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박영보 |
날짜 : 14-05-14 03:01
조회 : 2010
|
|
|
|
영원한 팔불출
“어머님, 아버님, 니키가 뒷마당에좀 나와보시라네요”
뒷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던 작은 며느리가 부엌으로 들어오며 하는 소리다. 석양의 하늘 빛깔이 너무나 아름답다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이다. 니키는 올해 다섯살이 되어 유치원에 들어간 큰 손자 녀석이다.
2013년의 마지막날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를 합한 아홉명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돼 있어 부엌은 제법 부산했다. 이런 중에도 니키녀석의 부름을 몰라라 할 수도 없어 나가보게 된다. 비록 어린 나이의 녀석이지만 하늘을 바라다 보며 생각하고 있는 그 마음 속에는 무엇이 담겨있었을까. 어린 소견에 무슨 특별한 의미같은 것이 있었을까마는 하늘의 색깔을 바라다 보며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한번쯤 생각을 해 보게 한다. 나이꽤나 든 사람들의 눈에도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 상황이기도 할 터인데 말이다.
슬라이드 도어를 열고 나가보니 역시 붉게 물든 서녁의 하늘에 깔려오는 노을이 아름답다. 널따란 푸른 하늘에 군데 군데 검은 색과 회색 구름이 흩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로 비춰나오는 붉은 석양. 한폭의 그림 같아 사진에라도 담아두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흠, 녀석에게도 저런 감상적인 면이 있다는 말인가’. 다섯살 나이에 저녘나절의 하늘을 바라다 보며 생각에 잠기고 있다는 것. 이를 할미 할배와 함께 나누고 싶어하다는데에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본다. 이런 녀석을 앞에 두고 팔불출이 되지 않고 배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니키는 세상에 태어난지 몇달 후부터 이 년 가까이 내 손으로 키워온 녀석이다. 아내는 물론 아들 내외 모두가 풀 타임으로 일을 해야했기 때문에 그들이 퇴근할 때까지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내가 맡게 된 것이었다. 일이래야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는 일 정도에 불과했지만 정이 흠뻑 들기에 충분한 시간들이었다.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틈틈히 녀석의 방에 살짝 들려 쌔근거리며 잠자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다 보다 나오기도 했다. 너무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으면 나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일부러 깨우기도 했었다.
커가는 모습, 하루 하루 달라지는 모습, 발전해 나가는 모습들을 바라다 보고 있자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 깨우쳐 지게도 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저녀석의 나이일때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자라온 과정은 또 어떠했으며 소년기, 청장년기 때의 모습은 어떠했으며 지금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에도 잠겨보게 된다. 어느새 손자 손녀들을 둔 칠십대 할배가 돼 있는 모습이라니.
할배로서 녀석들에게 무엇이건간에 한가지 쯤은 안겨줘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무엇을 어떻게 전해줄 것인가에 대하여 떠오르는게 없다. 무슨 ‘유산’이라던가 하는 것은 가지고 있는 것도 없지만 고리타분하고 느끼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것은 녀석들에게나 나 자신에게 흥미거리나 관심거리가 될 것 같지도 않고.
그럼 ‘정신적인 유산?’ 이 또한 웃기는 이야기이다. 내가 뭐길래. 남에게 남겨주거나 전해줄만한 한줌의 정신적 건더기라도 가지고 있지도 않은 내게 해당이나 될 이야기인가. 주고 싶어도 줄게 없는 안타까움이 이렇게 절실하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다음주 부터는 리틀리그 베이스볼 팀에나가기로 돼 있다. 만으로 마흔이 되는 녀석의 아비가 그 나이때에도 했던 일이다. 뒷마당 잔디밭에서 공 받기와 배팅연습을 시킨다. 내가 던진 볼을 글러브로 받아내면 ‘나이스 캐치’라며 칭찬도 해 준다. 친 볼이 울타리를 넘어가면 ‘홈런’이라고 소리치며 달려가 하이 화이브를 나눌 때 기뻐하는 모습. 축구 연습때 녀석이 차낸 볼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데도 일부러 골인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할배. 녀석도 그렇겠지만 나 자신에게도 충분한 즐거움이 있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이다.
큰 미천이나 노력 또는 고민을 하지 않고도 녀석들에게 전해줄만한 ‘꺼리’가 떠 오른다. 이렇게 말하면 어린 철부지 손자녀석들에게 너무나 치사한 계산적이라는 생각도 들법도 하지만 그렇게 유치하거나 야비한 거래는 아닐상 싶기도 하다. 설령 계산적이라 해도 서로간에 손실이나 헛 낭비가 아닌 투자일 것 같기도 하다. 녀석들이 섭섭해 하거나 아쉬워할 일도 아닐 것 같고 오히려 작으나마 이문을 남길수 있는 장사가 될 것도 같다.
