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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7-08-15 09:25
조회 :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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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체성(正體性)의 문구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정체성(正體性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정체성은 어떤 본질이 존재안에서 그 틀을 유지하는 것. 그것은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고, 어떤 외형안에 깃든 어떤 형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정신적인 것으로는 우선 뿌리를 지켜야 하는 의식과 정신. 보존하려는 노력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 그것은 예컨대 브라질의 어느 오지에 사는 소수민족이 입술에 뽀또루를 끼고 살거나, 우리의 옛 조상들이 불편해 보이는 상투를 틀고 산 행위도 해당될 것이다.
그것은 여간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길들여졌다고 해고 보기에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으로만 보인다. 그것은 대체로 강한 뿌리의식에서 나오지 않는가 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도 있듯이 그것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게 되는 근원적인 어떤 것, 하나의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어떤 존재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떤 요소. 이것은 존재 안에서 그 틀을 유지하며 버팀목 역할을 하지 않는가 한다. 이것이 있기에 하나의 집단은 흔들리지 않고 뿌리를 지켜 나간다. 그만큼 지켜나가는데는 부단한 노력이 뒤따야 하리라.
입술에 뽀또루라는 막대를 끼고 살아 가는 소수민족은 보기에 이만저만 불편해 보이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하나도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같다. 마치 우리 옛 조상들이 상투를 틀고 살던 모습과도 같이 당연히 여기는듯 한다. 그것은 어쩌면 자기 동족까리의 강한 뿌리의식의 발현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주체적으로 자기 문화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수일 전에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한의원을 개업한 아우가 메일 하나를 보내왔다. 치료하는 환자 중에 고려인이 있는데 본관이 김해김씨로 김사라라는 사람인데 자기가 죽으면 관(棺)위에 쓸 문구를 부탁하더라는 것이다.
아우도 60중반을 넘고 있어 크면서 사람이 죽으면 관 뚜껑에 의례이 쓰는 글씨를 보았을 테지만 눈여겨 보질 않아 문의한 것이었다. 그것을 빨리 적어서 문자로 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대충 알고는 있지만 정확을 기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서 400여 년 전에 윤씨 라는 부인이 출산을 하다 묻힌 것이 미라상태로 발견된 관이 관이 생각나서 얼른 그것을 검색을 해 보았다.
거기에는 ‘坡平尹氏之柩)’라 써 있었다. 이를 확인하고서 참고하라면서 여자의 경우는 이대로 쓰고, 남자라면 '學生金海金公之柩' 로 하라고 즉시 카톡으로 알려주었다.
널뚜껑 위에 쓰는 글씨는 정형화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죽어서 떠나는 저승은 거쳐 가는 곳에 업경대가 있다고 한다. 사람이 죽으면 그것에다 살아온 내력을 비춰보게 되는데 염라대왕은 다 알아본다고 한다. 이것은 불가에서 전해오는 것이지만 나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한데 이와 관련하여 눈살이 찌푸려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인데 그는 죽어서 전북 익산의 어느 야산에 묻혔는데 관뚜껑에 요란한 문구를 써놓았다. 이를 알게 된 것은 해방 직후 익산 백성들이 그의 무덤을 파해쳐서 관을 불사를 때 한 면의 관 뚜껑이 어찌 화마를 피해서 남았던 것이다.
거기에는 ‘朝總督府 中樞院副議長 正二位 大勳位爵 牛峯李公之柩(조선 총독부 중추원부의장 정이위 대훈위작 우봉 이공지구)’라고 쓰여 있었다. 백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은 주제에 무슨 염치로 죽어서도 서푼 어치도 안 된 영광을 끝까지 가져가겠다고 그랬던 것일까.
아니, 되 먹지 못한 행적으로 나라를 배신하고 백성을 욕보이면서 간 크게도 감히 업경대를 통과하겠다고 거들 먹을 피운 것일까. 생각할수록 가소롭고 그 처신의 경망함이 똥바가지를 껴붙고 불구덩이에 내던져도 시원치 않을 판에 땅에 묻혀서도 위세를 부리고 싶었을까.
그 시신은 온전히 보존되지 못했다. 바로 증손자인 이석형이 유골을 분골하여 까마귀밥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랬으니 한때의 영광과 부귀영화는 수유가 되어 날아가 버렸음이다. 전해오는 후일담이다. 수습된 관뚜껑은 원광대 박물관으로 보내져서 보관이 되었는데 먼 친족이 되는 사학자 이 아무개란 사람이 연구를 한답시고 가져가 소각을 해버렸단다. 그러고는 일언방구 말이 없었다니 그는 먹을 먹더라도 자기 집안의 부끄러운 흔적을 지우고자 했을까.
관에 쓴 명문 때문에 그 생각까지 해보는 것이지만 아무튼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 부부는 뿌리를 잊지 않고 부모의 고국인 한국의 장법에 따라 관에 써넣을 글을 부탁했다니 가상하하기만 하다. 비록 이국땅에서 죽어는 가지만 고국을 잊지 않고 있다는 일념이 아니겠는가.
고려인의 삶의 역사는 실로 눈물겹다. 1937년 일본의 사주를 받은 스탈린에 의해서 사흘 낮밤을 화물기차에 태워져 한겨울 허허벌판에 내동댕이쳐졌다. 그 바람에 수천 명이 얼어 죽고 살아남은 사람도 그야말로 고군분투, 토굴을 파고서 지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마침내는 한국인 특유의 근면과 뜨거운 교육열로 2세와 3세를 키워내어 중산층으로 만들었단다. 전체 인구 1800만중 10만명에 불과하나 네 번째 종족으로서 대접을 받고 있단다. 대단하고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그들 부부도 그러한 부모 밑에서 불굴의 의지로서 정체성을 지키고 살아왔을 것이다. 관에 쓰일 글자는 몇 자가 안 되어 소박하기 짝이 없지만 어찌 벼슬과 공훈을 덕지덕지 칠갑을 한 이완용의 그것에다 비할 것인가. 필경 염라대왕도 곁치레 보다는 살아온 행적을 보고 후하게 평가해 주기 않을까 한다.
나는 그런 문구를 보내면서 여간 마음이 흐뭇하지 않다. 정체성을 전하는 문구가 그곳 다른 고려인에게도 널리 전파되어 하나의 장법으로 맥을 이어 전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아무쪼록 그것이 카자흐스탄에서 한민족의 뿌리를 지키는 정체성으로 남았으면 한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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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7-08-15 1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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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의 정체성은 각자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다르리라 생각합니다만 적어도 업경대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부끄럽지않은 삶과 올곧은 마음이 있지않고서는 어렵지않을까 생각되는군요. 이제 인생 가을을 지나 겨울에 접어든 계절에 임선생님의 글로 인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게되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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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7-08-15 2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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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관에 문구를 새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입관해서 유골로 납골당에 안치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 납골묘가 고향에 있습니다.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계신 그곳으로 갈것입니다. 70이 다 되어가니 이제 모든 것들을 정리해가며, 마음 비우고 그렇게 살다가 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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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7-08-15 2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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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카자흐스탄에 사는 고려인 2세들이 그래도 자기의 핏줄을 잊지못하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죽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여간 대견하고 숙연해 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그들의 부모들은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에 의해서 한겨울에 허허벌판에 내동댕이 쳐져 많이 죽어가기도 했으나 타고난 근면성으로 모두 중류이상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생각이 가상하여 적어넣을 문구를 찾아 보내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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