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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동호 |
날짜 : 09-01-11 19:50
조회 : 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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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지론(持論)
정동호
이번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Mortgage Loan) 때문이라 한다. 주식이나 투기에는 무관한 사람이라 무슨 말인지 한참동안 의아하게 여긴 일이 있다.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모기와 관계있는 말이려니 하고 무식하게도 생각했으니까.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것은 위험한 일인 줄을 알면서도 높은 이자만 생각하고 모기지를 늘린 미국의 금융계가 결국 글로벌 경제위기를 불러 온 셈이다. 인간들의 과욕이 자초한 위기와 모기 신세가 흡사한 점이 전연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작은 모기 한 마리가 단잠을 깨웠다. 세상이 어수선하니 모기도 철을 잊었는가. 한여름에도 흔치 않던 놈이 겨울 초입에 아파트 15층까지 날아들었다.
애-앵! 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 2시다. 혹시나 하고 귀를 세웠더니 또 애-앵! 한다. 모기라 생각하니 손 등이 근지럽다. 그 사이 한 방 당했나보다. 이 괘씸한 놈을 잡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다.
얼굴에 앉기만 하면 때려잡을 요량으로 얼굴을 모기의 미끼로 내놓았다. 얼굴을 스칠 때마다 괜히 뺨만 헛때리기를 수차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을 비웃는 듯한 앵앵거림에 잠은 멀리가고 약은 더 오른다.
불을 켰다. 남의 피를 빠는 음침한 놈은 밝은 빛을 피하는지 잠시 기척이 없다. 그러나 한 번 피 맛을 본 놈이라 기다리면 간 큰 짓을 할 것이라 짐작한대로 얼마 후에 드디어 나타났다. 허공에 몇 차례 손을 헛친 뒤 기어이 잡고 말았다.
가녀린 모기 한 마리 손바닥에 올려놓고 통쾌하게 여기면서도 한편 연민의 정을 느낀다. 그놈 배가 터지도록 빨아봐야 혈당검사 때 손가락 끝에서 뽑아내는 한 방울도 안 될 그 피 때문에 놈은 시체로 변하고 말았다.
내 손바닥 위에 있는 죽은 모기 한 마리와 우주의 공간 속의 한 인간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 본다. 사람 눈으로 볼 때 모기가 하찮은 미물이라면 우주 속의 인간 또한 작은 미물에 지나지 않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은 먹어야 사는 것. 그놈도 살기 위해 부득이 한 일이었겠지만 설마 죽을 줄이야 생각이나 했겠는가.
굶어 죽어가는 조카들을 위하여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19년을 감옥에 갇혀야 했던 장발장 생각도 난다. 예부터 ‘배고픔은 나랏님도 어찌하지 못 한다’ 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먹는 문제는 목숨만큼이나 중한가 보다.
요즘 경제사정이 나쁘니까 슈퍼나 대형 마트에서 음식물 도둑이 많이 생긴다는 뉴스를 듣는다. 그들을 장발장 도둑이라고 이름까지 붙였다. 사회봉사단체에서 무료 급식하는 모습이 뉴스에 자주 오른다. 밥 한 끼를 얻어먹기 위해 길게 늘어선 행렬이 마음을 짠하게 한다. 그 중에 특히 양복을 젊잖게 입은 신사도 띄엄띄엄 보인다.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단돈 몇 푼 때문에 구멍가게에 들어가 노인을 흉기로 찔렀다는 강도이야기에 비하면 그래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모기는 사람의 피만 빠는 것이 아니라 병도 옮긴다. ‘농사도 짓지 않는 놈, 피 좀 빨려주면 어떠냐고’ 농담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린아이들이 모기에게 물리면 질병은 차후문제다. 우선 벌겋게 붓고 근지러워 울고 짜증을 낸다.
