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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용순 |
날짜 : 12-10-01 15:01
조회 :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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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를 생각하며
논어를 읽다 가슴이 뜨끔한 문구를 만났다. 子遊問孝. 子曰 “今之孝者,是謂能養, 至於犬馬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자유가 효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답하였다. “요즈음의 효는 부모를 그저 봉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개나 말도 먹이고 돌 볼 수 있지 않는가. 만약 공경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와 무슨 구별이 있겠는가?” 과연 나는 공자의 이 말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얼마 전, 병중에 계시던 장모님이 돌아 가셨다. 장모님은 척추 수술에 이어 양쪽 고관절 수술 등 돌아가실 때까지 2년여 동안 가까운 도시의 요양원, 요양병원, 대학병원 등을 전전 하셨다. 아내가 무남독녀인 까닭에 뒷바라지 할 사람은 오직 아내와 나 뿐이었다. 한동안은 매일같이 병원에 다니기도 하였고 요양병원에 계실 때에는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문안을 드렸다. 나름대로 아내가 고마워 할 만큼 최선을 다하였다. 장모님의 뒷바라지는 좋든, 싫든 마땅한 나의 도리(道理)라고 생각하였다.
공자 말씀은, 도리만으로 병 뒷바라지를 하였다면 개나 소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단순히 의무감으로 병난 부모를 병원으로 모셔서 치료 받게 하는 것만으로 효(孝)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과연 나는 진심으로 장모님의 건강을 위하고 하루라도 더 사시기를 걱정하면서 병원으로 모시고 다녔을까? 그렇다고 선뜻 대답하기가 주저해 진다. 나뿐만 아닌 아내도 팔순을 넘긴 어머니의 건강을 깊이 걱정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돌아가신 후 마음이 편하지 못하여, 소용은 없지만 뒤늦게랴도 진심어린 명복을 빌어 드리고 있다. 근본적으로 나의 효와 덕(德)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뭔가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다.
효(孝)란 자신 생명의 근원인 부모님을 성심성의로 공경하고 사랑하는 것을 말하며, 낳고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자식의 도리이며 가장 사람다운 일이라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효다운 효를 행하기가 쉽지 않다. 농경시대와 달리 현대에는 병든 부모님을 집에서 모시기도 힘들다. 톱니처럼 물려 돌아가는 산업사회에 어느 식구도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아무리 부모 때문이라 해도 생업과 사회적 책임을 중단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나 사회가 이 문제를 담당하여 노인들의 수용소인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기계적인 보살핌을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부모를 요양원에 모셔야 하고 바빠 자주 문안드리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문우(文友) 중에 동해안에서 개업한 의사가 있다. 그는 틈나는 대로 요양원에 의료봉사를 나간다. 동해안에는 경관이 좋아 이름난 요양원이 많다고 한다. 병든 부모를 먼 요양원에 맡겨 놓고 자식들은 일 년 내내 문안도 오지 않고 온라인으로 비용만 보낸다며 개탄 하였다.
구순이 가까운 나의 어머니도 얼마 전 요양병원으로 가셨다. 다섯 자녀를 낳았지만 어느 자식 집에도 가지 못하셨다. 자녀들 모두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형제자매들 누구도 대소변을 처리하며 곁을 지켜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장남인 나는 멀리 떨어져 살아, 자주 문안드리지 못하여 마음이 더욱 무겁다.
부모사랑은 자식사랑과 다르게 본능이 아니다. 신(神)은 오직 유전자 보전(保全)에만 관심이 있어, 유전자를 계승 시켜줄 자식은 사랑하라는 본능을 주셨지만, 부모는 신의 관심 밖이었다. 낳은 자식을 사랑으로 잘 길러야 다음 세대로 무사히 유전자가 이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식에게 유전자 계승을 끝낸, 부모는 인간들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말일 것이다. 연로하신 부모가 병원에서 사경을 헤맬 때와 자식이 사경을 헤맬 때의 충격과 슬픔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후천적 교육으로 생긴 도리(道理)와 선천적인 본능의 차이라 하겠다.
