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甫吉島)(1)/ 보길도 가는 길

  오늘은 보길도(甫吉島)에 가는 날이다.  
땅끝마을에서 1박하고 선착장에 아침 일찍 나가 보니 어제처럼 해무(海霧)가 자욱한데 어서어서 가라는 듯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배가 떠난다지만 어제에 이어 모처럼 섬 여행 나들이를 가장 나쁜 날씨를 택하여 온 것이 분명하다.

나는 보길도에 두 번째 온다. 5.18 광주의거 다음 해에 처음 홀로 방문하였는데 그때는  세연정(洗然亭) 정자를 복원하기 전이었다. 

그 무렵 보길도에 가려면 완도에서 출발하여 노화도에 가서 보길도 가는 조그만 배를 타고 건너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것이 보길도대교가 생기면서 전부터 노화도에 동천선착장에 이어 산양선착장이 생기면서 완도보다 가까운 해남과 목포가 교통이 편해서 땅끝마을이 이처럼 번성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새로 놓았다는 '보길도-노화도'를 있는 연도교(連島橋)인 '보길대교'가 보고 싶고 그 당시 터만 남아 있던 보길도  세연정에 가 보고 싶다.

  나는 보길도대교를 운치 있게 걸어서 넘어가고 싶었지만 노화도 슈퍼에 들려서 보길도 행 버스를 물어보았더니 이 섬에는 버스가 없다고 친절하게도 자기 핸드폰으로 직접 택시를 불러 준다. 그 택시를 타고 윤선도 유적지인 세연정(洗然亭)까지 가다 보니 산양진항에서는 대교까지만도 멀어서 걸어서 보길 대교를 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다. 택시비는 메터로 요금을 받고 있는데 1만원 외 호출비로 3천원을 더 달란다. 아아, 슈퍼 아주머니의 친절에도  상혼(商魂) 있었구나 하였다. 뒤에 알고 보니 섬 내의 버스는 산양진항에는 없지만 완도에서 오는 선박이 도착하는 '노화도 동천항-보길도 청별항'을 운행하는 버스는 있었다.(참고: 553-8188)

고산 윤선도는  선조 ~현종 대를 살다가 간 사람으로  호는 고산(孤山) 또는 해옹(海翁)이다. 예빈시부정(禮賓寺副正) 윤유심의 아들로 종로구 연지동에서 좌의정 안현의 손녀인 순흥 안씨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8세 때 아들이 없던 큰아버지이며 강원도 관찰사(종2품)인 윤유기의 양자이가 되어 해남에 내려가 살게 되었다. 

 제주도를 향하던 중 보길도의 수려한 경치에 이끌리게 되었으니 그때 고산의 나이가 50세였다.
배에서 내려서 보길도의 진산인 격자봉(格紫峰, 433)에 오르니 물외가경(物外佳景)이라 감탄하면서 "하늘이 내가 오기를 기다려 준 것이니 이곳에 머무는 것이 족하다." 하여 보길도에 정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