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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3-09-06 09:36
조회 :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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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망령된 말
임병식
한편의 뮤지컬로 만들어져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린 공연물이 <명성황후(明成皇后)>이다. 이 뮤지컬은 수 백회나 무대에 올려져서 매진사례를 이루었다.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황후의 최후가 비극적이어서 일까. 외마디로 외친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는 말은 극중에는 가장 압권인데 그러나 그 말은 위엄이 있다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애처로운 절규로 들릴 뿐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다른 것 때문이 아니다. 일국의 황후가 업신여김을 당하여 죽어갔기 때문이다. 천인공노할 왜놈들의 만행. 그 통한이 깊어서 눈조차 감지 못했던 황후의 113주기가 곧 돌아온다. 황후는 1895. 10. 8일 새벽 경복궁내 건천궁 침전에서 일본공사 미우라 고노우(三浦梧樓) 휘하의 무장왜인들이 휘두른 칼날에 목숨을 잃었다. 시신은 수습되지도 못하고 후원에서 불 태워졌다. 흔적을 지우기 위한 일제의 술책때문이었다.
얼마나 원통했을까. 아니, 황후는 경황도 없었음으로 증오심을 나타내지도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소식을 전해들은 백성들은 치를 떨었다. 언제고 꼭 죄값을 갚아 주리라. 하나 그런 기회는 맞이하지 못한 가운데 여전히 우리는 지금도 모욕을 당하고 산다. 위안부 문제가 그러하며 독도의 끝임없는 시비가 그러하다. 황후의 시해만 해도 일본은 정부에서 시킨 것이 아니고 한갓 낭인들이 저질은 짓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백성들은 이 사건을 단지 황후의 모욕과 원통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한 나라를 침탈하고 백성을 욕보인 만행으로 여겼다.
그때문에 나는 근대역사에서 가장 화나고 분한 사건으로 이 을미사변( 乙未事變)을 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의 사죄를 받아내지도 못한 점도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문제는 진행중이고 현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데 사태가 이러한데 최근에 신빙성도 없는 이야기가 세간에 떠돌고 있어 우려스러움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소위 ‘명성황후가 생존해 있었다'는 뜬금없는 이야기인데 제법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내용인즉슨 당시 청국주재 영국과 독일 대사관에서 작성한 외교문서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황후를 시해한 자들을 일본 본국에서 칭찬한 것을 비롯하여, 소위 <에조 보고서>라는 것에서도 황후에게 못된 짓을 한 내용까지 상세히 기술되고 있어 재론의 여기가 전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을미사변이 일어나고 그 이튿날 김홍집내각에서 어전회의가 열렸을 때 고종임금이 임석한 자리에 참석은 일본 공사 미우라는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던 것이다. " 황후가 시해당한 사실을 절대로 발설하지 마시오." 이 한마디는 바로 진실을 덮고 사태를 왜곡하겠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따라서 사태를 가끼이서 접하지 못한 외국의 공사들은 궁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던 것이다.다분히 내각에서 발표한 말만 믿었을 개연성이 높다. .
사후 일제의 대처는 간교하지 짝이 없었다. 그들은 이 엄청난 범죄사실을 덮고자 연극을 꾸몄다. 문책을 한답시고 미우라공사를 비롯한 수십명의 경비군인을 본국으로 압송한 것이다. 하지만 그래놓고 내부적으로는 그들을 영웅시 하며 극진하게 예우와 대접을 했다고 한다.
나는 그 사건을 생각할 때 분개스러운 것은 조선인 신분으로 그들에게 협력하여 주구노릇을 한 부분이다. 바로 이두황과 우범선(우장춘박사 부친)이 궁궐침입의 안내를 맡았는데 이들이 크게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궁궐 경비임자들로서 황후의 얼굴을 알고 있어서 안내를 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나는 그간 늘 주요실행자는 누구인가 궁금했다. 그런데 최근에 신문보도를 통해서 그 인물중 한명을 알게 되었다. 신문에는 시차를 두고 두가지 내용이 보도되었는데, 그 중 하나에 당시 가담책임자인 경성수비대 18대대 소속의 하급장교인 야마모토 다케타가 언급되었던 것이다.
그는 미우라의 은밀한 지시를 받고 경비군인과 민간인을 모아서 궁궐을 쳐들어갔다고 한다. 그의 범행을 전한 당시 하루타 헌병감이 육군차관에게 보낸 전문 내용이다. “(조선)국내대신 (이경직)을 처음 쏜 것은 야마모토 다케로 소위이며 ...”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것만해도 큰 수확이 아닐 없다. 가담책임자와 가담자는 더 밝혀져야 할 것이다. 한데 다른 기사 하나는 좀 실망스런 내용이었다. 이번에 보수사학계에서 고교국사책을 편찬했는데, 뚱딴지 같은 내용이 실렸다는 것이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서 " 일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탐구과제가 실려있다는 것이다.이만저만 생뚱마져 보이지 않는다.학생들에게 황후가 당한 뼈아픈 역사와 우리의 자세를 가르쳐야지 무슨 일본을 홍보할 일이 있다고 일제의 입장을 이해해 보라는 것일까.
