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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동호 |
날짜 : 10-10-23 19:39
조회 : 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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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하이 임정청사
정동호
언젠가는 한 번 가 보리라.
근대사를 배우면서부터 꼭 가보고 싶던 땅, 결코 남의 나라 같지 않은 상하이를 반세기가 지나서야 가 본다.
조국을 빼앗긴 나라의 지사들이 두 주먹 불끈 쥐고 임시망명정부를 세웠던 곳, 남의 나라 땅이다.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서 있던 때,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투쟁했던 지도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싶었다.
섬에서만 살아야 할 승냥이가 한반도를 짓밟고 양떼를 괴롭혔다. 다른 짐승들에게는 피해를 줄줄도 모르고 풀만 뜯어먹고 사는 순한 양떼들인데 그놈의 승냥이가 들어와 물고 뜯고 할퀸다. 왜 남의 땅에 들어와 괴롭히느냐며 저항해 보지만 괴롭힘은 더욱 간교해진다. 견디다 못한 양떼들이 함성을 지르며 만세를 부르고, 서른세 사람의 이름으로 조선의 독립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민족운동이 있었다.
그 뒤 승냥이들의 사냥질은 더욱 사나와 수많은 백성들이 조국을 떠나야 했다. 애국지사들은 만주와 중국에서, 미국과 러시아 등 각처에서 제각기 독립을 위해 투쟁하였다. 그러던 중에 흩어져있는 조직과 단체를 하나로 묶어 더 큰 힘과 통일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아이구아이구 운동이 있던 바로 그 해 4월, 뜻을 같이 한 지도자들이 상하이에서 임시망명정부를 세웠다.
이곳저곳 몇 차례 이사 끝에 보경리 4호(지금의 마당로 306통 4호)에 자리를 잡은 지 7년여, 1932년 4월 9일 홍구공원의 일왕 생일축하 행사장에서 윤봉길 의사의 폭탄이 터졌다. 승냥이의 우두머리와 그 무리들 20여 명이 폭살되자 승냥이들은 독기가 오를 대로 올랐다. 때문에 항주로 이사 가기까지 임정 청사가 있던 곳, 상하이!
세계 3대 도시라 할 만큼 도시의 경관과 발전이 눈부시다. 세계 엑스포를 열고 있는 중이라 그런지 도시전체가 활기차고 깨끗해 보였다. 황포강과 외탄은 우리나라의 한강과 여의도에 비교할만한 분위기라 할까, 주변의 수많은 빌딩들은 제각각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하늘을 찌르고 있다. 거리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20C 초의 영국이나 유럽풍 건축도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 퍽 인상적이다.
상해 최대의 번화가 남경로를 구경하고 마당로 4호에 들어서자 퇴색한 근대식 석고문구조의 3층 건물이 나타났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눈 익은 건물이다.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과 주위에는 현대식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고, 상해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낭만의 거리도 가까이 있다는데 유독 거기만은 1920년대 중국식 석고문 건물 서너 채가 원래 모습으로 남아있다. 무슨 이유일까.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 때문일까?
청사구지에 근무하는 이가 20여명이 넘는다 하니 그만한 일자리도 쉽지 않을 터. 거기를 찾는 관광객은 한국인뿐이라는데 1인당 입장료가 우리 돈으로 2,700원이면 그 수입도 대단할 것 같다. 아무튼 우리민족 근대사의 상징인 임정청사가 잘 보존되고 있다는 것은 퍽 고마운 일이라 여겨졌다.
‘대한민국임시정부구지(舊址)’란 커다란 간판을 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갑자기 엄숙해지고 마음이 뭉클해진다. 김구주석과 윤봉길의사의 흉상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싶었다. 회의실과 집무실, 침실과 주방, 여러 기록 사진과 그들의 손때 묻은 집기들을 둘러보며 당시 정부요인들의 면면을 떠올려본다. 사랑하는 처자식과 부모님도 버려두고 오직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자 한 몸을 던졌던 분들 아니던가.
국내는 물론 미국이나 러시아 등 해외 지도자들과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광복의 꿈을 불태웠다. 국내외 독립운동 조직들을 비밀리에 연결하고 아우르는 구심체가 되었다. 비밀 군자금을 마련하고 독립군을 양성하고 지원하였다. 헤이그에 밀사를 파견하고, 세계열강들에 우리의 독립을 호소하는 외교활동도 벌였다. 한인 애국단을 만들어 승냥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도 했다.
스물 네 살의 청년 윤봉길 의사가 홍구공원 거사를 앞두고 지사들에게 보낸 글 한 구절을 떠올려본다.
“나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나 처자의 사랑보다 더 귀한 사랑이 있음을 깨달았다. 나라와 겨레에 바치는 뜨거운 사랑이다. 나는 부모를 버리고라도 조국을 사랑하는 뜨거운 사랑을 따르기로 결심하고 이 길을 택하였다.”
어찌 윤의사 뿐이겠는가.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지도자들 모두 이 같은 심정으로 몸을 던졌으리라.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흘러서일까, 3만 불 시대를 바라보며 살기가 편해져서일까. 올챙이가 개구리 때 신세를 잊어버리듯, 조국광복을 위해 산화했던 그들의 헌신을 가벼이 여기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항간에는 독립투사들을 테러리스트 운운하며 임정의 역사마저 왜곡하려는 알량한 학자들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일제의 침탈기간이 좀 더 길었더라면 조선의 발전을 앞당길 수도 있었을 거라는 등, 친일 반민족주의자가 아니고서 어찌 그런 망발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인가.
조국광복을 위해 투쟁했던 그들의 고귀한 헌신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터.
늦게나마 망명정부가 세워졌던 곳을 둘러보고 돌아서는 발길이 오랜 숙제를 풀어 낸 듯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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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10-24 0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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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곳을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작품입니다. 독립운동 하면 먼저 저희 할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얼굴도 뵌적이 없지만 전남 해남에서 3일운동을 주도하셨고, 16세 어린나이라서 집행유예 판결로 애국지사 반열에도 못올려드려서 항상 송구스럽습니다.다시 한 번 더 주선해서 올려보고 싶은 생각도 불끈 솟아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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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10-10-24 0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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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지난 9월 초순에 황산 가는 길에 상해를 다녀왔습니다.
왠지 내 고향 방문하는 기분이더군요. 변절기 몸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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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0-10-24 1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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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상해를 다녀오셨군요. 요즘 모 방송국에서 늦은 시간 어느 독립운동가의 삶의 괘적을 추적하고 있는데 그 영상이 겹쳐서 느낌이 달랐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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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0-10-24 1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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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다녀오셨군요.
저도 몇 년 전에 가본 경험이 있어 글 읽는 느낌이 남다릅니다.
주위는 현대식 건물로 단장을 하고 있읍니다만 그 곳 만은 옛날 모습 그대로 있어
온갖 想念이 떠 올랐습니다. 집앞 좁은 길 건너 집들도 허물어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고 하던데
유독 그곳만이라도 잘 보존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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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10-10-24 2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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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윤행원 선생님!
찾아주시고 댓글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감기가 걸렸는데 몹시 독하네요.
두분 선생님 건강 잘 쳉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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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0-11-03 2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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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하이 임시청사! 저도 언젠가 다녀왔지요.
선생님 글을 보며 새삼 추억에 잠겨봅니다.
그때 가이드에게 들은 것보다
더 세밀하게 아주 잘 엮어주셔서
유익했습니다.
일본 사람을 승냥이, 한국인을 순한 양으로 비유하신 점이 절묘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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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10-11-05 0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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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댓글까지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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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0-11-13 1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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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그곳은 저도 자주 다녀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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