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김권섭 |
날짜 : 13-12-14 14:26
조회 : 2342
|
|
|
|
사과 두 개
아내가 교회 여전도회 야유회를 다녀왔다. 평소 나에게는 티셔츠 하나만 구입해도 ‘입을 것이 많이 있는데 무엇 하려 샀느냐’고 나무라더니 전날에는 자기 옷을 두 개나 사와서 입어보고 포즈를 취한다. 다녀와서는 화색도 좋고 상쾌하다. 밝은 모습에 가라고 종용했던 나도 기분이 좋다.
집에 도착하더니 희희낙락하며〈L여전도회장〉이 주었다고, 인절미 한 도시락, 빨갛고 먹음직스런 모양이 명화〈뒤러〉의 ‘아담과 하와’에서 둘이 들고 있는 사과와 영락없는 사과 두 개를 내 놓는다. 아내는 나에게 인절미를 먹으라고 한다. 야심夜深하여 소화가 염려되어 머뭇거렸지만 ‘물컹하니 굳기 전에 먹으라.’ 한다. 먹었다. 떡을 먹으니 사과 생각이 난다.
그런데 아내는 먹고 싶었던 사과 두 개를 혼자 내가 보는 앞에서 다 먹어 버린다. 어찌나 서운하던지 머리가 쭈뼛하다. 침이 일시에 말라 떡이 잘 넘어가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화는 낼 수 없고 내심으로만 꾹 참기를 ‘부부된 자는 의로써 화친하고 사랑으로써 화합한다. 서운한 일이 있다고 바로 꾸짖으면 무슨 장부丈夫라 하겠는가!’ 묵언했다.
인절미는 내가 먹었지만 먹고 싶은 사과를 못 먹으니 기분이 영 멋쩍다. 침을 삼키며 일언반구 없이 내 방으로 들어와 책을 봤다. 법정의《무소유》와 피천득의《인연》이다. 법정스님의 책을 통해 평정심平靜心을 되찾았다. ‘우리의 영혼을 뒤흔드는 말은 장엄한 음악처럼 침묵에서 나와 침묵으로 사라져간다.’ 화가 난다고 중언부언하느니 침묵을 약으로 삼키었다.
이튿날 아내는 야유회 여운이 남았던지 인근 〈미평 봉화산 산림욕장〉을 가자고 한다. 평소 밖에 나가기를 싫어한 아내인지라 나가자고 하니 좋아서 ‘그럼’하고 바로 응했다. 모처럼 여수에서 순천까지 다녀오고 바깥바람을 쏘이더니 밖을 찾는다. 실은 어제 독감예방 접종으로 누워 있고 싶은 상태였다. 속으로는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나 막상 산림욕장에 당도하니 울울창창한 편백 숲, 저수지의 맑은 물, 물속에서 유영하는 팔뚝만한 비단잉어, 맑은 공기,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10월에 피는 엉거시과에 속하는 상록 다년초 ‘털머위’가 방상화수房狀花穗 노란 꽃으로 만개하여 장관이다. 꽃 무릇, 맥문동, 원추리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있고 숲에서 나온 피톤치드가 은은하게 향기롭다.
산림욕장에서 실컷 즐기고 귀가하기 위하여 차에 탑승했다. 차에 오르더니 아내는 나와 함께한 삼림욕이 만족했던지 ‘남편이란 처자식을 잘 양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본분’이라고 한다. 아내의 도리는 일언반구도 없이 남편 책무만을 말하니 어제 밤 사과가 떠올랐다. 조잡스런 마음에서 나온 심정에 조심스럽게 사과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쫑긋했다. 그랬더니 긴 혀로 재빠르게 파리를 낚아채는 개구리처럼 의기양양하며 장광설 한다. 본전도 못 챙기고 단념했다.
나는 야유회에서 돌아오는 아내를 위하여 밤, 고구마도 삶아 놓고 밥도 지어 기다렸다. 순진하다고 할까 바보 같다고 할까! 고 김수환 추기경《바보가 바보들에게》에서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칼릴 지브란>의 부부에 대한 충고를 음미했다.
“너희는 함께 만났으니, 영원히 함께 하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으니…”
아내는 야유회를 가기 전에는 머리가 아프다, 다리 관절 통증이 온다고 말했는데 이젠 조용하다. 야유회에서 가져온 ‘사과 두 개를 다 먹어서 그런가(?)’ 생각하니 한 동안의 서운한 생각이 사라진다. (2013.10. )
|
|
| 임재문 |
13-12-14 16:08 |
 |
사과 두 개 잘 읽었습니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사과 저도 입맛이 다셔집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사과가 많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능금이라고 해서 학교 운동회때나 맛볼 수
있었던 사과 ! 지금 생각하면 새콤하기만 했던 그 때 그 사과가 그래도 제일 맛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아내가 먹으라고 사과를 사다가 놓았는데도 아직 손이 안갑니다. 다른 먹걸이
들도 많기 때문이겠지요. 저도 이제 사과 한개 훔쳐먹듯이 그렇게 스릴 있게 먹어보렵니다.
