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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권섭 |
날짜 : 13-08-30 06:13
조회 :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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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폭력
나는 장손으로 태어났다. 조부께서는 농촌에 살면서 지방에 있는 학교를 졸업하고 농사짓고 대를 이어 가며 살기를 원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소꼴 베고, 보리 심고, 모내기기 하고, 고구마를 심는 것 정도는 일상이었다. 학교에 가지 않은 날은 산에 가서 나무를 해오고 틈만 나면 농사에 동참했다. 초중학교를 시골에서 다니는 동안은 공부는 뒷전이요 농사가 우선이다. 의자가 딸린 책상이 소원이었지만 결국 갖지 못하고 앉은 책상에 만족해야했다. 해가 떠 있을 때는 일을 하니, 밤에 앉아서 책을 보면 눈꺼풀이 천근같이 내려앉는다.
고교진학은 농사가 싫어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갔다. 그간 공부보다는 농사에 열중했으니 인생 첫 고배는 고등학교 입시를 통해 맛 봤다. 추가 모집 실업학교에 입학했다. 농사가 싫어 도시에 왔으니 공부를 각오했다. 점심시간 한적한 곳을 찾아 국어 시간에 공부한 ‘시’를 암기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웬 험상궂게 생긴 선배가 와서는 괜히 시비를 걸고 트집을 잡는다.
“공부는 교실에서 해야지, 밖에 나와서까지 공부하는 체 하느냐!”
희망과 꿈을 갖고 도시에 온 나는 실망과 좌절을 느꼈다. ‘이 학교는 내가 3년 동안 머물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 둬야겠다.’는 다짐을 한 후 백방으로 전학을 모색했다. 인근에 있는 S인문고교가 마음에 들어왔다. 전학을 가기 위하여 교무부장 댁을 수소문하여 찾아갔다. 여러 번 집을 찾아가 ‘전학을 받아 달라’고 애원했다. 마침 학교 학사일정에 편입생모집이 있어 응모했다. 당시만 해도 생활이 어려워 수업료 때문에 입학해서 중도에 그만 둔 학생이 많았다. 고교들은 학교 재정을 위해 수시로 정원을 채웠다. 예상 외로 많은 응시생이 왔다.
S고 전입 후 잠을 내 쫓기 위하여 ‘카페나’ ‘스터디’ 등 각성제를 먹으며 밤늦게 까지 공부했다. 학교 수업시간만 되면 졸음이 온다. 선생님의 설명을 잘 듣기 위하여 귀를 쫑긋하지만 귀 따로 눈 따로 논다. 노트에 긁적거려도, 허벅지를 손으로 찌부러지게 헤베파도 소용없다.
지리 수업시간 선생님께서 칠판에 노트할 내용을 가득 써 주시는 날이었다. 노트 정리를 하는데 옆에 앉은 P는 필기도 안 한다. 전입한지 얼마 안 되어 P에 대하여 자세히 잘 알지 못한 때다. 같은 고교 부속 중학교를 나온 학생이라는 것과 복싱과 운동은 제법 잘한다는 정도. 공부에는 흥미가 없어 보이고 노트정리는 늘 안한다. 한참 칠판에 공부할 내용을 적고 있는 선생님은 뒤를 흘끔 보더니
“지금 노트 정리를 안 한 학생은 이따 검사해서 벌이 있다.”
하신다.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진 후 P는 내가 쓴 노트를 잽싸게 빼앗아 갔다.
생벼락을 맞는 기분으로 억울하게 빼앗겠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왜 내 노트를 가져갔느냐!”
물으니 오히려 째려보고 곧 덤벼들 자세다. 적반하장이다. 선생님이 앞 출입구를 빠져 나가기가 바쁘게 벌떡 일어나더니 빠른 동작으로 나에게 주먹을 날린다. 나는 노트를 빼앗겨 억울한데 맞기까지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복싱을 한 학생답게 한방 날아오는 주먹은 강펀치다. 하늘이 빙빙 돌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과연 운동하는 사람은 다르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이러는 중에 학우들은 나를 삥 돌아 닭싸움 구경하듯 하고, P는 마치 상산의 호랑이 조운처럼 늠름하다. 필마단기인 나를 용과 범의 기세로 조자룡이 장판교 전투에서 헌 칼 쓰듯 대한다. 학우 중에는 P와 절친한 친구도 있고 중학교 동문도 많다. 나는 외톨이 시골 출신으로 싸움도 못하고 운동도 못했다. 그런데 나를 마치 샌드백 두들겨 패듯이 한다. 주먹이 오고 가고 했지만 역부족으로 도저히 해 볼 수 없는 상대다. 이를 악물고 혼신을 다해 시골에서 보리가마니를 두 손으로 번쩍 추켜올리듯 의자를 들어서 P에게 날렸다. 의자 모서리에 이마가 닿는 순간 P는
“아이고!”
하면서 주먹을 멈추고 손으로 머리를 만지며 쭈크려 앉는다. 가까이 접근하니 이마에서 피가 난다. 피가 나니 겁이 났다. 얼른 청소함으로 뛰어가 걸레를 P의 이마에 대고 인근 의원으로 데리고 갔다. 여러 바늘을 꿰맸다. 치료를 하고 나니 한 달 자취 연탄 값이 지불되었다. 나도 돈 잃고 얼굴은 퉁퉁 붓고 객지에 와서 비애감을 느꼈다. 3교시가 끝나고 벌어진 일이라 4교시는 결과가 되었다.
