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특이하게 간통죄라는게 있다. 사실 지금은 유명 무실한 감도 있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법률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배우자의 배신을 응징한다거나 성적 무시를 당하는데 대한 복수의 방법일 뿐만 아니라 이혼 소송을 하면서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 청구를 하는데도 참으로 적절하게 활용되는 제도이다.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잡으면 칼자루를 쥔쪽은 전승기념물을 획득한 것처럼 의기 양양하고 들켜서 끌려온 쪽은 고양이 앞에 쥐처럼 온몸이 오그라들며 큰 죄인이 된 얼굴로 기가 죽은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 없다. 조사실에 잡혀 오게 되면 몇가지 서류를 준비해 와야하므로 시간이 좀 걸리는데 그러다 보면 한쪽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는 불륜 남녀는 시간이 갈수록 뻔뻔해진다고 할까 아니면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포기하는건지 제법 대담해지며 막상 조서를 받으려고 하면 십중 팔구는 부인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죄목이 참 요상하여 둘 중에 한사람의 자백만 받아내면 구속영장을 받아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조사관들은 불륜 남녀가 서로 말을 맞추지 못하도록 따로따로 앉혀놓고 그 중 약한 사람을 추궁하여 자백을 받아낸다. 그 후에 뒷 이야기를 들어 보면 도중에 고소취하를 하여 부부가 다시 사는 경우도 있고 (이경우는 대부분 남자가 불륜을 저질렀을때이고 불륜녀는 남편과 갈라서는게 보통이다), 어떤 사람들은 형을 살고 나와서 보라는 듯이 아예 새살림을 차리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나마 이런 이야기들은 순진했던 시절의 고전을 듣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예전에는 간통죄를 폐지하면 남편들의 바람 피는 풍조가 만연되어 여성만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피해를 입을 위험이 높다고 하여 여성단체등에서 반대했었으나, 요즘은 오히려 폐지하는 것이 여성인권 신장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찬성쪽으로 돌아 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백이 있어도 악의적이고 불량한것이 아닐경우(?)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가정법원에 조정 위원이라고 있는데 내가 아는 분이 그 일을 한다. 정초에 인사차 만나 골뱅이 무침을 시켜놓고 쐬주 한병씩 하면서 나눈 이야기다.
조정위원 자리에 앉아 있다보면 그들 부부의 증오에 찬 분위기때문에 숨이 막힐지경이라고 했다. 기껏 다시한번 잘생각해 보라고 권하지만 남의 속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네까짓것들이 뭘 아느냐는 눈치까지 주는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신청인중 7-80% 가 여자라는데 이혼 신청 사유가 전에는 때린다, 주벽이 심하다, 도박이 심하다, 바람을 피운다, 의처증이 있다가 주류였는데 , 요즘은 성격이 안맞는다, 무능하다로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성격이 정말로 안맞아서 이혼하려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부부의 성생활 문제가 원만치 못한것을 성격차이라고 신청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요즘 특이한 경향은 남자들이 여성의 부정행위를 문제 삼아 이혼신청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남자들이 신청한 경우에도 여자가 뉘우치거나 주눅이 들기는 커녕 오히려 서슬이 시퍼래져서 오죽하면 내가 그러겠느냐는 식이고, 모든 원인은 남자가 동기를 제공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책임을 떠 넘긴다고 했다.
몇번 조정을 진행하다보면 남자가 잘못한 경우에는 이제 그만 화를 풀라고 여자를 달래면서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각서라도 쓰겠다고 사정을 하면 여자는 더 펄펄 뛰면서 이런 자리까지 오게 된것이 누구때문인데 무슨 잠꼬대를 하는거냐고 하면서 양념으로 코웃음까지 친다고 했다. 그깟 공수표 같은 각서 한두번 써봤느냐고 하면서 이젠 진짜 수표라도 사양한다고 막무가내라고 했다.
여성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고 경제적인 형편을 물어 보며 좋게 할것을 권하면 그런것 까지 생각할 여지가 없다고 하며 현실과 맞닥뜨려 한판 뜨자는 용감 무쌍한 태도를 보이는데 놀라지 않을수 없다고 했다.
여자가 잘못한 경우에도 남자가 지지리도 못났으니까 내가 이렇게 됬지, 네가 잘했으면 내가 그랬겠느냐고 하면서 조금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고 했다. 자식문제를 꺼내어 한번쯤 기회를 주라고 권하면 지애비더러 키우라고 하면 되지요 한단다. 더군다나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남자가 무능할 경우 무능한 아버지 혼자서 어떻게 키우느냐고 하면 그런 애비를 만났으니 그 애 팔짜죠 한단다. 요즘 문제 아이들은 부모의 불화가 원인이라고 끈질기게 경종을 울려주려고 해도 콧방귀도 안뀌는 표정으로 자기만 챙길면 된다는 식이라고 했다.
물론 남자의 처신이 잘못 되었던지 그래서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됬겠지만 예전 처럼 참는 시대가 아니고 그냥 끝내버리려는 매정한 세상으로 완충없이 너무 빨리 변하는것 같고,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사정으로 무능해지는 남편들이 늘어나는데 심히 걱정이 아닐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