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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3-06-11 11:33
조회 : 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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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韓國史)의 아쉬움
임병식
나는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한국사에 관심이 많고 관련서책을 찾아 읽기를 좋아한다. 그런만큼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역사의 맥락은 짚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도 최근 어느 종편에서 인조시대를 조명하는 연속극을 보고는 다시 역사서를 꺼내 들었다.
이즘 거듭 읽은 책이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한국사 기행>. <한국사를 움직이는 100대사건>. <조선왕 독살사건>. <흥미진진한 우리역사 읽기>이다.
이 책들을 읽고난 소회는 한마디로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왕이 되면 국가 경영을 정파에 휘둘려서 누란의 위기로 내몬다는 것이다. 조선 후반부 폐해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쟁으로 밤을 지세운 노론벽파가 끝내 장기집권을 하면서 나라를 말아 먹었던 것이다. 그 종결자로 이완용이가 존재했음은 아는 사람은 아는 사실이다. 그가 바로 노론 벽파의 마지막 뿌리를 잇는 사람이었다.
내가 요즘 인조시기를 배경으로 한 연속극을 시청하면서 가장 아쉽게 생각한 것은 그런 구조속에서 희생된 소현세자(昭顯世子)의 죽음이다. 청나라를 원수로 여기고 이를 갈아온 세력들에 의해 개혁군주로서의 봉사할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무능한 인조가 있다. 인조는 세자수업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서인 세력의 등에 업혀 왕으로 추대되었으나 임금으로서는 함양 부족이었다.
직전군주 광해군이 이복동생 영창대군을 증살(蒸殺)시키고 인목대비마저 폐출시키는 폐륜을 저지른 바람에 민심의 이반을 가져와 끌려내려졌지만 외교정책만은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사이가 돈독한 명나라와 새로 부상하는 청나라 사이에서 적절히 처신했다. 명나라의 요청에 의해 청을 공격할 때도 심복인 도원수 강홍립으로 하여금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토록 하여 척을 지지 않고 잘 모면했다.
그러나 인조는 재조지은(再造之恩)을 외치대는 서인세력의 아성에 갇혀 외부정세를 파악하지 못해 병자호란과 정묘호란을 자초하고 말았다. 그 결과 나라꼴은 말이 아니게 되었다. 임금 자신은 청 태종 앞에서 이마가 으깨지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치욕을 겪었을 뿐아니라 부녀자만도 50만명이 넘게 끌려가게 만들었다.
나중에 이들은 돌아와서도 환향녀라는 별호가 붙어서 자결하거나 질시 속에서 살지 않으면 아니되었다. 그런 중심에는 무능한 임금 있었다. 한데 더욱 한심한 것은 자식인 소현세자를 죽이기까지 한 것이다. 이유는 볼모로 끌려간 청국에서 청의 왕실과 내통했다는 것이었지만 실은 사대부 세력들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고 끝없이 모함해 임금을 속인 것이었다. 그 바람에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던 소현세자는 부왕과 서인세력의 배척으로 그만 아까운 나이 33세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세자가 죽어간 모습을 전하는 기록을 보면 분통이 터뜨려진다. 병이 난지 3일만에 온몸이 새까맣게 변하고 아홉 구명에서 선혈이 흐르면서 숨졌는데 그것은 독살이 분명했다. 역사는 이때 침을 놓은 자가 인조의 총애를 받는 후궁 조귀인의 먼 친척이었다고 토를 달아놓고 있다. 이토록 무능한 왕, 인조가 왕위에 오르지 않고 계속 광해군이 보위를 지켰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하는 아쉬음을 떨쳐버릴수가 없다.
그리고 또 한사람으로 영조계비로 들어와 대왕대비로써 서인 벽파를 등에 업고 전권을 휘둘른 정순왕후(貞純王后)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나이 15세에 66세의 영조와 혼인을 하고도 억세게 운(?)이 좋아 권좌를 지켰다. 하지만 그 권세가 나라를 부강시키는 쪽으로 이용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랴마는 그렇지를 못하여 엄청난 역사와 나라를 퇴보시키고 말았다. 권력을 대의를 위해 쓰지 않고 오직 아버지의 당파인 노론 벽파를 위해 몰두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노론 정권의 끈질긴 생명력과 권력추구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서인에 뿌리를 둔 노론 정권은 선조시대이후 정권을 놓은 때가 없었다. 정변으로 잠깐씩 자리를 내주곤 했으나 노회한 반격으로 오뚝이 처럼 재기했다. 그들의 정치력은 사도세자를 죽이는데서도 빛을 발하였다. 개혁을 꿈꾼 그를 뒤주에 갇둬 죽게했던 것이다.