감사합니다. 김권섭 선생님 !
|
|
|
| |
| 김권섭 |
13-12-14 17:32 |
|
|
사과가 많이 있을 때에는 관심이 적지만 오직 두 개 밖에 없는 때에 내 몫이 없으니 서운 한 생각이 들더군요. 남자가 먹을 것 가지고 타박하면 조잡스러워 침만 삼키고 참아 버렸습니다. 임재문선생님 중부지방은 눈도 많이 오고 춥다고 하는데 늘 건강 유의하여 안녕하십시요! 감사합니다.
|
|
|
|
| 임병식 |
13-12-14 23:07 |
|
|
김선생님이 쓰신 글은 천진스러움과 순박한 성품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서 좋습니다. 그런 이야기도 예사로 할수 있는건 그만큼 사모님을 사랑하신 증거일 것입니다. 적지 않는 나이에 지역에서 문학이란 인연으로 함께 만나 지내고 있는것이 큰 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
|
| |
| 김권섭 |
13-12-15 07:20 |
|
|
임병식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는 청석님을 뵐 때 언제나 진정한 수필가이시며, 시들어 가는 농업사회의 아름다운 추억을 그림처럼 들려 주시고, 수석의 미학에 대하여 아름다움을 그려주시어 작품을 통하여 즐거움을 느낌니다. 언행이 일치하는 대쪽 같은 기개에 매천황헌선생이 떠 오릅니다. 10대 부터 70대 가까이 한결같이 수필에 정진해 오신 일편단심에 존경과 신뢰를 느낌니다. 감사합니다.
|
|
|
|
| 일만성철용 |
13-12-15 01:10 |
|
|
나보다 젊은이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내와 다툼이 있을 때는 사소한 것이라도 비켜 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그러나 절대로 항복하지 말라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아내도 그것을 바라지 않으리라는 생각해서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부부간의 다툼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더군요. 쓰신 두 개의 사과도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
|
|
| |
| 김권섭 |
13-12-15 07:26 |
|
|
일만성철용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년하고 부부만 함께하니 사소한 것 중 서운한 것으로 다툼이 생김니다. 일만선생님의 충고 새롭게 받아드려 남은 생애 무탈하도록 힘쓰겟습니다. 늘 구구절절 쉼없는 국내외 여행지 답사기, 산천경개, 유적지, 일상생활에 유용한 음식 소개 등등 참으로 유익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
|
|
| 류인혜 |
13-12-15 06:10 |
|
|
두 분의 정겨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내를 생각하시는 선생님의 마음은 바보가 아니라 듬직한 울타리입니다. 집안에서는 밝은 해가 더욱 빛이 나도록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 나이가 들수록 선호하는 음식이 뚜렷해져 원하는 것을 챙겨주지만 제가 좋아하는 음식은 절대 양보하지 않습니다.ㅎ ㅎ 잘 읽었습니다.
|
|
|
| |
| 김권섭 |
13-12-15 07:33 |
|
|
류인혜선생님 고맙습니다. 나이가 들 수 록 이해심이 생기고 인내심이 길러집니다. 이번 경우 제가 4~50대만 되었어도 화를 냈을 것입니다. 이제는 도사처럼 속으로만 '서운하다' 생각하고 조용히 지내 무사했습니다. 선생님의 고견 명심하여 남은 생애 다툼이 없이 살도록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김용순 |
13-12-15 08:19 |
|
|
김권섭선생님, 웃음이 나옵니다. 우리도 둘만 살아 사소한 일에서 마음이 상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내색은 하지 않지만요. 늙으면 더 어린아이가 된다고 하더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밥 얻어 먹고 살려면 죽을 때까지 수양을 하여야 하지요. 감사합니다.
