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진화 선생님의 “자의적 유배생활”에 대한 글을 읽고 상념이 꼬리를 문다. 늦은 밤, 잠이 오지 않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방이 고요하니까 더욱 그렇다. 그곳이 마라도가 아니고 어디이든 살긴 사는 곳이고 따라서 산다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산 다”의 반대말은 “죽 는다”가 아닌가. 크게 나누면 사는 사람들이 있고 죽는 사람들이 있다. 즉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죽어 가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열심히 살아간다. 그런데 아무 희망이 없다고 좌절하며 삶을 포기한 사람은 죽어 가는 것이다. 종국엔 자살하는 부류다
그런데 살아가는 사람을 다시 나누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고 하루하루를 죽여 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우리같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반면에 쉬운 예로 교도소에 수감 되어 있는 사람들은 달력에 X 자를 표시해 가며 하루하루를 죽여 간다. 나올 날을 기다리면서 그러는 것이다.
그러나 삶을 포기한 사람이 아닌 한 이들 모두 의식하던 안하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것 같다.
‘ 토마스 칼라일’ 은 내 소유를 다 빼앗긴다고 해도 한 가지 희망을 가지고 산다고 하면서 인간은 희망에 기초를 둔 존재이므로 오늘을 소중하게 사랑하라고 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 ‘빅토르 프란클’ 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생사가 불분명한 그 비참한 환경 속에서도 유리조각으로 수염을 밀면서 얼굴단장을 하며 지냈다. 그는 몸이 건강하다고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미래를 믿고 희망을 잃지 않은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인간의 긍극적 자유는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사고를 스스로 선택하는 데 있다고 했다.
다정 다감하신 이 진화 선생님은 그 절해의 고도에서 수국과 선인장의 생명력을 보면서 언젠가는 마라도를 벗어나서 그리운 가족들 품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을 것 같다. 희망은 가졌더라도 정말 하루하루가 즐거웠을까. 그래서 열심히 사진 찍고 글을 쓰며 보람되는 시간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이 지루한 시간을 언제 끝내지 하면서 X자로 날짜를 죽여가며 보냈을까,과연 어떤 선택을 해서 이렇게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