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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안영환 |
날짜 : 17-04-15 21:16
조회 : 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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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여주 컨튜리는 만발한 꽃무리를 수놓은 거대한 자수 속 푸른 동산이다. 다소의 미세먼지가 낀 대기이지만 상쾌한 기분이 아니 들 수 없다. 예년과는 다르게 꽃과 싹이 동시에 튼 개나리는 뜰 가장자리 풀섶에 옹기정기 모인 노오란 병아리 동아리 같고, 바윗가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는 왠지 새치름한 소녀 같아 보인다. 화사해서 눈을 부시게 하는 벚꽃무리, 그 꽃봉오리엔 비밀의 눈동자가 숨어있어 봄처녀를 유혹해 불러내는 듯싶다.
우리 골프신사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표정이 밝고 봄기운이 온 몸에 퍼져 젊은 시절 귀에 익은 가곡 속 봄처녀를 보고자 한 탓인지, 샷의 비거리가 멀어지고 퍼팅이 정교해져 스코어가 좋았다고 동우회의 간사는 말한다.
1960년대부터 山戰水戰을 겪으며 오늘까지 함께 해온 12명의 골퍼들은 꽃동산에서 웃음꽃을 피우며 매홀을 걸었다. 80대에서 60대 나이의 직장 선후배들이다. 우리 동우회의 골프회는 60대가 청년, 70대는 중년, 그리고 80대가 장년이다. 그래서 중년인 나는 청년 셋과 어울린 탓인지 실력 이상으로 잘 쳐 우승했다. 물론 두어 홀에서는 과욕이 앞서 무너졌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은 건 다행이다. “봄처녀 제 오시네… 하얀구름 너울 쓰고…진주이슬 신으셨네”를 중얼거리니 마음이 안정되며 새봄의 기운이 퍼졌었지.
아마 스포츠에서 점수가 적을수록 좋은 건 골프 말고 없지 않나 싶다. 육상과 빙상에서 스피드를 다투는 경기는 많고 적음이 아니라 빠름과 느림의 경주다. 구기종목을 비롯한 대다수 운동에서는 점수가 많을수록 좋다. 인기종목인 축구에서 한 골 들어가면 경기장이 떠나갈 듯해진다. 농구는 어떤가. 골, 골, 골....골이 들어갈 때마다 실내경기장은 함성으로 터질 기세다.
多多益善, 중국 史記에서 언급된 말이다. 韓信이 “군사는 많을수록 좋다”고 주군에게 말했던 고사가 오늘날까지 대다수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한다. 군사뿐 아니라 돈과 재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청소년의 향후 운명을 좌우케 되는 대학입시, 점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 나이테가 늘어날수록 백세인생에 근접한다. 아파트의 거실이 넓고 방수가 많은 집주인의 만족도가 높으며 위엄도 커진다.
多多益善 의식 속에서 살다가 죽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근심, 걱정, 슬픔, 증오 같은 건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인생이 되는 건데 나부터 그걸 잊고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골프를 치면서 되돌아 봐진다. 과욕은 골프에서 스코어를 늘리기만 한다. 골프는 安分知足의 덕목을 일깨워주는 스포츠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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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7-04-15 2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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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환 선생님 ! 요즈음 골프는 스포츠화 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되었습니다. 여가를 즐기시는 안영환선생님 ! 저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안영환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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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7-04-15 2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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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환선생님 중년에 멋진 스포츠 골프를 하시고 우승까지 하셨으니 축하합니다.
저도 70대 중년이지만 겨우 노인복지관에서 탁구나 치고 있으니 한심스럽게 생각이 되는 군요.
골프를 통하여 安分知足의 덕목을 일깨우시니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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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영환 |
17-04-16 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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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제가 작가회 모임에 참석치 않은 지가 꽤 오래돼 근황이 궁금하던 차에 반갑습니다. 강령하시지요? 그래요, 골프가 대중화되어 이젠 여성 골퍼도 엄청 많아졌어요. 그리고 만 80세 이상이 되면 그린 피를 면제해 주는 클럽이 적지 않아졌답니다. 근데 체력이 문제죠.
80대 골펴는 극소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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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영환 |
17-04-16 10: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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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권섭 선생님, 여수에서 일가를 이루신 임병식 선생과 더불어 사신다구요? 졸문을 일견해 주신 것만도 송구할 따름입니다. 여수에는 문사들이 많은 듯합니다. 전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TV에서는 종종 보곤 합니다. 저도 김 선생님처럼 사랑방에서 댓글로 교류하는 것이 대면보다 낫다는 점을 깨닫고 종종 그리할 생각입니다. 덕후한 선생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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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7-04-17 0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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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신사들과 함께한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글만 읽어보아도 노신사들의 여유와 낭만이 느껴집니다.
부디 건강을 잘 유지하셔서 좋은 글도 많이 쓰시고 지금처럼 아름다운 모임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근황을 살필수 있는 기회여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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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7-04-17 0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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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생님 건강하게 잘 계시는 것 같군요. 지난 총회 때는 뵙지 못하였습니다. '安分知足' 노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정말 필요한 덕목일것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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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영환 |
17-04-17 23: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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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저의 졸문을 일견해 주셨다니, 감복할 따름입니다. 선생의 '왕거미집을 보면서'의 수필선을 틈틈히 보면서 수필작법에 관해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용순 선생님, 우리 작가회의 신사 중 한 분인데, 귀향하셔서 행복한 생활하실 거로 믿습니다. 지난번 총회에 참서치 못했던 게 새삼 아쉽게 느껴집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좋은 글 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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