모기란 놈은 사람 냄새를 어찌 그리도 잘 맡는지. 방충망에 작은 구멍만 하나 있어도 파고든다. 아파트 입구에 숨어 있다가 사람 옷에 묻어 승강기를 타고 층수와 관계없이 어디든 따라 다닌다. 요즘은 도시 주변의 하수구나 정화조에서 모기가 서식하기 때문에 계절에 관계없이 나타나 사람들을 귀찮게 한다.
쌀농사 직불금 문제가 세상을 한참동안 시끄럽게 하고 있다. 실제 농사를 짓는 농사꾼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농사도 짓지 않는 땅 주인에게 흘러갔다는 것이다. 월 소득이 수천만 원 넘는 자가 많고 특히 1억 원이 넘는 자도 있다는데 말문이 막힌다. 대부분은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사서 장차 양도 소득세를 감면 받기 위한 더 큰 꾀가 있다니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WTO체제하에서 허용된 농가의 생산비와 소득 보전을 위한 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을 땅 도둑, 돈 도둑, 세금 도둑이라 한 것을 보았다.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이들이야 말로 모기만도 못한 부류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뾰쪽한 주둥이 하나 갖고 앵-앵! 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 때문에 잠을 못 자듯 모기만도 못한 그들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고 선량한 백성들이 괜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모기를 철저히 막아낼 수 있는 묘약은 없을까. 아마도 인간이 존재하는 세상에 모기를 완전하게 막아낼 수는 있는 특효약은 없을 것 같구나.
이제는 손바닥에 잡혀있는 모기를 휴지에 싸서 야무지게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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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01-11 2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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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모기지 부실채권에서 앵앵거리며 피빨아 먹는 모기지론으로의 전개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그렇네요 이세상에는 모기만도 못한 인간들이 너무많습니다. 제가 요즘 사업인가 돈도 안되는 일을 하다보니까 정말 모기만도 못한 인간들을 많이 접촉하게 되어 회의만 느끼고 있습니다 하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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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1-12 0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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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선생님, 해학이 넘치는 글 잘 읽었습니다.
모기지론에서 모기를 연상하고, 그 앵앵거리는 방해꾼 모기를 잡을 이야기를
통하여 허위농사꾼이 직불제를 타가는 것을 한심한 작태를 신랄하게 꾸짓는 글이
공감이 감니다.
한데, 그 직불금 수령이야기는 헌바지에 방귀새듯이 왜 슬그머니 없는일이 되고
되고 말았을까요.
역시 농업진흥을 위해 한생을 바치는 애정어린 아픔이 웃음속에 어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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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09-01-12 2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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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셨습니까. 우람한 체격이 늘 눈에 선 하군요.
임병식 선생님 ! 늘 고맙습니다. 총회때 뵙고 인사 드리지요.
모기지론이 들어 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드네요. 모기만도 못한 악랄한 자들이 활보하는 세상을 볼 때마다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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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09-01-12 2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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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모기를 내세워 인간사를 꼬집는 글 참 묘미가 있고 재미있네요.
작가라면 시대를 비판할 줄 알고 어떠한 경우라도 옳은 말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오랜만에 해학이 넘치는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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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자 |
09-01-13 06: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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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 선생님,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모기지론과 모기를 잘 접목시키셨네요. 직불제에 대하여는 농민이 받을 돈을 지주가 받는 것은 나쁜일이 분명하지만 왜 나라에서 그런 허술한 제도를 만들어서 수십만명을 도둑으로 몰게하는지, 누군가 선심성 행정은 아니었나, 그래서 끝까지 파헤치지도 못하는 정말 웃기는 정책이 아닌가요. 제도를 만들때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지 미리 생각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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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09-01-13 0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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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박영자 선생님!
격려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수필도 사회나 시대의 보조리에 대해 조금씩은
찝어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새로운 제도나 법망보다는 운용의 묘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뭐가 잘 안되면 고치는 것만 능사로 삼는 정치가도 문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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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혜자 |
09-01-15 1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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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과 위트가 있고 공감과 감동이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좋은 글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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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09-01-16 06: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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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자 선생님! 과찬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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