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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최원현 |
날짜 : 09-01-24 13:02
조회 :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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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
최원현/http://essaykorea.net
nulsaem@hanmail.net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는데도 내려가질 않습니다. 왜 그럴까 이상하게 생각하다 살펴보니 글쎄 내려가고자 하는 층의 버튼을 눌러놓지 않은 것입니다. 급히 1층을 눌렀더니 그제야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사무실 앞에 놓여있는 무인 포스트를 자주 이용합니다. 오늘도 우편물을 부치기 위해 우편의 종류를 선택하고 우편물을 투입구에 넣었습니다. 요금도 지불을 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작동이 안 됩니다. 나와 있는 우표를 빼내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표를 빼내고 봉투에 붙여 투입구에 넣으니 비로소 발송 작업이 완료됩니다.
요즘은 대부분 자동화 기기들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순서대로 정보를 주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어있습니다. 사실 단계란 순서요 질서이며, 사람도 거기서 예외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사람들은 단계를 건너뛰는 것을 마치 대단한 능력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원칙을 무시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합니다. 원칙은 능력 없는 사람들이나 지키는 것으로 생각하나 봅니다.
신호등이 고장 난 사거리에서 차들이 엉켜있는 광경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서 앞 차를 먼저 보내면 쉽게 잘 풀릴 수 있을 텐데 그저 ‘내가 먼저’만 고집하고 차머리를 들이밀다 보니 다같이 못가고 엉켜버리는 것입니다.
세상일에는 크건 작건 모두 순서가 있기 마련입니다. 순서란 다음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며, 단계는 얼마큼의 기다림이기도 하며, 현재 위치를 확인함으로써 해야 할 일을 빠뜨리지 않고 차근차근히 한다는 말입니다.
‘다음’이란 말속엔 다분히 ‘희망’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원과 바람의 뜻도 들어 있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씩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하며 해내는 마음이야말로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아무리 엉켜있다 해도 원인이 되는 하나만 빼내면 너무나도 쉽게 잘 풀려버릴 수 있습니다.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는 것도 아주 작은 나사못 하나, 톱니 하나가 제 자리를 지키고 제 몫을 해내기 때문일 것입니다.
겨울이 가야 봄이 오고, 봄이 가야 여름이 오고 또 가을이 오는 것처럼 세상은 그렇게 순리대로 질서를 지켜가게 되어 있습니다. 공중전화를 걸더라도 100원짜리 동전을 넣으라는 곳에는 100원짜리 동전이어야만 하며, 전화카드가 필요한 곳에선 동전은 쓸 수가 없습니다. 이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조차 지키지 않으려는 마음이 불만과 조급함을 만드는 것일 겁니다. 삶은 기다림으로 다음 단계를 맞이합니다. 건너뛰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분명 자기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는 일일 것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며, 무인포스트를 이용하며, 삶의 단계, 삶의 순리, 삶의 질서를 생각합니다. 건너뛰지 말고, 새치기 하지 말고, 순서대로 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기본 되는 질서일 뿐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일이며, 잘 하는 일일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위치에서 내가 해야 할 다음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제일 먼저 내가 해야 할 우선순위의 일, 내 삶도 그런 순위를 찾아 다음 단계로 가고 싶습니다. 그래야 세상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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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1-24 1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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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순리라는 것은 세상살아가는 질서요, 도덕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든 일을 기계적인 순리로 보는 것도 무리가 있겠지만, 절차를 지킨다는 것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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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09-01-25 0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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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잊어버리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일 것이고,
다음 단계는 더 빈번하게 많은 것들을 잊을 것 같습니다.
폭설과 혹한 속에서 봄을 준비하는 나무들 같이 한순간도 슬쩍 건너뛰지 않고
묵묵히 새해 새날들을 겸허하게 기다려야 되겠습니다.
최원현 회장님, 임병식 부회장님 설 잘 쇠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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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09-01-25 06: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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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를 지키는 것은 문화인의 챔임을 수반한 덕목이지요.,
요즘처럼 기계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질서가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복잡한 세상을 살다보니 깜빡 잊는 것도 많아져요.
나이테가 늘면서 그런 현상은 더욱 시미하니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할 것 같네요.
최원현 회장님! 엘리베이터를 타며, 무인포스트를 이용하며 서 계시는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납니다. 바로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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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현 |
09-01-25 0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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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부회장님, 이진화 회장님, 최복희 이사님 고맙습니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수용하고 이해하고 적응해 간다는 것이겠지요. 먼저 욕심을 버릴 것, 있는 곳에서 감사할 것, 우리가 갖는 자연스러움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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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01-27 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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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춘천을 갔다 오려는데 구리에서 일동 방향으로 고속도로를 가다가 바꿔타야합니다. 아들이 운전하는데 아마 1.5키로 정도는 차량행렬이 밀려 있는것 같았습니다. 좀 지루하기는 하더라구요. 그런데 갑자기 아들이 차를 왼쪽으로 트는거에요 왜그러냐고 하니까 기다리는시간이 너무 지루해서 저 앞으로 가서 끼어들겠다는거에요. 그래서 말렸지요 새해 첫날인데 그냥 질서지키고 가자구요. 한 10분 걸렸지요 그동안 아들놈이 되게 갑갑한 모양이더라구요. 속으로는 내가 미웠을것도 같구요.하하 가까스로 병목지점 입구에 이르니 옆에서는 쌩쌩 달려오던 차들이 앞으로 끼어들더라구요. 그래서 질서를 지키는 차들이 손해를 보고 있음을 알았지요~우리나라 다음단계 조용히 지킬만큼 한가한 나라아니구 바쁜 나라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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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자 |
09-02-01 0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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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지키고 순서를 지키는 것이 원칙이니 쉬울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지요. 욕심이 방해를 하니까요. 원칙대로 살면 늘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일본에 갔을 때 그 사람들은 우리보다 순서나 원칙을 더 잘 지키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척도 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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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승 |
09-02-03 1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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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범접할 수 없는 단아한 기품이 느껴집니다.
2월 초인데도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곧 매화가 피려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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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현 |
09-02-05 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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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박영자 선생님 고맙습니다. 어느새 봄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두 분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으로 새해를 더욱 풍요롭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정희승 선생님 세번째 글 <물> 감탄하며 잘 읽었습니다. 우리 작가회의 큰 자랑이고 기쁨입니다. 벌써부터 3월호가 기다려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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