받아 준다는 것. 바쁜 중인데도 구태여 밖에 나와 까짓 하늘 같은 걸 바라보라는 청을 마지못해 들어 준다는 것만도 나름대로의 배려가 아닌가. 다시 말해 받는다는 것도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닌가. “아 멋있다. 너무 아름답다. 고맙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게 해줘서”. 라면 녀석도 함께 좋아한다. 나의 표현에는 다소 오버를 하는 점도 없지는 않지만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한것은 건성이 아니니 실속있는 거래가 아닌가. 녀석에게 기쁨의 모습을 보준다는 것 또한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고.
가끔 녀석이 숨 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꽉 끼어안고 “이 세상에서 니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누구야”라고 물으면 나에게 약을 올리려고 일부러 “할머니”라고 말하며 깔깔거린다. 더 힘들게 조이며 다시 물으면 견디지 못해 할 수 없다는 듯이 “할아버지”라고 말한다. 다시 “니키는 누구꺼야”라면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누구꺼야”에는 “니키꺼”라고 말한다.
녀석들이 자라서 나중에 어떤 모습, 어떤 길을 가느냐 하는 것은 그들 자신의 몫이다. 나에게 있어서 녀석들은 그 존재 자체가 중요하고 귀한 일이리라.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도 하고 기억을 한다는 것에 삶의 의미를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들에게도 이런 할배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게 될까. 내가 녀석들에게 남기거나 건네줄수 있다는 것이 고작 이런 알량한 모습뿐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니 마음이 좀 움추려진다. 녀석들에게 가급적이면 보다 많은 할머니와 할머니에 대한 아름다운 축억거리들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
|
| 일만성철용 |
14-05-14 09:34 |
 |
|
손자와 쟁그러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부럽기 딱이 없습니다. 저는 손자와 떨어저서 월 중행사처럼 보다 보니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요.
|
|
|
| |
| 박영보 |
14-05-14 14:28 |
|
'출가한 자식들이 손자들을 데리고 찾아온다면 반갑기도 하지만 얼마의 시간을 보내다가 자기네 집으로 돌아간다면 더 반갑다'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더군요. 집안을 어지럽히고 부산을 떨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가 "이제 가봐야겠다"며 채비를 하게 되면 홀가분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차가 떠날 때 "빠이"하며 손을 흔들고 나서 집안에 들어설 때의 허전해 지는 마음, 한참동안의 여운으로 남게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
|
|
|
| 임병식 |
14-05-14 14:09 |
|
|
손자와 애정쏟아 놀아주는 모습에서 손자사랑하는 마음을 물씬 느낄수가 있습니다. 많이 행복해 보이십니다.
|
|
|
| |
| 박영보 |
14-05-14 14:34 |
|
녀석들에게는 가장 좋고 친한 친구가 돼 주고 싶고 녀석들도 저를 가장 좋은 친구로 여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고속도로로 한시간 정도의 거리에 살고 있는 녀석들이 연휴때에 우리에게 오면 하루나 이뜰 쯤 우리와 함께 자고 가기를 원하며 떼를 쓰는 것도 고맙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걸 보면 네 나이탓인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정진철 |
14-05-14 14:10 |
|
박선생님 오랜만입니다.
한동한 소식이 없으시더니 글을 올리셨네요,
반갑습니다~
|
|
|
| |
| 박영보 |
14-05-14 14:38 |
|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만 우리 작가회의 사이트는 계속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만 금년 하반기 쯤에 한국방문 계획을 생각하고 있는데 결정되면 회원님들 모두를 찾아뵈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최복희 |
14-06-06 08:32 |
|
박영보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사모님을 '촌닭'으로 표현하신 글을 쓰셨지요?
저 또한 제 자신을 촌닭이라고 하기에
그 글을 읽고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자상하고 인자하신 할아버지와 천진스러운
손자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바삐 사느라고 작가회 홈에 자주 들르지 못했지요. 고맙습니다.
|
|
|
|
| 박영보 |
14-06-17 12:22 |
|
최선생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선생님과의 짤막한 말씀을 통해 항상 자주 뵈오며 다독여 주시는 것 같은 따뜻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금년중에 꼭 회원님들을 직접 뵙고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기을 원합니다.
혹시 7/8/9월중에 월례회나 정기 모임이 있다면 그 일정을 알려 주실 수 있으실지요.
건강하시고 기쁨이 넘치는 나날이 되시기를 빕니다.
|
|
|
| |
| 최복희 |
14-06-18 22:47 |
|
2014년 7월 11일(금) ~12일(토) 제14회 '수필의 날' 행사가 있습니다.
장소는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경기홀)에서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로107에 주소 하고 있습니다.
'숙소는 '기흥 골드 훼밀리 콘도'라고 하네요.
한국수필가협회 홈페이지에 가시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저는 우편으로 받았습니다.
그때 시간 되시면 오십시오. 작가회 회원들께서 환영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