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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4-11-09 23:51
조회 : 2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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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이 되어 다시 만나리
임 재 문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여행을 떠난다. 문학기행을 떠난다.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오랫만에 떠나보는 문학기행에 사춘기 소년처럼가슴이 울렁거린다.더구나 남도 천리길을 달려가야 하는 장거리 여행이다. 내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질듯한데, 아내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다.
당신 잠고대가 심한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룻밤을 지내요? 또 술취해서 다치지나 말고 조심조심해서 갔다 오세요. 워낙 술을 좋아해서 아내를 실망시킨 일이 많은 나는 아내에게 한 마디 말도 할 수가 없다.
마냥 아내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사당역으로 향한다. 사당역에 도착하니 낯익은 얼굴들이 나를 반긴다. 버스에 올라타고 앉아서 상상의 날개를 펴 본다. 버스가 서서히 움직인다. 이때가 나는 가장 좋다. 장거리 여행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마치 인생여정을 떠나는 듯 그렇게 나는 늦가을의 정취에 빨려들어가고 있다.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쳐서일까? 가을의 정취에 취해서일까?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또 수없이 많은 구경거리를 놓치고 나서. 어느덧 김제평야에 도착이다. 내려서 사방팔방 둘러보아도 야트막한 산도 보이지 않는다. 문자 그대로 사방이 지평선이다. 전남 해남군 계곡면 당산리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내고향에서 자라난 나는 마치 이국땅에 온듯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고 제일 먼저 들른 곳이 문자 그대로 지평선 한우 명품관이다. 오늘 메뉴는 그 유명한 지평선 한우 갈비탕이다. 그런데 술을 좋아하는 내가 점심 때 꼭 소주 한 잔이라도 곁들였으면 좋으련만, 술이라고는 없다.
아내가 마시지 말라고 하면 할 수록 더더더 마시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가보다.. 문학관 견학를 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저녁 먹을 때는 한 잔 할수 있겠거니 생각 하고 체념하고 만다.
아무튼 점심은 그런대로 맛있게 먹어치우고, 조정래 아리랑 문학관에 들렀다. 그런데 소설가 조정래 작가가 쓴 소설 원고용지를 쌓아 놓았는데, 위로 한참 올려다 보아야 끝이 보일정도다. 아 ! 얼마나 열정을 쏟았을까? 감탄사가 절로절로 나온다. 태백산맥 한강 등 그의 대표작들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아리랑 문학관 !
그 아리랑 문학관을 뒤로하고 또 두어시간더 달려서 춘향이 고을 남원땅에 도착했다. 남원은 추어탕도 유명하고 춘향이 고을이지만, 무엇보다도 혼불의 작가 최명희 문학관이 있어서 더 유명하다.
소설가 최명희 작가는 동아일보 2000만원 장편소설 공모전에서 "혼불"이 당선되어 신동아에 연재하게 되는데, 최명희 소설가가 신동아에 "혼불"을 연재할 즈음에 나는 그 신동아에 수필들을 발표했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최명희 작가를 잊을 수가 없다. 나도 그렇게 혼불의 열정으로 타올라 작품생활을 하다가 천상재회하리라 다짐해 본다.
오늘밤 남원땅에서 혼불의 열정으로 불태우며 이 밤을 새우리라 ! 저녁은 새집 추어탕집에서 추어탕으로 유명한 남원의 추어탕을 먹기로 한다. 추어탕의 본고장이요, 밤의 정취가 또 술 한잔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저녁에도 술은 없다. 세상에 이럴 수는 없다.
여기도 사람사는 곳인데 교도관 생활을 한 내가 감옥에 온 것도 아닌데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밖에 더 할 수가 없다.
속으로 여보 ! 나 오늘 당신말처럼 술 입에도 안댔어요. 그런데 잠고대가 심한 사람이 잠자리가 문제다. 다행히 나를 이해해주는 우리 한국수필작가회 회원들과 합숙이 되어 자수해서 광명을 찾았다. 나는 잠고대가 심해서 방에서 함께 잠잘 수가 없으니 거실에서 자야 합니다. 그래서 거실에서 혼자 잠을 잤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일어나 내가 잠고대를 하더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고함쳐서 많이들 놀랐단다. 그래도 아 ! 잠고대 한다더니 진짜 잠고대가 심하구나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지도를 가로질러 하동포구 아가씨를 만나러 하동으로 떠난다. 하동은 감나무가 많고 모과가 얼마나 굵은지 어린애 머리만큼이나 굵다. 도착하자마자 여기는 홍시의 고장이요 하는 듯 홍시를 한두개씩 입에 물려주니 우리는 홍시먹는 벙어리가 되어 아무말도 할 수가 없을 정도다.
