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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임에서 흥미있는 논의를 하게 되었다.
세상 살아온 세월이 거의 비슷하여 무슨 화제를 꺼내도 막히지 않고 이야기가 술술 잘 풀렸다. 까다롭게 질문한다거나 이야기 주제에 대하여  무관심, 또는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날의 주제는 '우리의 아들 딸들은 장가를 갔느냐 시집을 갔느냐'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자신이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솔직하게 발표하는 좋은 기회였다.

A 엄마가 말했다. 두 아들 중 둘째가 먼저 결혼을 했고 장남은 전혀 결혼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나 동창 친구들 중 결혼한 사람들 대부분이 아침밥을 얻어? 먹고 출근하는 경우가 없다고 했다나. 출근하면서 음식쓰레기 봉투까지 남편 손에 들려 보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점점 사그러든다고 했단다.

B 엄마가 나섰다. 당연한 것 아니예요? 저들이 좋아서 한 결혼인데 맞벌이 하자면 아침 밥을 거를 수도 있고 음식쓰레기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해야지요. 요즘에 그런 것 가지고 시비 걸면 아들 장가 못 가요. 선 볼 때  신랑감이 무슨 요리를 잘 하나 그게 필수사항인 것 모르시나봐. 딸만 셋을 두었다는 그녀의 항변이 야무졌다.그녀는 열 아들이 안 부럽다며 이조시대부터 여자들이 노예처럼 일만하고 학대받은 것은 왜 생각 못 하느냐고 안색이 푸르딩딩할 정도로 쏴부쳤다.

C 엄마의 차례였다. 역시 아들만 둘을 두었다는 C 엄마는 B 엄마의 서슬에 말소리를 낮추고 차분하게 말했다. 나는 요, 우리 큰아들 장가보내고 나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어쩌다 한 번씩 아들네 집에 가면 에프론을 두르고 설거지를 하지 않나. 아들 말이 집안 청소와 세탁기 돌리는 건 선수라나요. 엄마가 가도 에프론을 벗을 줄 모르고 지 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아들이 안쓰러워서 자주 안 가요.그 꼴 안 보는 게 낫지.

D 엄마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들 둘에 딸 1명을 두었고, 둘째인 아들 1명이 결혼을 하여 현재 재고 물량?이 2명이라는 설명을 한 후 남자들의 수난시대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하고 서두를 뗐다. 과거엔 남자들이 부엌 근처에 얼씬거리기만해도 시어머니의 불호령이 아들에게가 아니라 며느리에게 떨어졌다고 했다. 세태가 어떻게 돌아가건 여자로서의 본분은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일반론을 폈다. 딸 가진 집은 비행기를 타고 아들 둔 집은 버스를 타는 얘기는 캐캐묵은 고전이 되었다면서 딸이고 아들이고 다 같이 반성할 것이 많다면서 말을 마쳤다.

얼마전 동창회에서 한 친구가 아들이 불쌍하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아들은 출근길에 어머니집에 들려 아침밥을 먹고 출근히고 , 퇴근하면서도 어머니가 해준 저녁밥을 먹고 가면서 회식했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밤중에 아기가 깨서 울면 우유병도 물려주고 기저귀도 갈아주다보면  날이 샌다고 했다나.

글쎄 그게 뭐 눈물까지 흘릴 일일까마는 21세기의 변화 가운데 가장 확실한 변화가 기후변화와 함께 남여 역할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내 아들의 사정은 어떠할까. 내 아들이라고 오늘의 풍조를 따르지 않고 세상의 다른 남자들하고 동떨어진 생활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 일에 대해서 누가 관여하거나 참견할 사안도 아닌 것 같다.
그날의 토의는 지리멸렬하게 그 상태로 끝이 났다. 아마도 거기 모인 엄마, 특히 아들만 둔 엄마들은 아들의 시집살이가 고초당초보다 더 매운 것이 되지 않기를  맘속으로 바랐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바야흐로 아들이 시집가는 시대이니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