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에도 낯설었던 무자년도 가고 경인년도 가고 토끼의 해인 신묘년이 오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느끼는 것은 특별히 이룬일도 없는데 또 한해가 가는구나하는 무상하고 서운하고 아쉬운 기분입니다, 오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에서도 소통이라는 문제 때문에 시끄러웠고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도 나이가 먹어 갈수록 느는게 고집 밖에 없어서 그런지 부부간에도 점점 말수도 줄어들며 소통이 막혀 버리고 있음을 문득 느끼게 됩니다. 지난 1년 동안 제일 가깝다는 부부끼리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머리를 맞대고 다정하게 대화를 해 보았는가. 내 기억으로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우리 부부는 별로 소통이 없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잠시전 대학 교수인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 야. 배추값도 비싼데 무슨 김치를 이렇게나 많이 보냈냐. 우리 집 사람이 없어서 대신 내가 받았는데 자네 부인께 감사하다고 전해 드려라. 한 3년을 먹어도 될것 같다. 하하”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라 우리 집 사람이 보냈을 리가 없다고 하고 다른 사람이 보낸 것을 네가 잘못 안것 아니냐고 했더니 자기 부인한테 전화해 보고 다시 연락한다고 한후 5분도 안되어 전화가 다시 걸려와서 자네 부인이 보낸것이 맞다고 고맙다고 해달라는 것입니다.

난 잠시후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내를 찾았습니다.

“당신 김교수댁에 김치 보냈소?”

“네.”

“아, 그랬구먼, 나한테 이야기나 하지 김교수가 전화 왔던데”

“그런걸 뭘 남자분들이 아는체들을 하실까, 그댁에서 항상 신경을 써주시는데 마침 우리가 김장을 해서 맛이나 보시라고 조금 보낸것을..”

나는 친구인 김교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야, 우리집은 양반집이라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집이다. 하하”

그러자 친구는 말했습니다

“야 ,나이 먹어가면서 한 몸뚱이에 붙어 있는 손들 조차 서로 모르면 되겠냐, 내년에는 그렇게 따로 따로 놀지 말고 두손바닥을 자주 비비며 살거라. 하하”

지나간해의 근심일랑 다 놓으시고 별주부전에 나오는 토끼처럼 인생을 슬기롭게 풀어 나가시고 부부간이나 친구간이나 친지분들과 손바닥을 열심히 비비며 즐겁고 힘차게 출발하는 신묘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