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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야 !
작년 여름이었어!
나는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며늘아기가 방학을 맞아 손자 두 명을 데리고 우리 집에 오는 걸로 알고 있었단다.

이번에는 무슨 참신한 요리를 개발해 선 보일 것인가. 직장에 다니면서 제대로 요리실습할 시간이나 있겠냐만 너는 시어머니에게 점수 딴다면서 방학 때면 의례히 이것 저것 색다른 요리 박스를 들고 오지 않았겠니?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냐?
30대 중반 나이의 새파란 젊은이가 무슨 암이란 말이냐?
그것도 즉시 입원하여 수술로서 위 전체를 적출해야 한다니 너무나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더라.
일산암센타를 나서다가 그냥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우리는 소리없는 눈물만 줄줄 흘렸구나.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더라. 어쩌면 거짓말 같기도 하고 의사가 오진한 건 아닐까 의심도 가더라. 믿기 어려웠지. 하늘이 원망스러웠지.
멍청히 정신을 놓고 얼마를 울고 나서야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고 곧바로 수술준비를 해서 다시 병원으로 갔구나.

다행히 잘 아는 닥터의 도움으로 수술과정이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그 와중에도 너는 참 잘 참아내고 있더구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답게, 묵묵히 침착하게 자신의 현재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어.

그리고 어언 1년이 지났구나. 그 무서운 항암치료를 받으러 서울도 아닌 먼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오고 가기를 1년 여 만에 너는 마침내 항암치료를 끝내게 되었구나.

 며늘아기야!
손자 녀석들은 날마다 출근하던 에미가 집에 있어주니 멋도 모르고 좋아라 하는데 너는 그야말로 그 독한 약으로 지치고, 음식을 먹지 못하여 빈혈로 쓰러지고, 머리칼은 빠지고, 젊은 나이에 암을 앓으며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슬퍼하며, 그래도 그 긴 인내의 강을 잘 건너온 게 틀림없구나.

이제 석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체크 받는다 하니 그만해도 얼마나 마음이 홀가분하냐.

너가 그리 아프고 괴로울 때 별 도움을 주지 못한 이 시어머니는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너를 위해 내가 한 것이라곤 기도밖에 없었지.
그러나 너는 잘 참아냈어. 이겨냈어. 어렵고 힘든 한 고비를 훌쩍 뛰어넘은 거란다.

장하다!  정말 대견하고 신통하다. 불평도 없이, 힘 든다고 하소연도 안 하고 의연히 암을 이겨낸 너를 칭찬하고 싶구나.
계속해서 건강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다시는 그 독한 약 먹지 않고  방사선 치료 더 하지도 말고 그대로 깨끗히 회복되기만을 빈다.

며늘아기야!
나는 너에게 '고맙다. 잘 싸웠다!' 라고 격려를 보낸다.
加油! 힘 내자!

 2011 가을 밤
시어머니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