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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잠이 깨봐야 요즘엔 아침 6시였다.
불경기가 깊어지면서 늘 한밤에 귀가하는 딸 덕분이다.
나는 본래 저녁 9시 뉴스가 진행될 무렵 잠을 잤다. 초저녁에 일찍 잠을 자면 그만큼 다음날 일찍 일어날 수 있어 시간활용에도 좋은 점이 많았다.
3시, 4시에 깨면 어떤 날은 박재희 교수의 명심보감, 논어 강의도 듣고 대부분은 평소에 미뤄 두었던 책읽기에도  넉넉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그전 일이었다. 요즘은 밤1시 이전에 잠자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겨우 몇 시간 잠을 잤을까. 잠결에 문자오는 소리가 잡혔다.
'참 겁도 없이 이 새벽에 무슨 문자야? '
얼른 일어나지 않고 혼자 투덜거렸다.
다음은 전화벨이 울렸다.
'흥! 전화까지, 대체 누구지?
대개는 새벽 전화나 문자는 불길한 소식일 경우가 많다.
그래저래 나는 더 꾸물거리는지도 몰랐다.

'미안해요!' 그건 서두였고 문자 말미에는 '고마워요!' 였다.
지정한 당번 날(손주 돌보기)은 아니지만 오늘 좀 와줄 수 없느냐 하는 애들 할아버지의 문자였다. 난감하다는 것은 이런 때를 두고 이른 말인가.
참 불편하고 어색한 눌음을 오늘 다시 새롭게 펼쳐야 하는 모양이다.
하는 수없이 자리를 개키고 일어나 코트를 입는다.
거절하거나 피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더욱 난처하고 곤혹스럽다.

그래도 감사하란다. 슬퍼도 기뻐하란다. 네! 만 있지 아니오! 는 없는 것이라고 한다. 불편한 마음 거부하는 마음, 좋든 싫든 마음 속에 일어나는 모든 생각을 부처님께 바치라고 한다. 바치는 것은 비운다. 내려놓는다, 정화한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들을 객관화시켜서 정리하는 의미도 포함된다고 했다. 그렇게 하므로해서 마음이 가벼워지고 밝아진다고 한다. 요즘 마음을 잡으려고 깊이 들어간 금강경 공부의 가르침이었다.
온갖 상념을 그대로 마음에 가두어 두면 병이 된다고 했지 않은가.

새벽인데 안개인가, 미세먼지인가. 하늘이 온통 부옇다.
나는 걸음을 재촉한다. 오직 潤과 河를 생각하면서 횡단보도를 빠르게 건넌다.
'미안해요! 고마워요!'
현관문을 열자 외출준비를 완료한 할아버지가 이 두 마디를 흘리며 엘리베이터로 바삐 들어간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인생을 역방향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미안해요! 고마워요!
생소하고 어색해버린 언어들. 나는 그 말이 어렵다. 예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애들아! 일어나라!"
두 녀석에게 등교준비를 시키며 다시 한 번 그 두 종류의 말을 곱씹어 본다.
어찌됐든 나에게 그 말은 신기하고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