곧이어 하동 평사리 문학관 관람이다. 평사리 문학관은 소설가 박경리 문학관이다. 소설가 박경리 작가는 원주가 고향인데 소설 토지의 주무대가 된 곳이어서 이곳이 영화와 드라마 촬영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점심은 팔모정 식당에서 산채 비빔밥이다. 도토리 묵을 곁들인 산채 비빔밥 ! 그런데 아 ! 내가 좋아하는 동동주가 아닌가? 아내와의 다짐을 뒤로하고 기회는 이때다. 하고 연거펴 주는대로 다 받아 마셨다. 옆동네 사람들 동동주까지 총동원해서 다 마셔댔다. 건배! 건배! 를 큰소리로 외쳐대며 !
그렇게 점심을 먹고 쌍계사 구경을 간다. 아마 부처님깨서 내가 술마신 것을 알면 이노옴 ! 하고 호통을 칠것만 같다. 그런데 그렇게 퍼 마셨는데도 정신이 말짱하다. 나와 마주 앉아 마셨던 분이 와서 하는말, 아마 술에다 물을 타서 팔았는가보다고 하지 않는가?
나도 덩달아서 맞아요 ! 맞아 !술에다 물탔어요 ! 그런데 천만 다행이에요. 물타지 않았다면 나는 또 아내에게 죽도록 혼나는 것인데 그 얼마나 다행인가요?
서울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달리는데 흥을 돋우려고 여성회원들의 노래자랑이 시작되었다. 나도 모르게 남자도 노래 한 번 합시다. 하고 뛰어나가 "물방아 도는 내력"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내가 노래를 잘하는 사람인데, 인터넷 라이브 가수로 활략할 정도로 잘 부르는 사람인데 노래가 안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동동주에 물타서 팔지는 않았는가보다.
동동주의 특성상 늦게야 취해 오는데 나는 그날 아내에게 쫏겨나지 않을 만큼 죽도록 혼이나고 나서야 문학기행을 마무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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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4-11-10 1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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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넷에서 그 존함 찾기 어려워서 여러 가졸걱정을 했는데 이제 걱정을 놓습니다. 저도 며칠 전 주왕산- 주왕지- 청송- 동해안 월송정- 망양정으로 해서 홍게에 술 한잔하고 불영계곡으로 1박 2일을 다녀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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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11-10 1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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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성철룡 선생님 ! 반갑습니다. 그동안 쇄골 절골된 어깨 통증이 재발되어 물리치료 받고
했습니다. 인터넷 글올리는 것도 힘들었는데요 이제 조금은 좋아져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만 성철용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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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4-11-10 1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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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참으로 오랫만입니다. 그동안 어깨가 아프셨군요. 누구보다 앞장 서 댓글 다시고 티없는 글 올리셨던 임선생님의 출현이 반갑습니다. 잠꼬대에 일가견이 있으신줄은 이제야 알았습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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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11-10 2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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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 저를 많이 기다리셨군요. 저도 반갑습니다. 잠고대 때문에 아내와도 각방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안되는 것이 잠고대인가봅니다. 감사합니다. 강승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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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11-10 22: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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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코스로 아름다운 문학기행을 하셨군요. 저도 그 코스를 한번 다녀왔습니다. 특히 쌍계사 하동쪽은 몇번갔었는데 갈때마다 그렇게 좋을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술이 빠지다니 그게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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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11-10 2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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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앞으로 조심 조심 또 조심해서 몸상하지 않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데 마음약해서 나는 술을 잊지 못한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정진철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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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11-14 1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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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을 다녀오셨습니다. 저도 수년전에 다녀왔는데, 감상이 남달았습니다.
소년시절 그와 글을 많이 발표했거든요.
특히 외가가 나의 고향이어서 남다른 감회에 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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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11-15 0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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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셨군요. 고향까지 같다면 감회가 남다르겠습니다. 그런데 51세 너무 일찍 떠나셨습니다. 꼭 그렇게 할일 많은 사람들이 아쉽게도 먼저 가는 것을 봅니다.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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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자 |
14-11-25 23: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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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소설만을 위해서 살다간 최명희의 작가정신에 감탄 했습니다.
그런 사람은 하늘이 낸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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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12-03 2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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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그렇지 얺고서야 그렇게 혼을 불태울 수 없겠지요. 감사합니다. 박영자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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