|
|
|
| |
| 김권섭 |
13-12-15 10:20 |
|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참고 견디는 정도가 좀 더 있을 뿐 마음은 언제나 그대로인것 같습니다. 곱게 밥 얻어 먹고 살려면 참고 살아야겠지요. 김용순선생님 말씀대로 지금 보다 수양을 해서 불화음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양순태 |
13-12-15 11:35 |
|
김권섭 선생님 안녕하세요
사과 두 개가, 가장이신 선생님의 마음을 서운하게 했군요
살다보면 음식으로 인한 서운함을 더러 경험하게 되더라구요
저는 눈치배인 짜장면을 얻어먹고(나는 탕수육도 많이 사줬는데) 한 달 동안 매일 짜장면만 시켜먹고서야 마음의 갈증을 해소했었던 웃지못할 경험이 있습니다. 건강에도 좋은 사과이니 올 겨울에 아예 한 박스 들여놓으시고 서운함을 해결하시는 방법도 좋을 듯 합니다.
|
|
|
| |
| 김권섭 |
13-12-15 13:05 |
|
양순태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그날 '사과 두 개'를 못 먹었지만 오늘은 사과 한 박스를 얻은 기쁨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서운한 생각은 여일하더군요!
황혼 블루스가 울려 퍼지고 서서히 막이 내리는 때이니 참고 견디며 내 돈으로
예쁘게 생긴 사과 실컷 사서 먹어야 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위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
|
|
| 이방주 |
13-12-15 23:38 |
|
|
김권섭 선생님, 어린 날에는 제사를 지내고 사과 한 개를 통째로 얻으면 세상을 다 얻은 듯했습니다. 내외분이 사과를 가지고 밀고 당기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마치 초등학교 5,6학년 남녀 어린이가 좋으면서도 안 좋은 듯 다투는 모습입니다. 마음이 착한 사람들은 이렇게 어린이 같은 모습이라고 합니다. 천진한 내용이 천진한 문체에 담겨 더욱 아름답습니다.
|
|
|
| |
| 김권섭 |
13-12-16 05:31 |
|
이방주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정년하고 집에서 단 둘이 살다보니 사소한 것으로 어린이 같은 철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생각은 소싯적 생각이 발동하더군요!
남은 생애 참고 견디며 무탈하게 살겠습니다. 추위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
|
|
| 김창식 |
13-12-19 19:37 |
|
사과는 두 개가 아닌, 여러 개인 것 같습니다, 김권섭 선생님.
전도회 사과, 이브의 사과, 뉴튼의 사과, 폴 세잔의 사과, 가판대 위 사과, 실재하는 사과,
가상의 사과, 그림자로서의 사과, 표상으로서의 사과, 존재하지 않는 사과, 사과 아닌 어떤
다른 것을 지칭하는 사과...
|
|
|
| |
| 김권섭 |
13-12-22 17:55 |
|
김창식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의 사과에 대한 말씀이 마치
칸트나 헤겔의 철학, 괴테 시를 읽는 기분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십시요.
|
|
|
|
| 정진철 |
13-12-19 21:34 |
|
저는 두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화가 난다고 중언부언하느니
침묵을 약으로 삼킨다고 하신 말씀은 보약같은 깨우침입니다. 또하나는 사모님이
산림욕을 가자고 제의하신동기를 사실은 가볍게 지나치는 모두글이겠습니다만
야유회의 여운이 남았든지 하고 생각하시는 것은 잘못같습니다. 아무리 제밌는 야유회라고
해도 김선생님과 함께 하는것보다는 못하므로 그 갈증을 해소하려고 제의 하신것이
맞는것 같습니다~~ㅎㅎ
|
|
|
| |
| 김권섭 |
13-12-22 18:00 |
|
정진철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자기가 사과와 떡을 가져 왔는데 떡을 내가 다 먹어 버리니 사과 먹은 것에 대하여는
전혀 꺼리낌이 없었는데 내가 제의를 하니 기가 막혔던 모양입니다.
이제는 다 잊고 잘 지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십시요.
|
|
|
|
| 임병문 |
13-12-21 09:55 |
|
|
누가 선생님의 처신을 바보같다 하겠습니까. 선생님의 정서야말로 道士되기 직전의 賢者가 아닐런지요. 가정의 평화가 세상으로 이어지는 법, 재미있는 글,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항시 건강하소서.
|
|
|
| |
| 김권섭 |
13-12-22 18:05 |
|
임병문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나이가 들어 할배가 되고 보니 이제는
아내가 하자는대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만 남더군요!
그리고 임병문선생님의 연하장, 필체 등 행복의 샘이었습니다.
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십시요.
|
|
|
|
| 이희순 |
13-12-21 22:36 |
|
|
자유인으로 거듭나시는 선생님의 행복에 한 표를 보탭니다.
|
|
|
| |
| 김권섭 |
13-12-22 18:08 |
|
이희순선생님 감사합니다. 해박한 지식은 뵐 때 마다 늘 어리둥절 할 지경입니다.
농원에서 농사는 안하고 공부만 합니까. 경탄입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