.
맞아요. 식물도 사람도 가꾸어 가는 것이 중요하지요.
선생님의 짧은 글 속에서 동감을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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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09-02-11 2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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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태 선생님, 임병식 선생님, 최복희 선생님, 만나서 반가워요. 사람이나 식물이나 내가 상대편에 맞춰야 오래 가는데, 모든 걸 내게만 맞추다보니 말라죽고 짓물러 죽고 , 그러다 맘에 안들면 뽑아버리고... 지금 내 마음에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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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09-02-12 1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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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선생님, 마음에 심는 나무를 한국수필에서 읽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이지요. 심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더 소중한 걸 알려준 끝마무리가 참 좋았습니다. 저도 이 중의 어떤 나무일 텐데 이미 뽑아버린 나무는 아닐까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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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09-02-13 0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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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선생님, 내 마음속에 심어놓은 김자인표 나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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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승 |
09-02-15 16: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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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필에서 읽은 데다가, 낭독회 때 선생님이 배경음악이 잔잔히 깔리는 가운데 육성으로 이글을 들려주셔서 감동이 유난히 컸습니다.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수필문학의 모범을 보이신 피천득 선생님의 기념관에서 씨앗처럼 단단하고 품격이 있는 수필을 낭독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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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09-02-15 18: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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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 선생님, 만나뵈어 반갑습니다. 그날 제대로 낭독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없이 마이크 앞에 서보았지만, 그때마다 새롭게 떨리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별자리 못 전설'을 읽고 신선하고 탄력있는 문장력에 모처럼 감칠맛나는 수필을 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답으로 제 수필집 '소금꽃'을 보내드렸는데 반송되어 온것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사를 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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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승 |
09-02-15 2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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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시킨 일이 없었는데 그런일이 있었군요. 얼마나 속이 상하셨는지요? 저는 이사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거의 이십년 살고 있습니다.
등기로 부치셨다면, 아무도 없을 때 왔다가 수신인이 없어 반송처리 하였는지도 모르겠군요. 아니면 새 주소체계(회원수첩에는 저의 새주소체계 주소가 기재됨)에 익숙치 않아서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런 일은 아주 드물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제 작품집을 보냈는데 두 군데서 반송이 되었더군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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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02-20 2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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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마음에 심어놓았으면 평생을 공들여야 하는데 아직 속물이라 변덕이 생길때는 확 뽑아 버리고도 싶고 그렇네요~많이 생각하게하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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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09-02-21 1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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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저도 선생님 마음과 같을 때가 많아요. 그러나 뽑아버리고 싶은데 뽑히지 않을 때는 마음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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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09-02-27 0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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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회 홈에 와서 보면 강가에서 좋은 수석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런 멋진 수석 같은 '마음에 심는 나무'로 오늘 하루를 엽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어서 아주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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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09-03-01 1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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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선생님, 여행을 자주 다니시니 좋은 수석을 만나셨을 때의 기쁨을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제 글을 그 기쁨에 비유해 주시니 부끄러울 따름 입니다. 가슴 속에 파도가 심해, 아픈 마음을 내 보이며 의지했던 사람도 일순간 흔들리는 나무라는 느낌이 들어, 온종일 파도에 묻혀 춥고 힘들었습니다. 좀더 좋은 수석이 되도록 마음을 닦고 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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