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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권섭 |
날짜 : 12-08-16 08:30
조회 :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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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주
여수엑스포는 3개월 간, 93일 동안 행사를 했다. 엑스포에 참가한 나라 104개국은 매일 한 나라이상의 국가들이 의식행사 후 ‘민속공연’을 펼친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한다.
처음에는 엑스포에서 매우 자랑하는 빅오 쇼와 아쿠아리움, 스카이타워, 한국관, 주제관, 로봇관등이 호기심이 가서 여러 번 봤다. 볼만한 것이라 해도 더운 날씨에 똑 같은 내용을 자주 보니 흔쾌히 발길이 옮겨지지 않는다. 그 후에는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천막극장, 거리 공연, 국제관를 더 자주 찾았다.
경로에 해당하여 반액의 ‘전기간권’을 사서 93일 동안 다니려고 작정했지만, 2주일 다니니 나태한 마음이 꿈틀거리기 시작할 때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람이 “엑스포 홀에서 국가의 날 행사 후 보여주는 민속공연이 재미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매일 아침 8시 반에 가서, 민속공연만 보고 온다.’고 한다.
‘국가의 날’ 행사는 엑스포에 관련된 직원이나 해당국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의식행사인 줄 알았는데, 관람객 모두를 상대로 각국의 고유한 민속공연을 보여주는 문화공연이다.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댄스, 성악 현대 예술을,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국가들은 고유 민속공연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하나같이 검정 피부의 사람들이 등장하여 바닥에 북을 놓고 실컷 두들기는 공연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터키, 러시아, 스페인, BIE의 공연은 감탄으로 탄성이 절로 나는 우수한 공연이었다.
‘한국의 날’엔 국립예술원 60여명의 단원이 화려한 의상으로 ‘환희의 너울’이라는 주제로, 한국 전통의 대표적인 궁중무용과 민속무용을 선별하여 바다와 사랑, 삶이 함께 어우러진 새로운 스토리의 문화공연은 환상적이었다.
스토리는 ‘생명과 재생의 바다 위로 떠오른 연꽃 속에서 나온 두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니, 온 세상이 사랑과 생명의 환희로 어우러져 새로운 꽃들이 만발하고 생명이 무성해진다. 바다와 함께 자연의 흐름과 하나가 되니, 땅과 바다와 사랑의 기쁨이 흥이 되고 장단이 되고, 몸짓이 되어 세상을 울리는 흥겨움으로 넘쳐난다.’
공연은 연화대, 사랑가, 부채춤, 선유락, 진도북춤이 어우러져 ‘환희의 너울’ 대단원을 이루게 된다. 시종 감격과 설렘으로 손에 땀이 난다. 우리 민속공연을 보고 난 후로는 다른 나라 공연은 시덥지 않게 여겨진다. 우리나라 풍류는 세계 최고 일성 싶다. 화려한 의상하며 고이 접고 휘어져 감기 우는 춤사위는 가히 찬탄지경이다. 또 사물놀이의 흥겨움은 온몸을 들썩인다.
매일 각국의 민속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흥미진진한 관심거리다. 비행기 안 타고 떠나는 세계여행, 국제관이 있지만, 진짜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공연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것은 ‘엑스포 홀’에서 보여주는 공연이 진수(眞髓)였다. 처음 국가의 날 공연을 보고서는 ‘매일 와야겠다.’는 다짐이 서 졌다.
알고 보니 일찍 오는 사람들, 30여명에게는 수기를 나눠주어 해당 국가를 국기로서 환영하고 기도 모을 수 있는 기회였다. 기가 한 두 개 모이니 수집의 취미를 맛 들게 한다. 그리고 몇몇 나라들은 자국의 상징이 되는 배지를 나눠준다.
민속공연도 보고, 수기, 배지도 모여지니 어느새 '국가의 날'광이 되어버렸다. 정문에서 입장은 8시 30분이지만, 전 기 간 권 소지자들만도 7시만 되면 100여명이 줄을 선다. 그러니 30명 안에 들려면 더 일찍 오려고 전쟁이다.
정문이 열리면,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엑스포 홀’까지 온 힘을 다하여 질주한다. 어느 날은 배낭에 넣었던 방석, 부채가 땅에 떨어졌는데, 이것도 모르고 뛰었다. 300m 거리 이지만 계단, 굽은 길을 뛰고 나면 숨이 차 헐떡거린다. 그런데 엉큼한 사람 중에는 늦게 와서 새치기한다. 이맛살을 찌푸리고 나무라면 물러나는 사람도 있지만, 가끔 철면피들은 끝까지 버티는 사람도 있다.
900명의 관람석이니 9시에 와도 공연은 관람 할 수 있지만, 수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으니, 그것을 타려고 안간 힘을 쓰는 것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탓으로, 일찍 간다.
그날은 내가 제일 일찍 온 날이었는데, 늘 출입구에서 주던 기를 주지 않는다. 공연장에 입장하여, 출입구 동편 의자에 앉아서 허탈하게 주시하고 있는데, 중앙 앞좌석에서 웬 기를 나눠주고 있다. 나 보다 늦게 온 사람들 10여명이 받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4시에 출발하여 버스도 다니지 않아, 걸어서 5시에 정문에 왔는데 7시에 온 사람이 받으니 경쟁심이 불끈 난다.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의자와 의자를 뛰어 넘어 쏜살같이 질주했다.
기를 받기 위하여 승벽부리다 보니 어둔 공연장에서 잘 보이지 않아 ‘금지 석’지주 스테인리스에 걸려 넘어졌다. 핸드폰이 바닥에 팽개쳐지고, 오른 쪽 무릎이 깨져 선지피가 나온다.
