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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권섭 |
날짜 : 14-04-29 17:35
조회 : 2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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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石)
살다보면 궂은일도 당하고 좋은 일도 당한다. 나는 그간 최근에 당했던 고통은 이루 형언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산모들이 분만에 임박해서 자궁의 수축에 의해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복부의 동통상태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흔히 산모들을 진통의 대명사로 회자되는데 진통이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
누워 있어도, 엎어져 있어도 소용이 없다. 뱃속에서 예리한 흉기로 꾹꾹 찔러대는 것 같다. 소화가 안 되어 그런 줄 알고 집안에 담그어 놓는 매실엑기스를 가득 한 컵 마셨다. 그래도 아파 배를 움켜잡고 동네 마트에 가서 소화제를 한꺼번에 여러 병 구매하여 마셔도 반응이 없다. 도저히 아픈 것을 못 참아 겨우 모기소리로 ‘진통제’를 소리쳤다. 아내가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와 먹고 나니, 소름이 끼치고 뱃속 안에서 목구멍으로 욱 하더니 몸이 혼미하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었던 음식을 자동 반납했다. 천지가 빙빙 돌아 겨우 기어서 현관으로 왔다.
저녁 여섯시에 시작한 아픔은 열시까지 몸부림쳤다. 더 이상은 참지를 못해 119 구급차를 불러 병원 응급실에 갔다. 그간 티브이에서 응급 장면으로 보아 오다, 내가 주인공이 되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겨 왔는데, 내가 주인공이 되고 보니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세상을 하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포자기가 되어 진다.
병원에 도착하니 엑스레이를 찍고 피를 뽑는다. 병상에 누워서 수액주사를 맞았다. 아프다고 하니 진통제도 놓아주고, 포도당주사도 맞으니 기분도 좋고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한 밤을 지새웠다. 아침에 눈을 뜨니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평온하다. 동이 트자 퇴원했다.
아무래도 몸에 이상 조짐이 있는 것 같아, 정상적으로 진료하는 월요일 오전에 병원에 갔다. 피, 소변, 초음파 검사를 했다. 초음파 검사를 하니 드디어 까칠한 낟알과 같이 생긴 7밀리미터 정도의 결석(結石)이 보인다. 지금까지 아프게 한 주범이다. 확인하기 위하여 보다 정밀한 컴퓨터 단층 촬영을 하였다. 틀림없다. 그간 두 번 응급실을 찾았지만 요로결석(尿路結石)은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 나비효과는 폭풍우만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큰 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다. 몸속에서 몇 마리의 나비가 동시에 날개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눈치 채지 못할 뿐이다.
외과의사는 생애 전환기의 때이니 갑상선, 대장, 간, 위 검사를 하자고 한다. 그간의 고통이 어찌나 몸서리가 처지어 하자는 대로 다 했다.
대장암 검사를 준비했다. 입원 첫날 저녁 식사를 굶고, 이튿날 아침 가루약을 타서 물 4리터와 함께 먹는 것이 숙제다.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양을 다 먹으려 하니 토할 것만 같고 내부에서 받아들이지를 않는다. 옆 호실에 있는 60대 초반의 아주머니가 자기도 검사할 때 도저히 물을 다 먹을 수 없었는데 사탕을 먹으면서 다 먹었다고 한다. 먹고 남은 사탕 몇 개를 준다. 사탕을 먹으니 물이 마셔진다. 드디어 목표량을 다 마셨다. 얼마 후부터는 몸에서 강 같은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것 같다.
깊은 잠에 빠져있는 동안 내시경에 의해 대장에서 용정 네 개를 제거했다고 한다. 잠에서 깨어 난후 동영상을 보여 주는데 간에는 붉은 혈흔이 뭉쳐있고, 위에는 헬리코박터균이 있다. 어언 인간 고목이 되었다.
몸이 아파 몸을 부리고 나니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아픔을 통하여 병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은혜요, 만족을 아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평소 존경하는 작가께서 문병 차 달덩이만한 수박을 들고 왔다. 사탕 주었던 예쁜 사람도 초대하여 수박잔치를 벌렸다. 먹고 나니 원효대사가 요석을 빼앗아 갔던지, 오줌통에서 철철 쏟아지는 줄기가 한창 때 같다. 마초맨이 제피드를 먹은 듯하다. 수박은 비뇨기 쾌도난마다. 하도 시원하여 원효대사가 젖은 옷도 말리고 요석공주와 회포를 푸는 기분이었을까도 상상했다. 신은 나에게 다윗에게 주었던 돌을 주어 나를 시험했다.
우연하게도 사위는 요석(尿石)을 다루는 비뇨기과 전문의다. 나의 몸에 돌이 생기더니 비뇨기과 사위를 얻었다. 난생 처음 입원했는데 하필 나는 비뇨기과 관련으로 고통을 받았으니 기이한 인연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자녀들 중 굳세기가 다이아몬드(金刚石) 같은 차녀는 가정과 전문의가 되어 비뇨기과 전문의를 만났다.
고통을 주어 내 몸에서 쉬 빠져 나가기를 바라는 돌은 나가지를 않고, 좀 오래 머물기를 기대한 보석(寶石)같은 딸은 의사 사랑땜도 하기 전에 내 곁에서 쉽게 떠났다. 이제는 미움도 사랑도 부질없음을 느낀다.