여기에 왕후가 관여한 것은 물론이었다. 또한 정조임금의 사망시에도 그는 석연치 않는 의심을 받았다. 왕의 임종은 왕비나 왕대비가 지키지 못하도록 엄격히 국법에 정해져 있는데 정순왕후는 자기가 지키겠노라고 사람들을 자리에서 내보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곡성이 터졌는데, 정조실록은 평소 정조와의 관계로 볼 때 목놓아 통곡할 인물이 아닌데 곡성을 높인 것은 의외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서인벽파의 발호는 어떠 했는가. 나이어린 순조가 왕위에 오르자 정순왕후는 대왕대비로서 전권을 휘둘러 나라를 쇄락의 길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천주교도를 물리친다는 구실을 들어 반대파를 숙청하는데 앞장서고 노론 벽파 세력들이 나라를 결단내는 데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책에 보면 정순왕후를 매우 현숙하고 지혜롭고 영특한 여인으로 기록해 놓고 잇다. 개비간택시에 다른 처자들은 부친 이름이 씌여진 방석에 덥석 앉거나 좋아하는 꽃을 물었을 때 화사하고 아름다운 꽃을 들먹였으나 그녀는 그렇지않았다는 것이다. 방석에 부친 이름이 씌여졌다는 이유로 그것에 앉지를 않고 꽃 또한 목화꽃을 좋아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연유를 물으니 목화꽃이야 말로 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하는 솜을 얻을 수 있는 꽃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여인이 집안과 당파에 봉사하지 않고 제대로 바른 정치를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라를 쇄락의 길로 내몬 것을 보면 그것도 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선 역사를 일별하면서 가장 아쉽게 느낀 것은 두 가지다. 바로 소현세자의 좌절과 효명세자의 병사이다. 먼저 소현세자는 누구보다 왕재를 타고난 인물이었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앞장섰을 뿐 아니라 직접 타국에서 장사를 하여 그 이익금으로 볼모로 잡힌 조선인 수천명을 고국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도 실학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었음으로 그가 왕위에 올랐다면 분명 부국강병을 이루는 군주가 되지 않았을까.
또 한사람으로, 효명세자(孝明世子- 추존왕 익종)이 있다. 그는 순조의 아들로서 할아버지 정조를 쏙 빼닮은 세자였다. 학문을 좋아하고 나라의 기틀이 무너져가는 것을 바로 세우고자 애를 많이 썼다. 친정기간동안 외척세력을 물리치고 인재를 구하기 위해 과거시험을 무려 50여 차례나 치른 왕세자였다.
그런데 백성들이 복이 없었을까. 그는 단명으로 쓰러졌다. 흔히 역사는 가정이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하고 이어서 분단된 역사가 지속되는 것을 생각할 적에 두왕세자의 통치력 발휘를 보지 못한 것은 여간 아쉬움이 크지 않는 것이다. 좀 더 빨리 외국선진기술을 받아들이고 균형잡힌 정치세력을 가졌다면 어찌 나중에 나라를 빼앗기고 분단으로 이어진 비극의 역사가 지속되었을까.