다행이 검은색 등산 바지를 입어서 겉에서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아, 태연한 척 했으나 온몸이 고층에서 떨어진 것 같이 욱신거린다. 신로심불로는 속바람이다.
방둥이가 뻐근하고 하늘이 빙빙 돈다. 그렇게 해서 겨우 수기를 탔다. 다리가 다치고 엉덩이가 뻐근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즐겁게 공연은 보았다. 해낸 성취감 때문에 그래도 안도의 기분이 든다.
‘서포터’로 뽑힌 사람들은 으레 태극기와 해당국 수기를 받았다. 일반 관객들은 겨우 30여명만 받는다. 뒤에 서면 못 받고 허전함을 맛본다. 그런 가운데 60 여 개의 수기와 100여개의 배지를 모았다.
황혼에 젖어든 내가 수기, 배지, 스탬프 기념도장 가진들 누가 부러워하겠는가! 하지만 나는 즐거웠다. 사는 날 동안 한 때 열심히 뛴 작은 흔적이 뿌듯하다.
직장 생활 할 때도 매일 3~4시에 일어나 4~5시에 조반을 마치고 깜깜한 새벽에 출근했는가! 반문한다. 그렇지 안했다. 7시만 가도 제일 일찍 출근이다. 기회를 얻어 인생 한 때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내 남은 삶 어느 때 이러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말인가! 즐거운 마음으로 보낸 한 때 였다. 일, 공부, 운동, 道도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나!’ 늦은 나이에 생각이 든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져라’ 입만 벌릴 것이 아니라 ‘흔들고, 장대로 따는 노력이 소중하지 않겠나.’싶다. 여수엑스포가 끝나는 날, 다쳤던 오른쪽 무릎도 다 나았다.
오색찬란한 세계 만국기가 서재에 아름답다. 세계 각국의 배지가 아름다운 표지(標識)로 빛난다. 박람회, 태극기, 성조기, 오성기, 적십자, 유엔마크, 상해박람회, 삼색기, 도끼 낫. 달, 별, 나무, 고기 등등 제 각각으로 오묘하게 생긴 배지가 볼 수 록 신비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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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8-16 0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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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는 것이 있다면 여수 엑스포 소식이요. 또 런던 금메달 소식들이었는데, 이제 다 그 문을 닫았습니다. 그 문 닫고 나니 억수로 쏟아붓는 빗줄기 타고 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입니다. 김권섭 선생님 ! 무더위도 다 이기고 이제 가을의 문턱에서 더욱 더 건강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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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08-16 1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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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선생님! 반갑습니다. 늘 여일하게 어느 곳에서나 친절하고 인자하신 모습 기쁨입니다. 진실하시고 소탈하신 고매한 인격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이 만사형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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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08-16 2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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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엑스포에 쏟은 김선생님의 열정이 놀랍습니다. 서재에 놓인 만국기와 배지들을 바라볼때마다 그 날의 일들이 추억으로 새록새록 피어나리라 믿습니다. 좋은 추억 소중히 간직하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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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08-16 2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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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선생님! 반갑습니다. 자주 찾아주시고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여수시민으로서 관람객수도 고려하여 몸이 불편해도 힘들어도 일부러 자주 찾았습니다. 30만 인구가 사는 중소도시에 예상 목표 관람객 800만~1200만명을 목표했으니 시민으로서 의무감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800만명이 넘어서 안도했습니다. 오늘 여수 앞 바다에 무지개가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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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2-08-17 1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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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께 인사드립니다.
저도 비슷한 '질주' 경험이 있습니다. 그 때 전 앞니가 상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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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08-18 0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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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질주도 젊을 때 해야지 나이들어 하면 사고 나기 딱이었습니다.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인들이 '나이 들 수록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선생님께서도 큰 일 날 뻔 했군요. 늘 건강 하세요.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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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2-08-23 08: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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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틀 동안 시작부터 끝까지 보고 마지막 날에는 오동도 향일암 금오산을 다녀 오후에 서울로 아쉬움을 가지고 오면서 '한 번 더 오지-' 하였는데 엑스포가 끝나버렸습니다.
엑스포니까 국제관을 더 보고 싶었는데요. 그걸 전기간권으로 보셨으니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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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08-23 1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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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고 사랑하는 일만선생님! 탁월하신 재능과 만능의 재주로 전국토, 온 세계를 샅샅이 문학적으로 해부하시어 보여주시는 역량과 수고에 찬탄을 금 할 수가 없습니다. '문경세재'를 가서도 어떻게 그렇게도 알겠습니까! 여수엑스포를 관람했어도 선생님께서 전하신 내용처럼 어떻게 그렇게 소상히 알겠습니까! 일만 선생님의 출중하시고 박학다식한 실력을 흠모하며, 늘 건강하시어 周遊天下가 더욱 아름답게 글과 사진으로 빛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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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현 |
12-08-26 2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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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저 부럽고 부러울 뿐입니다. 모으신 수기와 배지는 단순한 수집품이 아니라 역사의 끄 때 그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열정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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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08-27 07: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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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최원현선생님, 참으로 선생님께서는 저술, 사회 문학 작가 활동 등 시공을 초월한 삶을 사신 것 같습니다. 많은 저서와 다방면의 활동에 찬사를 보내며 '한국수필작가'로서 길이 존경의 표상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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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2-09-03 0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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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엑스포를 맞이해 좋은 글을 막 쏟아 내시네요.
올곧은 성품, 뜨거운 열정에서 선생님의
삶의 얼마나 뜨거운가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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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09-04 1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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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박국장님! 감사합니다. 어디서나 솔선수범하시고 어려운 일
마다하지 않으시고 '한국수필작가회' 단합과 발전을 위하여 힘쓰시니 고맙습니다.
93일 전기간권을 구매하여 천재일우라 생각하고 매일 다녔던 날들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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