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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승택 |
날짜 : 13-08-09 23:29
조회 : 2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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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이상 모인 자리에서 침묵이 흐를 때 가장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침묵의 불안을 견디는 인내지수가 가장 낮은 사람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침묵을 견딜 수 있는 힘도 일종의 심리적 능력이라고 한다면 그런 면에서 나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살아가면서 침묵의 불안을 느끼는 경우는 생활 장면의 도처에서 일어난다. 가까운 예가 같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승자끼리 시선을 돌리고 서있는 경우다. 같은 라인에 사는 줄 빤히 알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 외면하는 마음들이 편할 리 없으련만 어쩌면 하나같이 앞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인내지수가 낮은 쪽에서 먼저 인사를 하기 마련인데 그동안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모르는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만나기는 택시도 예외가 아니다. 경험에 의하면 택시 안의 분위기는 운전기사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흔한 갑과 을의 관계로 빗대어보면 갑은 운전기사요 손님은 을이다. 잠시 얻어 타는 을의 입장에서는 주인인 갑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행여 심기라도 건드릴까 말 한마디 건네기조차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손님이 타서부터 내릴 때까지 요지부동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기사를 만나면 차안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얼음이다. 반대로‘어서 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정도의 인사만 들을 수 있다면 그 이상의 행운이 없다. 그런 날이면 어지간한 거스름돈은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감격에 겨워 몇 푼 덤으로 얹어주는 만용도 마다않는다.
한 달에 한번 정해놓고 다니는 이발소가 있다. 얼핏 단순해 보일 것 같은 남자의 머리손질도 각자 취향에 따라 다르다보니 마음에 맞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곳에 정착하기까지는 여러 곳을 전전 끝에 어렵사리 찾아낸 단골집인 셈인데 최근에 이르러 나는 계속 이 곳을 다녀야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다름 아닌 이발사 아저씨의 깊고도 긴 그 침묵 때문이다. 지금이야 이발소의 수도 많이 줄어들고 찾는 이 또한 적어 사양업종으로 전락한지 오래지만 한 때는 이발소가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 적이 있다. 그 시절 분위기를 잊지 못하는 나는 지금도 이발소에 가면 가벼운 대화정도는 주고받아야 마음이 편하다. 그에 비해 이곳 주인은 손님이 오거나 말거나 눈길 한번 주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이발을 하면서도 씉 데 없는 이야기라곤 단 한 마디 건네는 법이 없다. 이발소 안에 다른 손님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견딜 만한데 단 둘이 있을 때는 그 이상의 고문이 없다. 그렇다고 왜 말이 없느냐고 따질 수도 없으니 눈 감고 오지 않는 잠이나 청해 보는 수밖에 없다.
견딜 수 없는 침묵 가운데 며느리의 침묵만한 것이 또 있을까. 겉으로만 봐서는 나무랄 데 없어 보이는 며느리였다. 때 되면 밥상 차려 드리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자신의 맡은바 소임은 최대한 정성껏 수행하니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다. 그러나 막상 당사자인 그 집 시어머니의 말을 들으면 사정이 달랐다. 하루해가 다 가도록 쓰다 달다 말 한마디 건네는 법이 없으니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했다.
언젠가 문인들의 여행 시 버스 안에서의 풍경이다. 정해진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다. 두런두런 나누던 대화도 끊어지고 모두들 졸거나 깨어있어도 침묵 모드로 접어든 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견딜 수 없었던지 모 여류께서 마이크를 잡고 한 마디 던진다. 좀 연식이 오래된 개그다. 반응이 썰렁하다. 그래도 그렇지 하는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호응하는 성의는 보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질 못했다. 그 날 낭패한 표정의 그 분 얼굴이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다.
누가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라 했던가. 나는 침묵이 무섭다. 어둡고 긴 터널, 아니면 심연 속에 숨어있는 그 깊고도 이기적인 알 수 없는 속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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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8-10 0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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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나이 많은 어르신이 하는 이발소 단골인데요, 가서 이발할 때 쉴새 없이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즐거운 시간입니다. 감사합니다. 강승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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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08-11 20: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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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발소의 추억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 역시 나이 들어가는 탓이겠지요. 연일 살인적인 더위가 계속됩니다. 임선생님,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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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8-10 06: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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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침묵이 계속되면 견디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마트을 가거나 산책을 하거나 먼저 말을 걸때가 많습니다. 올려주시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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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08-11 2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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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전임회장님, 안녕하시지요? 여수 박람회이후 도시의 모습도 많이 변했겠지요? 항상 건강하시고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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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3-08-10 08: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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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오랜만에 침묵을 깨셨습니다. 분위기에 따라서 먼저 말을 건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니 어떻게하죠? 그래도 쓸데없는 말 많이 하는 것 보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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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08-11 2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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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침묵은 미덕이지요. 특히 김선생님같은 경상도 사나이의 그 무뚝뚝함은 때론 매력이기도 하고요. 어디를 가나 더운 날씨가 화제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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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3-08-11 0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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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세심한 일상의 관찰에 공감합니다. 며는리, 택시기사, 이발사...
속담도 바꿔야 될 것 같습니다. Silence is bron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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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08-11 2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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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격언이라 수정하기는 어렵겠지만 갇혀 지낼 필요는 없지않나 생각해 봅니다. 요즘 바쁘시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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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자 |
13-08-12 14: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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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읽었는데, “침묵은 영혼이 즐기는 목욕이다.”라고 합니다.
그래도 침묵하면 그 속내를 알 수 없어 불안하지요.^^
침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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