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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류인혜 |
날짜 : 13-09-21 07:07
조회 : 2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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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기 위해서
류인혜
교회의 뜰을 거닐며 이곳에서의 두 번째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느 때부턴가 원하고 있던 일이 실현되었습니다. 교회 안에서 봉사하는 것은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는데, 그 꿈이 실현된 요즘은 행복합니다. 우리교회에 등록하여 28년의 세월동안 하루에도 서너 번 일주일에 몇 번씩 드나들던 곳에 어째서 더 머물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을까요.
거니는 교회의 마당은 고향집 뜰같이 평안을 줍니다. 고향집으로 가면 방안으로 들어가기 전 마당을 서성이게 됩니다. 마당에서 보이는 눈에 익은 것들로 인하여 비바람을 피해 안식할 곳에 도달했다는 편안한 마음이 됩니다. 그런 평안은 꿈을 이룰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단순히 교회의 뜰에 머물게 해달라는 것이 꾸어오던 꿈의 진실일까요. 인생의 마무리를 해나가야 될 시점에서 가질 수 있는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집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처음 보았을 때가 벌써 40여 년의 세월 저쪽입니다. 한국일보사 강당에서 초연된 그 연극을 보러 문화의 향연을 즐기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새로운 문화에 갈급했던 당시의 예술애호가들은 그 심심한 연극을 보면서 진정으로 우리가 기다려야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부족할 때, 가난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그 심심함의 여운은 숨이 막히도록 길었습니다. 연전에 그 연극을 연출한, 계속 연출하고 있는 연출가에 대한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한 가지 연극에 집착하면서 그는 기다리던 그 무엇을 만났을까요. 수십 년 동안 무엇을 기다려왔던가, 그는 앞으로도 계속 기다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기다림에 사로 잡혀 살고 있습니다. 선채가 두 개로 갈라져 바다 깊은 속으로 빠져버린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자 모든 사람들이 바다보다 더 깊은 수렁인 기다림에 빠져버렸습니다.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채 유품으로 장례를 치룰 수밖에 없도록 사라진 수병들을 우리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그 처참한 사건의 단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국민들은 목이 길어집니다.
앞선 세월에서도 우리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무 열매를 맺지 못한 빈껍데기의 봉건주의에 빠져나와야 되었고, 일제강점기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했고, 동족간의 피비린내도 지워야했습니다. 작은 나라 안에서 힘없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될까봐 서양문물에 대한 갈급함에 무질서해지는 심각한 사회현상을 겪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감당해 왔습니다.
사회전반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또 하나의 출구는 경제개발의 일원으로 행했던 수출역군들의 활발한 해외시장 개척이었습니다. 그들을 통해서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세계에 점점 뚜렷이 인식되어갔던 것입니다. 큰 나라의 대통령들이 귀빈으로 오던 날, 길거리에서 태극기와 상대국가의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던 마음은 우리의 또 다른 의미를 가진 기다림의 표출이었던 것입니다.
그 많은 누군가는 말이 통하지 않는 독일로 가서 간호사와 광부의 역할을 했으며, 또 어느 사람은 땀을 뻘뻘 흘려 축구공을 차면서 한국을 알렸습니다. 남은 사람들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주먹을 불끈 쥐고 큰 소리를 외치며 가슴 뿌듯하게 희망을 가졌습니다. 양복을 잘 만들고 머리모양을 아름답게 만드는 세계기능올림픽에서 타오는 금메달 하나가 정말 귀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렇게 각 분야에서 이루어내는 기적을 기다려 왔습니다. 어찌 하든지 대한민국을 알리기 위해서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런 갈증의 시절을 지내왔습니다.
가장 처음 내 나라와 민족이라는 것에 대한 의식을 느꼈던 사건은 60년대 말인가요. 저 먼 나라 브라질로 떠나던 사람들이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워 서로 부등켜 안고 울부짖는 사진을 본 것입니다. 그분들이 이제는 더운 나라에서 자리를 잡고 자손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그때 보았던 사진속의 장면은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일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모습으로든지 정착이 됩니다. 그러나 나라의 일은 왜 이리 점점 혼돈 속으로 몰려가는지요. 우리 개인은 모두 나라를 위한 애국심이 많다고 여기는데, 그 개인의 힘이 평화로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하는지 알고 계신지요.
모든 사람의 욕망이 채워지는 날이 정녕 올 것인지, 그래서 넉넉해진 마음을 나누어 행복한 나라를 이룰 수 있을지, 사는 날까지 기다려 보겠습니다.
그래요, 추운 겨울을 보내며 봄을 기다리고, 또 무더운 여름을 지내며 가을을 기다립니다. 날이 갈수록 뜰을 거니는 걸음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지만 길고 긴 기다림 끝에는 정녕 무엇이 있는지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柳
계간 『수필계』2010년 여름호 권두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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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09-21 0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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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글이 저도 어느 교회의 정원을 거니는 듯한 기분입니다. 요즈음은 자꾸 이런 생각이 납니다. 희수를 넘겼으니 90까지 산다해도 이제 13년 밖에 안 남았구나. 노후의 삶은 서서히 기울어 간다는데 그 도중 낭떨어지가 있다는데, 그러면 병원을 오가다 거시기 한다는데- 하는 생각입니다.
