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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진화 |
날짜 : 11-12-06 01:58
조회 :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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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무도화
이진화
어린 시절 나는 춤추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면 겨우 걸음마를 할 때부터 음악만 나오면 리듬에 맞추어 춤을 췄다고 한다. 특별히 배운 적은 없어도 누군가 춤을 추면 유심히 쳐다보며 따라했고, 동네 언니가 고전무용 연습을 할 때는 몇 시간이고 옆에 앉아서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염려하면서 배우고 있는 피아노나 더 열심히 치라고 꾸중을 하셨다. 어떤 선입견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피아노를 치는 것이 훨씬 품위가 있고 딸이 그 방면에 재능이 있다고 여기셨을 것이란 추측을 한다. 하지만 나는 결국 좋아하던 피아노도, 춤도, 그림도 하지 못하고 인문계에 진학하여 평범한 삶을 살게 되었다.
춤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다가 졸업발표회를 하는 무용과 친구의 리허설 장면을 보면서 춤에 대한 로망이 반짝 깨어난 적이 있다. 몸으로 정서를 표현하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춤은 아주 먼 세계의 일이 되었고 나의 동작은 오직 일상생활에 국한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문득 내 의사와 관계없이 몸이 유연성을 잃고 굳어져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항상 쓰는 근육만 쓰는 노동과 운동을 멀리하는 게으름이 몸을 녹슬게 한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아마 그 부분과 연결된 뇌세포도 미처 발달을 하지 못했으리라.
라디오에서 흥미로운 내용의 방송을 들었다. 사람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노래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춤을 출 때이며, 파킨슨씨병에 걸린 60대의 미국 여성은 춤을 추면서 완전히 병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파킨슨씨병이 얼마나 어려운 병인지는 시어머니 간병을 해봐서 잘 알고 있는데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놀랍다. 등산이나 헬스클럽에 가는 것도 여의치 않고, 70대의 고모님도 고전무용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시니 나도 한 번 춤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마침 일이 년 뒤에 크루즈 여행을 하자는 문우들의 제안이 있어서 스포츠 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스텝은 고사하고 내 몸의 근육과 관절이 얼마나 내 마음과 먼가를 깨닫는데 서너 달이 걸렸다. 무도화를 신을 때마다 오늘은 좀 더 친해보자 다짐을 하지만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하고 유연한 근육질 강사의 동작은 보면 꿈만 같았다. 종종 텔레비전에서 단 일주일 만에 새로운 장르의 춤을 배워서 발표를 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반복된 훈련에 의해 그렇게 완성도 높고 멋지게 달라질 수 있구나 감탄을 한다. 한 잡지에는 발레리노로 변신한 노숙자들에 대한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술에 취한 채 길에 웅크리고 자던 사람들이 땀 흘리며 춤을 추면서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말해주었다. 연습과 훈련을 거친 그들은 실제로 발레 공연에 군무로 출연을 했다고 한다. 길에서 무대로 그들의 삶터가 전격적으로 바뀌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춤을 배우며 내 몸의 관절과 근육을 사귀던 중에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다. 보도블록 꺼진 곳에서 넘어져 발목을 다치면서 인대가 심하게 손상되었다. 발목에 부목을 대고 지팡이를 짚게 되었으니 무도화는 고사하고 일반 신도 신을 수가 없는 형편이 되어 버렸다. 집도 삼층, 사무실도 삼층이라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고 두 주가 지나도록 거의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집에서 머무는 동안 중에 몸이 많이 불편한 분들이 생각나서 이리저리 안부를 전했다. 뇌수술을 한 분, 뇌졸중으로 투병하는 분, 척추수술을 하고 누워있는 분, 고관절을 다쳐서 입원해 있는 분, 항상 휠체어나 목발을 짚고 다니는 분에게 차례대로 전화를 걸었다. 동병상련이라고 내가 아파보지 않으면 남의 아픔이 쉽게 와 닿지 않는 것이 사람의 속성이란 걸 깨닫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반신마비가 된 지인은 ‘그래도 그건 좀 있으면 낫는 병이니 걱정 말아요’라고 오히려 격려를 해주었다.