위급한 마음으로 선생님 허락도 없이 외출하여 신고하러 갔다. 교무실에 들어가니 교무부장 선생님이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교무부장은 우리 수업을 맡지 않기에 운동장 조회 때나 본다. 교무부장이 나를 향하여
“○○아, 공부 잘 하느냐!”
하신다. 얼굴은 붓고 양어깨가 축 처진 나에게 교무부장이 나를 아는 체 하니 담임선생님은 의아스런 표정이다. 폭력을 휘둘러 상처를 냈으니 죄인처럼 담임선생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담임선생은 P와 나란히 서 있는 나에게 첫 말씀이,
“아무리 그래도 폭력을 쓰면 되느냐? 얌전하고 순하게 보았는데 그렇지 않네!”
하신다.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나에게 생각보다는 부드럽게 대한다. 피가 나게 폭력을 휘둘렀으니 어떠한 처벌도 각오했다. 혼쭐나게 나무랄 줄 알았다. 경미한 훈계에 안심이 되어 후련하다. 머리를 붕대로 감은 P를 잡아 놓고는 오랫동안 훈계를 한다.
싸움 사건이 있은 후 학급에서 학우들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자취하는 집과 학교까지는 한 시간 거리다. 그 사이 만홧가게가 있다. P같은 학생들의 아지트다. 만화책, 담배, 붕어빵을 사먹는다. 그들은 길 가는 청소년들을 귀찮게 하고 행패를 부린다. 학생들은 만화방을 피하기 위해서 멀리 돌아다녔다. 나는 그 후 만홧가게를 지나갔을 때 시달림 없이 무사히 학교를 마쳤다.
싸움이라기보다는 P에게 실컷 맞았던 나, 그는 지금 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공부를 잘했던 학우도 못했던 학우도 이젠 대동소이하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P를 끌어 않고 이해했다면 되는 것을 내 욕심 때문에 결국은 싸움의 도화선이 되었으니 결국 나의 철없는 아량의 덕을 탓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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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8-30 07: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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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어쩌면 그렇게 학창시절이
저하고 비슷하신가요 다른점이 있다면
저도 인문계로 가고싶어 아버님께 건의
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중학교 다닐때까지만 해도
몸이약해서 두들겨 맞기만 했지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태권도에 몰두해서
두들겨 맞고다니지 않을 수가 있었답니다
김권섭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제 학창
시절이 떠오릅니다 다음에 만나뵙고
회포를 풀어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권섭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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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8-30 08: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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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선생님! 반갑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상대방이 볼 때 순하게 보였던지 초, 중, 고교 다닐 때 마다 폭력을 당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제일 많이 당했고, 중 때 도, 고교 때 당한것을 회상해 봤습니다. 읽어 주시고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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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8-30 1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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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을 읽으며서 의자를 번쩍 든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남자 아이들만 키운 저는 늘 그 점이 불안해서 맞지 말고 때려라!!! 했지요.
양보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제일 센놈하고 한번만 붙어서 이겨라!!! 했지요.
치료비 물어주고, 안경도 새로 사주며 나쁜 엄마로 지냈습니다.^^
속 시원한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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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8-30 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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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혜선생님 고맙습니다. 격려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몰랑하게 보였던지 초,중교 다닐 때 여러번 당해 가슴에 새겨져 있었는데
공부를 각오하고 시골에서 도시로 왔는데, 또 못살게 구는 학우를 만나니 분통이 터져
용기를 내어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당시 얼마나 겁이나고 두려웠던지 꿈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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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08-30 2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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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족사에 한 시대가 그대로 반영되었군요. '슬픔이 남기고 간 것을 맛보아라. 지낸 후면 달콤한 것' 하던 괴테의 글귀가 떠오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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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8-31 06: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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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성철용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 입니다.
농업중심의 가난한 시대를 살아오고, 폭력이 기생하는 약육강식의 현장에서
'슬픔이 남기고 간' 자국을 회상해 봤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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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월 |
13-09-01 2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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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생각이 나네요.
요즘 학교 폭력, 왕따가 문제인데 그 때 당시 부당한 급우에 대해
한 방 날리는 용기가 대단하네요.
생각하면 무사히 학창시절을 통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저도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기에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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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9-02 0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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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월회장님안녕하십니까. 초,중교 때 당한 것이 분통이 터저
조금 철이 들 때 교교때 분풀이를 해 봤습니다.
회장님으로 공사다망하신데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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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09-04 12: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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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추억입니다. 그런 추억도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의자를 드신정도니 그당시는 얼마나 낭만적입니까
그땐 싸움도 참 신사적이었어요 코피한방 나면 이긴것으로
여겨졌으니까요
아나로그 시대의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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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9-04 1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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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조석으로는 완연 가을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완력은 어디고 활개를 치는 것 같습니다.
늘 정다운 댓길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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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9-05 0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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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안녕하세요? 엣날 학교 생활이란 선생님 같은 경험의 연속이지요. 그렇게 자라는 것이 우리의 심신을 오히려 단단하게 해 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당한 폭력은 사라져야 할 대상입니다. 오늘날 인문학교는 그런 폭력이 사라진지 오래인데도 폭력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지요. 사라져야 할 일이기 때문인가 봐요. 의자를 번쩍 들어 어깨의 기선을 제압한 선생님의 용기, 참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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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9-06 0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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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초중학교 때 하도 당해 고교때 참지 못하고 객기를 부렸습니다.
당시로써는 최선을 다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계절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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