조용히 자신을 뒤돌아 보게 하는 글로 이 아침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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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9-22 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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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선생님처럼 부지런히 열심히 사신다면 큰 걱정은 없겠습니다.
100세 시대에 90까지가 무슨 말씀이세요. ^^
하루 하루의 삶이 보람있다면 병원 신세지지 않고 아무 염려 없으실 겁니다.
어느 날의 생각을 잘 읽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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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9-21 1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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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바라고 소망하는 일을 기다리고 살지 않을까요. 바라는 바가 없다면 그저 숨만 쉬는 무의미한 삶이 될 것입니다. 글을 읽어보니 정말 우리는 무던히도 무언가를 바라면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젊어서 바라고 소망한 일을 지금은 이루었다는 대목을 읽으며 축하를 드립니다. 노후가 더욱 풍요로운 결실을 맺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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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9-22 0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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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늙어서 기운이 없을 때 해야 할 일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집안에서 지나간 사진이나 자료들을 정리하는 일인데, 그것도 총기가 없으면 가능하지 않겠구나라는 깨달음이 왔답니다.
오래 기다리지 말고 늘 비워가는 생활이 좋겠다는 결론으로 가볍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임선생님의 덕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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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09-21 20: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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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것은 꿈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기다린다는 것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데 결국 꿈은 인내를 하여야만 이루어질수
있는것 같습니다. 고진 감래라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인내하지를
못하고 그래서 기다리지를 못하고 함부로 자신을 내던집니다. 하고 싶지 않은일이라도
편해질수 있는 길이라면 그냥 자신을 내던집니다, 내던지다내던지다 보면 꿈을
잃는것 같습니다. 결국은 옥상이나 강물에서 자신을 내던져 버리고 막을 내립니다
그러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린다면 꿈을 이룰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함께 만족하는 세상 그런 이상향이 올것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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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9-22 0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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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선생님, 이 글의 제목을 붙일 때 잠시 고민을 했답니다.
선생님의 말씀 대로 꿈이 있기에 기다리고 있는 것인데, 꿈만 기다리기에는 현실이 잔잔하려는 마음을 요동시키더군요.
급하게 달리는 세상에서 아이들도 인내심을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꿈과 기다림'이라는 주제로 백일장을 열어야 될 것입니다.^^
잘 읽고 답글 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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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09-22 1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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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씀드리고 가야할것 같군요
시절이 서서히 안정되어야 차분히 기다릴수 있을텐데
너무 숨가쁘게 지나가니까. 쫒아가야되지 않을까하는
강박관념이 젊은이들로부터 인내심을 빼앗아 가는것 같습니다
기다리고 있으면 뒤진다? 그런것 같기도 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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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9-21 2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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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려서 아버지께서 개척하신 초가교회에서 자랐기에 교회의 추억들을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초가지붕을 새로 덮을 때의 추억 크리스마스의 추억 빨갛게 익어가던 감나무의 추억, 텃밭을 일구어 마늘이며 오이며 배추며 가꾸어 먹던 추억들 지금도 두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작품을 연극화 한 것인데 저는 감상하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이 가을 초가교회 지붕위에 하얀 박들이 딩굴고 있을 것만 같아서 꿈속에서도 그 시절이 그리워 진답니다. 감사합니다 류인혜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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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9-22 0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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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명절은 잘 지내셨는지요. 주일 아침에 잠시 시간을 내었습니다.
선생님의 어린아이와 같은 소박함이 깊은 신앙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늘 깨닫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버님 목사님께서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계신 듯합니다.
교회 안에서 생활하신 축복이 좋은 열매로 풍성하여 노후에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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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9-23 2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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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혜 선생님, 저는 지금 새로운 삶의 문의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저 기다리기만 합니다. 어떤 문을 열어야 할지 정하지도 못하였으면서 무슨 일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우선 기다림의 대상을 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언뜻 하게 되었습니다. 기다림을 가지고 기다림의 대상을 정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면 또다른 기다림을 만드는 것이 역사의 발전을 이루어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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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9-24 06: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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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에서 정년을 한 우리집 양반은 절대로 아무일도 하지 않고 놀아야 된다고 선언을 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일을 찾기 시작하더군요. 아직 학교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에게 가장 적성에 맞는 일이 아이들을 살피는 일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방주 선생님, 기다리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 아! 느낌표가 생겼습니다. 그 대상이 자신의 꿈과 어울릴 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겠지요.
글을 잘 읽어 주시니 고맙습니다. 부디 기쁨을 주는 일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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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9-29 0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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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설렘이고 행복입니다. 직장에 나간 부군을 기디리고, 군대에 간 아들을 기다리고, 시집간 딸을 기다리는 동안은 행복의 순간들이지요. 금상첨화로 꿈을 기다림은 내 안에 잠든 영혼을 흐드는 환타지일 것입니다. 좋은 글 잘 읽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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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9-29 1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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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귀한 기다림을 말씀해 주셨네요.
생각해 보니 삶의 매순간이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그 기다림으로 마음에 천국이 오고, 생활의 기쁨을 완전히 이루는 것이겠지요.
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온이 내려가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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