옛날과 달리 평균 수명이 늘어나 늦게까지 부모가 살아 계시는 것도 문제가 된다 하겠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대부분 돌아가시기 10여 년 전부터 건강을 잃고 의술(醫術)에 의지하다 돌아가신다. 근래에는 80대, 90대의 부모와 60대, 70대의 자식이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다. 옛날이라면 자식도 이미 천수(天壽)에 이르렀다, 천수를 누린 부모가 돌아가시면 오래 살아 좋은 죽음인, 호상(好喪)이라 한다. 호상인 상가(喪家)에는 곡소리와 함께 웃음소리도 들린다. 천수를 넘긴 죽음은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섭리임을 자식들이나 조문객들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자는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효(孝)를 꼽았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어찌 임금이나 친구, 가족에게 최선을 다할 것인가 하였다. 효는 단순한 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됨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효(孝)를 백행지본(百行之本)이라 하였다. 요즈음에는 예의와 도덕, 더불어 효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현대인의 인간성, 도덕성 때문만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가 더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농경사회와 다양한 현대의 산업사회는 인간의 생존방식에 많은 차이가 있다.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예와 도덕도 변질 되고 있다고 보아진다. 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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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0-01 1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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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의 글을 읽고 저도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저도 부모님 모두 작고하시고, 처가에 장모님만 생존해 계십니다. 올해 93세이십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부모님께도 효도를 다 하지 못한것이 죄송스럽고, 저는 할머니를 무척 따랐었고, 할머니께서도 저를 무척 사랑하셨는데, 살아계실 때 할머니 마음을 더 편안하게 못해드린 것이 이렇게 추석이나 설명절이 돌아오면 뼈에 사무칩니다. 특히나 할머님 기일이 양력으로 9월 27일 추석 무렵이어서 더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김용순 선생님 즐거운 추석 맞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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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10-03 07: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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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여러 이유로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하여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면서 후회스러운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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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0-02 08: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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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오늘날에는 부모님이 살아계신 자녀들은 선생님의 생각과 별 차이가 없이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농경사회에서 같이 살때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산업사회, 정보화사회에서는 각자 누구나 대부분 흩어져 살게 되었으니 어찌할 수 없는 노릇 같습니다. 과거는 장수가 축복이였을렸지 몰라도 오늘 날은 속으로는 대부분 재앙인듯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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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10-03 07: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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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반갑습니다. 우리 세대들은 대부분 부모님 문제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겨우 숨만 쉬면서 연명하는, 그렇게 늘어난 평균 수명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축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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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2-10-02 0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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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성장의 작가! 그 그대가 커갑니다. 살아 있을적에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잘못한 것만 새록새록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부모님에 대해 그 향수는 더욱 짙어지는 것 같습니다. 김용순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부모님을 생각하며 그리움의 안개속을 헤메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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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10-03 07: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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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생님 잘 지내시죠. 폭풍성장?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 노벨상 탈 수 있을까요?ㅎㅎㅎ
요즈음은 부모님 때문에 가슴 무거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 세대가 겪어야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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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10-02 2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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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몇차례의 통화에서도 전혀 내색을 안하시기에 몰랐습니다. 뒤늦게나마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자식된 입장에서야 부모님 사후 후회만 남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습니다만 孝의 가치가 점점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두 분, 슬픔 이기시고 부디 마음의 평정을 되찾으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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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10-03 0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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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장모님은 산수가 빼어난 곳의 절에 모셨고요. 장례도 조용하게 우리 식구끼리 치루었습니다. 이번 일요일이 49제 마지막 제사 입니다. 병원에 모시고 다닐 때, 진심이 없었던 것 같아, 이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얼마전 요양병원에 들어가신 내 어머니 때문에 가슴에 바위를 올려 놓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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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2-10-03 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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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의 '孝에 대하여'란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孝는 우리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잡다한 인간세상에서 잡다한 효의 그림자를 봅니다.
그래도 김용순 선생님은 효자축에 드는 것 같습니다.
효를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을 하시고... 또한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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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10-04 07: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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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생님, 저가 효자 축에 든다니 부끄럽습니다. 한 분은 가셨지만, 부산에 계시는 어머님 때문에 항상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 자식 세대들은 이런 마음이라도 가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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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2-10-03 14: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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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말씀, 말씀. 정곡을 찌르고 가슴이 시리어 옵니다.
누군들 윗사랑에 떳떳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것이 차마 아래사랑처럼 본능이 아니기에
더욱 가슴이 아린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절기, 항시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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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10-04 0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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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언제쯤 한 번 소집하세요. 막걸리 잔 앞에 놓고 회포를 풀어야지요. 소집 통지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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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10-05 2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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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효도를 해도 부모의 은혜를 갚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음만이 앞설 뿐 몸은 항상 뒷전에서 머뭇거리는 불효를 저지르며 삽니다.
부모님께 받은 큰 사랑을 만분의 일도 보답하지 못한 채 자식 사랑으로 대신하는 것이 인생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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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10-06 1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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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 선생님, 오랫만입니다.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사실 요즈음은 효다운 효를 행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혼자서 사는것이 아니니, 내마음 같지도 않고요. 자식 문제는 둘 마음이 하나지만, 부모 문제는 한 마음이 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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