몸이 아프기 전에는 모르다가 아파봐야 거기 소중한 머리가, 손과 발이, 위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요즈음 나의 신경은 온통 다친 발에 가있다. 낫고 나면 더 운동을 열심히 해야지, 어서 나아야 뛰어다니며 일을 할 텐데, 끌어당겨서 생각을 하다가 탈의실 구석진 곳에 있을 무도화가 궁금해진다. 비록 초보 무용수이지만 나의 빨간 무도화가 몹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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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12-06 1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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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생님, 길가다 넘어져서 발목을 다치셨군요. 잘 보고 다니시지 그랬어요. 빨리 나으셔서 빨간 무도화를 신고 힘껏 뛰어 보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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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2-07 0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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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맙습니다.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도화를 신으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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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12-06 22: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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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순간에 부상이라니 애석합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크루즈 여행과 스포츠 댄스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혹시 船上에서 스포츠댄스 발표회라도 가지실 계획은 아니셨는지요, 멋진 착상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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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2-07 0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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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순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크루즈 여행을 하면 배 안에서 선장이 주최하는 댄스파티가 있다고 하네요.
춤을 못 추면 배 안에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가 될까봐 시작을 했던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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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12-07 1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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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많이 아프실텐데 전 왠지 웃음부터 나올까요?
선생님을 떠올리면 귀여운 꼬마인형이 떠오르고
춤을 배우다가 발목을 다쳐 목발을 짚고 걷는 모습도
귀엽고 천진하게만 느껴지니 말입니다.^^*
어여 나으셔서 멋진 춤 솜씨 발휘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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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2-07 2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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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늘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춤을 잘 춘다는 것은 하나의 로망이라
얼마나 실현이 가능할 지는 모르지요.
'노바디' 춤을 함께 추던 때가 생각납니다.
잘 추고 못 추고를 떠나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참 즐거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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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12-07 14: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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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집사람은 가끔 모임때 저 춤추는 것을 보고 작대기가 움직이는 것 같다고 혹평을 합니다. 그래도 저는 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저의 아버지께서는 육군 장교시절 동두천 미군부대에서 근무하시며 댄스를 많이 추셨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도 비록 작대기 춤이지마는 춤추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춤꾼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부디 쾌차 하셔서 날아갈듯한 춤사위를 보여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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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2-07 2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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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ᆢ임재문 선생님의 춤사위야 익히 알고 있지요. 가무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이
있으시다는 것도요. 매일 생활 속에서 많이
웃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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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12-07 1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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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우연한 사고와 작은 다침, 글을 읽으며 새삼 사람의 신체적인 조화를 생각해 봅니다.
어느 생리학자가 쓴 신체에 관한 에세이를 패러디하자면, '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그립지 않은 것이 없더이다. 서로가 혼을 맞대고 숨을 나눌 때 그것은 상생이 되고, 조화가 되어 비로소 삶을 지탱하게 되더이다.'
빨간 무도화가 그리워지는 것은 삶에 대한 애정일 것입니다. 고르지못한 날씨에 쾌차를 빌며, 건강하신 선생님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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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2-09 10: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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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임병문 선생님.
정말 우리 몸에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선생님도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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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월 |
11-12-07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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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은 너무 재능이 많으시군요.
춤을 배우시는 중에 발목 부상을 당하셨다니 더욱 마음이 아프시겠네요.
무재주가 상팔자가 아닌듯...ㅎㅎㅎ
두 다리로 가고 싶은 곳 맘대로 다니고
어서 완쾌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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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2-09 1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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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월 선생님, 재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건강관리를 잘한 분들은 몸의 자세부터가 다르더군요.
여행을 즐기시는 선생님은 늘 건강하시리라 믿으며,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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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영희 |
11-12-11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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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구청 저 위 산 쪽에 단전 호흡을 배우러 갔다가
발을 다쳐 한 6개월 고생한 기억이 되살아 나는군요.
재미있어라.
춤은 배워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얼른 나아서 계속 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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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2-17 17: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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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희 선생님, 오랫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아프다는 걸 종종 잊을 만큼 회복이 되고 있습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하고 따스한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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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1-12-16 0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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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 중에 최대 실수는 춤과 골프를 못 배운 것입니다. 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세상을 둘러 보며 부질없는 일이었음을 알게 되었구요. 선택된 사람들이 모이는 골프의 세계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고 생각됩니다.말을 타다 낙마하듯이 춤을 배우다 낙상이라는 것이 극적이라면 오발일까요? 남녀 단둘이 추는 춤도 그렇지만 여럿이 함께 하는 춤은 얼마나 멋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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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2-17 1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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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선생님, 예전에는 그런 편견이 많았지만 요즈음엔 골프나 춤이나 좋은 운동과 취미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골프는 치지 않습니다만, 세계 어디를 가나 그 나라 고유의 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추고 보며 즐기더군요.
일만 선생님은 여행과 사진에 달인이시니 부러우실 게 없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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