우리의 아픈 역사속에는 일본을 찬양하는 세력이 상존한 것은 알고 있지만 여간 당혹스런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황후의 생존설만 해도 퍼나르기를 삼가해야 할 줄 안다. 그렇잖아도 일본은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는데 ‘거보라 우리가 언제 황후를 죽였다고 하느냐. 다른 나라 외교문서에 나와 있지 않느냐“하고 발뺌을 하게 빌미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편향된 시각도 문제지만 국민 정서를 외면한 내용의 글을 제공하는 것도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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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09-06 2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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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가장 악독했던 것은 한국을 일본의 영원한 영토로 만들려던 마음 같습니다. 창씨개명, 내선 일체가 그것이지요. 일본의 국토의 20%만이 농경지여서 자고로 자급자족을 못하고 해적의 노략질로만 살 수밖에 없던 민족이었거든요. 요즘 임 작가님이 역사물에 대한 관심이 돋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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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9-07 06: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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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각만 해도 화가나고 가슴이 아픈 명성황후에 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을 제대로 직시하고 후손들에게 잘 가르쳐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부 친일성향의 학자들이 자꾸만 역사를 비틀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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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9-07 0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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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서 " 일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탐구과제, 보수사학계의 뚱딴지 같은 내용은 광복이 되었어도 친일파 청산이 되지 않은 단면의 실상이군요!
독립투사자손들은 못 먹고 못배워 살기가 어렵고, 친일파들은 잘 배운 덕으로 시류에 따라 부귀영화를 누른 단면입니다. 언제 이런 불공평한 역사가 청산되는 아름다운 국가가 되려는지 기약할 수 없는 일이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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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9-07 06: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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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용의 보도를 보고 이사람들이 일본사람인가, 일본을 대변하는 학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은 일본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뼛속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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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09-07 07: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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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은 정말로 역사를 올바로 지적하십니다
여순반란사건에 대한 말씀도 구구절절 옳은 지적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내부에 적이 있습니다, 불행한 일입니다만
항시 우리내부에서 생뚱맞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때문에 국론이
분열되는것입니다. 이번에는 보수사학계에서 그랬고, 다른일은
좌익사학계에서 그러고, 항상 우리들 내부에서 근거도 없는 주장을 내뱉어 국론을 분열시킵니다.
이석기 사건도 극악한 무리들인데도 광신도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 있고
정치평론가나 야당 상당수는 비호하고 있고 ..참 불행한 민족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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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9-07 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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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선생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저도 보안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온 사람으로서 좌익의 실체를 바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우와 극좌를 경계하는 사람입니다. 너무 한쪽으로먄 치우치면 진실를 바로보지 못하고 자기 오류에 빠지기 때문이지요.
여순사건 추모제는 예정대로 잘 치르도록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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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9-07 0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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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명칭은 잊어 버렸지만 경복궁 저 안쪽에 명성왕후 시해자리를 알리는 표지가 있습니다.
일제의 만행에 대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은데, 역사인식이 부족한 사람들로 인하여 울분의 절실함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수필은 진솔함이 특성이라면 왜곡되어 가는 것들을 많이 다루어 바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임선생님의 글은 늘 생각을 정리해 주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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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9-07 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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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생님의 말씀에 동감입니다.수필가는 사회의 부조리나 역사문제에 대하여 비분강개하며 .
살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바른 말은 해야하며 또 그런 글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재의 폭을 넓혀간다는 차원에서 댜양한 글쓰기르 시도하고 있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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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9-07 1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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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우리가 어떤 역사를 어떻게 가르치고 왜 가르치는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깨우침을 줍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을 잘했다고 가르쳐도 안되고 우리가 억울한 것을 부끄럽다고 숨겨서도 안되는 것이 역사교육이라고 봅니다. 좋은 말씀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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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9-07 10: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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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선생님, 그렇습니다. 역사교육은 가감없이 재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명성황후의 시해사건과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사람으로 이주회라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는 처형을 당했다는데 제가 살고 있는 금호도에서도 한때 거주를 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그자에 대해서 좀더 알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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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9-08 00: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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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시해사건이야말로 우리가 치를 떨며 증오해야 할 사건입니다. 저도 자세한 내막을 몰랐는데, 임병식 선생님 수필을 읽고 그 실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 ! 사필귀정 !" 이러한 문구처럼 일본을 우리가 꺾고 나갈 때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는 우리가 일본에게 사죄를 톡톡히 받아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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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9-08 06: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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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을 계기로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니 고맙습니다.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은 생각의 지평을 넓혀줄뿐 아니라 바른 역사관과 시국관, 나아가서 글을 쓰는 자세를 가다듬어 준다조 생각합니다. 임재문선생님, 추석이 내일 모레인데 명절 잘 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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