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짜리 손자가 장난을 하다 손가락을 다쳐서 상처가 조금 생겼다. 마침 아이를 잠시 맡겨놓고 외출했다가 돌아오던 할머니가 휴대폰으로 물어왔다.

“여보. 아이 잘 놀지요?” “응, 그런데 조금 다쳤지만 괜찮아.”

“뭐라고요? 어디가 어떻다고요?” “손가락을 조금 다쳤어.”

“어디가 다쳐요? 잘 안 들려요. 크게 좀 말해 봐요”

다쳤다는 말에 놀란 모양이다. 대단한 것이 아니라 집에 왔을 때 이야기해도 되는 것을 공연히 말한 것 같았다. 그런데 크게 말했지만 지하철에서는 소음이 커서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아 문자로 찍어서 보냈다.

“애새끼손가락이조금다쳤어.” 그러자 답신이 왔다.

“어디가얼마나다쳤는데요?”

“장난감에조금긁혔는데밴드를붙여서괜찮아”

별 일 아니라는 말에 안심이 되었는지 잠시 답신이 없다가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그런데애보기가아무리힘들다고애새끼가뭐에요”하고 핀잔을 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방금 전에 보낸 문자를 다시 살펴보다가 피식하고 혼자 웃었다.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려면 보통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붙여 쓴다.

‘ 애 새끼손가락이 조금 다쳤어’ 라고 해야 하는데 억양도 없고 감정도 없이 붙여 쓰다가 보니 애새끼가 되어 버리고 어떤 손가락을 다쳤는지 불분명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통화하기가 불편하여 문자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지만 이러한 해프닝도 생기는 것 같다.

감정이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필요하다. 물론 말을 못하는 장애인은 수화로 표시하고 다른 동식물들은 나름대로의 방식을 취하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살아 있는 모든 생물들은 소통수단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사람은 한 차원 진화한 문자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전달한다. 언어와 달리 문자의 사용은 시간적으로 오래 저장할 수 있는 편리한 문화생활이다. 며칠 또는 몇 년까지도 보관할 수가 있고 책을 통하여 다음세대 까지도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자는 언어보다는 한계가 있다. 하기야 그 속에 들어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마음을 100프로 느낄 수 있는 수단은 없겠지만 언어는 감정을 웬만큼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으나 문자는 그 보다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직접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분명 언어가 낫지만 사람을 감동 시키는 것은 역시 문자인 것 같다.

7살짜리 어린애가 pc방에 들려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에게 ‘보고 싶은 아빠. 저는 할머니하고 잘 지내니까 아빠도 건강하세요.’ 라고 편지를 써달라고 한 글이 어른들을 울렸다. 아이 엄마가 먼저 세상을 떠나서 아이 아빠가 혼자 키우던 어린애가 아빠 속을 썩여서 회초리로 맞으면서도 아빠가 마음이 더 아플까봐 울지 않았다는 글을 적은 것을 보고 많은 부모들이 울었다. 부모가 멀리 떠나 할머니가 키우던 어린아이가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매일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것을 보고 우체국 직원이 아빠엄마가 되어 답장을 써주었다는 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이렇게 언어는 소통에는 편리하나 아무래도 감동을 주는 것은 문자가 더 효과적인 것 같다. 그리고 언어는 전하는 사람들의 수준이나 감정이 주가 되지만 글을 만드는 문자는 읽는 사람의 학력이나 경험 환경등 그 수준에 따라 감동의 정도나 느끼는 바가 현저히 다른 특징이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말하는 사람도 사람들로 부터 말하는 뽄새하고는 하고 비웃음을 받지 않으려면 공부좀 해서 소양을 길러야 하고 남의 말을 듣는 사람이나 글을 읽는 사람도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서도 많이 하고 수양도 많이해야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