미운돌(憎石), 고운돌(美, 碧玉石) 다 같이 내 곁에서 잠시 머물다간 아픔이요 사랑이었다. 놓아주고 헤어지는 아픔은 한 타래실과 같은 또 하나의 인연이었다. 애집(愛執)도 부질없고 미움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돌(石)은 결국 나에게 애증(愛憎)의 수수께끼였다. (201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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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4-29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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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 결석으로 고생하셨는데 비뇨기과 전공의 사위를 얻었으니 그것도 운명적인 인연인가 합니다. 요로결석이 그렇게 아프다는데 고생하셨습니다. 글의 마지막 단락 ' 미운돌(憎石), 고운돌(美, 碧玉石) 다 같이 내 곁에서 잠시 머물다간 아픔이요 사랑이었다. 놓아주고 헤어지는 아픔은 한 타래실과 같은 또 하나의 인연이었다. 애집(愛執)도 부질없고 미움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돌(石)은 결국 나에게 애증(愛憎)의 수수께끼였다.'가 의미화를 시켜놓고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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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4-29 2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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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임선생님!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배려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요로 결석이 그렇게도 고통을 주는 것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엑스레이는 두 번 이나 촬영해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초음파로 검진하니 나타나 시티로 확인 한 결과 까칠하게 생긴 낟알 같은 돌이 박혀있었습니다. 대장암감사로 많은 물을 일시에 먹고 수박을 먹으니 돌이 나왔습니다.
이번 일로 일주일 입원한 가운데 간, 위, 갑상선, 대장, 폐까지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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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4-04-30 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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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너무너무, 정신이 아찔해지도록 무지하게 아파서 방안을 떼굴떼굴 구른다는 요로결석입니다. 그 미운돌이 아프지 않아서 그대로 두었더라면 사리가 될 뻔 했던 고운돌입니다.^^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르도록 현장감이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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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4-30 08: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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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류선생님 감사합니다. 지금까지는 크게 아프지 않아 입원을 안했는데
요로결석으로 고통을 당하고 보니 이제 제도 고목이 다 되었구나 생각하는 기회를 느꼈습니다.
사는 날 동안 더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류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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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05-04 2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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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석의 아픔을 아내를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결석으로인해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던 그날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레이져로 쏘아
수술을 안해도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원인을 밝혀 치료가 되셨으니 천만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김권섭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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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5-05 1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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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임병식님 카페, 한국수필작가 카페 임선생님께서
지극정성으로 댓글을 달아주시니 카페가 빛남니다. 글에 대한 격려, 관심, 애정도
모두 정성입니다. 부인께서도 결석으로 아픔이 있었군요! 지금은 아무렇지 않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몸서리가 처집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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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4-05-07 0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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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도 병인 모양입니다. 몇년에 한 번도 병원을 외면하던 저도 혈압약을 먹고,안과나 피부과 치과 등을 드나드니요. 결석의 아픔은 경험하지 않은 것은 생맥주를 좋아해서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지요. 저도 대장의 용정을 7개나 떼어내고 2년 후에 다시 검사를 했는데 3년이 지났으니 금년에는 또 검사받을 생각입니다. 안과에 적어도 3달에 한 번쯤은 들르세요. 눈이 고장 아면 글도 못쓰게 된다 하니-. 나이 들면 아픈 것이 정상이니 미리 예방이 최선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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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5-07 16: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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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일만성철용 선생님! 영혼이 깃듯 선생님의 글과 사진은 이 시대의 금자탑입니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전국방방곡곡을 샅샅이 뒤적이며 역사와 유래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알려주시는 선생님은 살아있는 백과사전입니다. 지금처럼 건강관리 잘하시어 오래도록
한국수필작가방에서 볼 수 있기를 기원드립니다.
"임께서 기다려주고 있는/ 바다가 보이는 저 언덕 위/ 힘에 부친 이승의 길이라도/
오랜 그리움 펄럭이는/ 나 만의 풍경 속에 임이 있는 곳/ 영혼이 깃듯 임의 향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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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5-10 06: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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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인생을 되돌아 보는 보석입니다. 김 선생님의 깊은 성찰을 보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요로결석..저는 두번씩이나 떼굴떼굴 굴러 봐서 잘압니다.
여자들이 산통이 고통스럽다고 하지만 요로결석통이야 말로 ..글쎄요 제가 산통을 몰라서..ㅎㅎ
저는 한번은 견뎌서 뺏고 두번째는 수술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한번 생긴 사람은 자꾸
생긴다고 해서 구연산을 구해서 한봉지씩 먹으니까 그 이후로는 생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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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5-12 1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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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선생님 반갑습니다. '서울과 최 남단, 멀고도 가까운 거리' 교류 얼마나 다행인지요!
매번 격려의 말씀 주시고 좋은 삶의 지평을 열어 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인생살이 생각하면 길다고 하지만 짧은 것이 인생살이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갔더니 시골이라 그런지 몰라도 어언 1/3이 세상을 하직했더군요.
좋은 소식 알았으니, 구연산을 구해 한봉지씩 먹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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