그런 면서에 두 왕세자의 경륜을 펴보일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다. 종편에서 방영중인 연속극을 보면서 그런 아쉬운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된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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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3-06-12 09: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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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역사는 가정이 없으니 필연에 의하여 움직인다고 보아집니다. 소현세자와 효명세자도 아쉽습니다만, 저는 계유정난 이후 함길도 절제사 이징옥이 세운 '대금황제국' 이 계속 번창하였다면 청나라 보다 먼저 여진을 아울러 중원을 위협하는 세력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때, 이징옥이 암살 당하지 않았다면 조선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역사가 달라 질 수도 있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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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6-12 0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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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선생님, 반갑습니다. 나라경영을 좀더 잘 할수 있는 인물들이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을 짚어보았습니다. 우리역사에서 아쉬운 인물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장보고가 내부 자객에 의해 살해만 되지 않았더라도 그야말로 해양대국을 만들었을 것이며, 숙종때 청국과 국경을 확정지을때 함경도 관찰사 이선부가 현지까지 올라가 정계비만 새웠더라도 우리나라 땅덩어리는 토문(지금부더 훨씬 서쪽)까지 넓혀졌을 것입니다. 또한 이징옥도 청렴한 장수였으니 파직시키지 않고 중용했더라면 여진족의 노략질을 막아낼수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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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3-06-12 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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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박학하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역사의 소리는 승리자에 의해 자행되는 기록이니
아무래도 진실이 많이 가려져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백제의 의자왕만 해도 신라에 의해 기록된 것이라 삼천궁녀가 낙화암에 빠졌다는 것도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그 당시 백제의 성에 삼천이나 되는 궁녀가 살만큼 넓지가 않았다고 하네요. 요즘 TV의 사극만 해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여 방영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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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6-12 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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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화선생님 반갑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소싯적 국사를 배울때 의자왕은 삼천궁녀를 거느리고 주지육림속에 빠져살다가 나라가 망했다고 배웠는데 승자의 기록에 의해 무능한 왕으로 몬것지지요.낙화암에 올라가보면 300명도 머물기가 어려운 적은 면적이지요. 난중일기를 보면 위정자라는 자들이 나라걱정을 않고 '무엇을 올려보내라'는 등의 언급이 많은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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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6-12 15: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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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조선의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의 말씀 공감합니다. 저는 조선의 역사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백제의 멸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백제 중흥기에 성왕이 어처구니 없이 죽지만 않았더라도 누가 삼국을 통일했을지 모르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나서 대륙백제의 역사가 사라진 점을 생각하면 통탄할 일입니다. 조선의 파당에 대하여 옛 식민사관의 역사도 그랬지만 드라마도 재미를 위해서인지 그 쟁의를 부각시키는 감이 있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좋은 말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역사를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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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6-12 1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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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성왕은 월등한 병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매복에 걸려서 어처구니 없는 죽임을 당했지요. 그때부터 급속히 쇄락의 길로 접어들었고요. 그리고 당파는 굳이 나쁘다고는 볼수 없으나 그 세력이 현저하게 한쪽으로 기울렸을때 나라가 어떤 꼴로 전락했는가는 역사가 증명해 보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정조가 죽고난 이후의 조선은 세도가에 휘둘린 령이 서지 않는 나라가 되어버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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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6-12 2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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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공무원 시험공부하느라 역사공부를 좀 했었지요. 제 친구중에는 역사에 도통해서 야사까지도 꿰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아무튼 역사는 미래의 교과서이니까 우리가 그냥 넘길 수 없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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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6-13 05: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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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사람이 짓고 사람살아가는 일이라 글을 쓰는데도 필요한것 같아 틈나는데로 읽어보고 있습니다. 늘 부지런히 읽어주시고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건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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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06-15 1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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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일 역사 공부를 합니다. 산사, 도시, 섬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역사가 아닌 것이 없는 것이 여행이거든요. 최근에 쓴 판문점 일원, 미아리고개, 인천 월미도 공원, 백마고지 일원 등 역사를 빼고는 쓸 수 없는 글이거든요. 그렇게 소재를 찾아 쓰다 보니 제 견문이 더 넓어졌구나 느낄 때도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히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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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6-15 14: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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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을 읽으니 그 말씀이 맞습니다. 선생님의 글들은 그야말로 역사이야기지요. 올려주신 글을 보며 늘 감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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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3-06-16 1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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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학교 때 건성으로 배웠던 역사적 사건들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뿐더러,
동북아 정세와 세계 질서의 맥락에서 차근차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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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6-16 17: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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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은 반드시 멸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2천년 동안이나 나라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했지만 경전에 꿀을 발라놓고 아이들이 그걸 핥으며 역사를 배우도록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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