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이방주 |
날짜 : 13-03-06 04:28
조회 : 2343
|
|
|
|
좋은 말 좋은 얼굴
수업을 시작하려고 막 책을 펼쳤다. 한 학생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이다. ‘뭔데?’하고 눈짓으로 물었다.
“선생님 토가 나오려고 하는데 수업 중에 갑자기 나가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다시 물었다.
“뭐가 나온다고?”
“토가 나와요.”
토가 나오는 것이 뭘까? 못 알아듣는 내게 다른 학생이 토할 것 같다는 말이라고 일러준다. 속이 안 좋아 토할 것 같다는 말을 토(吐)가 나온다고 말한 것이다. 누가 이렇게 가르쳤을까? 이럴 때는 ‘구역질이 난다.’든가 ‘토할 것 같다.’, ‘욕지기가 난다.’라고 해야 맞는다. 어릴 때부터 들어서 습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더니, 젊은 세대들은 그런 말을 일반적으로 쓰고 있었다.
어떤 방송 면담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 같다’, ‘너무 좋아’, ‘완전 ~하다’, ‘열나’, ‘짱나’를 자랑삼아 계속 섞어 말한다. ‘어떤 느낌이 오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까지는 참을 만한데,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맛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감각을 불신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퍼붓는 장대비를 바라보며 “야 참 비가 많이 내리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불확실성시대의 단면을 보는 것처럼 답답하다.
어떤 기대나 한도를 넘어서서 지나치게’라는 의미를 나타낼 때 ‘너무’라는 부사가 쓰인다. 그런데 이 말이 너무 많이 쓰인다. 특히 ‘굉장히’, ‘매우’와 혼동해서 쓰거나 대신해서 쓰는 것은 잘못이다. 미용실에 다녀오는 친구에게 ‘너무 예쁘다.’라거나, 자녀의 성적이 많이 오른 친구에게 ‘너무 좋겠다.’라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들 성적이 올라서 너무 좋아하다가 그만 미쳐 버렸다.’든가 ‘그 여자는 너무 예뻐서 바람이 났다.’와 같이 지나침의 의미가 있을 때만 쓰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자연스럽지도 않고 어법에도 어긋나는데 젊은이들 사이에서 흔하게 쓰이는 말이 있다. 바로 ‘완전 맛있다.’, ‘완전 좋겠다.’ 등이다. 이 말은 ‘완전 점검’, ‘완전 정복’처럼 일부 명사 앞에 놓여서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그러므로 앞에 예로 들은 말은 적절하지 않다. 아마도 ‘너무’의 후속으로 나온 말이 아닌가 한다.
엄청나게 많거나 상황이 굉장할 경우 ‘열나다’라는 어휘가 있는데 신세대들이 ‘열나’로 줄여서 말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아무개가 공부를 매우 열심히 한다.’라고 할 말을 ‘열나게 열심히 한다.’라고 했다가 ‘열나 열심히 한다.’라고 표현한다. 좋은 표현이 아니다. 더구나 튀어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열나’가 ‘욘나’로 바뀌더니 ‘존나’로 탈바꿈했다. 그래서 ‘공부를 존나 열심히 한다.’라고 해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이제 ‘열나’, ‘존나’는 어른들도 쓰고 있다. 그들의 말을 흉내 내어 신세대와 소통하려는 어른들은 ‘열나’를 쓰다가 이제 ‘존나’, ‘존나게’까지 따라 쓴다. ‘존나게 짜증난다.’, ‘존나게 덥다.’에서 심지어는 ‘우리 아버지 존나 고생하신다.’라고 말하는 젊은이도 있고, 여성들까지도 아무 생각 없이 이 말을 쓴다. ‘존나’의 어원이 ‘좆 나게’라는 욕설이라는 것을 알면 도저히 쓸 수 없을 것이다. 튀고 싶은 사람들은 어법을 어기더니 이제는 비속어도 태연하게 쓴다.
고백하면 나도 젊은 시절엔 ‘니미랄’, ‘씹팔’과 같은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그냥 느낌을 강하게 표현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시원하게 표출해 버렸다. 물론 좋은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패륜아를 욕하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느 날 봉산탈춤 공연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봉산탈춤 4과장 노장춤에서 먹중 하나가 ‘아 네미를 붙을 놈들은 백구야 껑충 나지 마라 하는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등장한 어떤 먹중이 욕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인데, ‘니미랄’은 ‘네미를 붙을 놈’에서 연유된 말이라는 것을 여기서 금방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너의 어머니를 붙을 놈’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말을 생각 없이 써온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더 말하기 민망하지만 ‘씨발’, ‘씹팔’, ‘씨팔’ 같은 웬만한 사람들의 입에 밴 욕들이 모두 기본적으로 ‘너의 어머니를 붙을 놈’에서 연유된 말이라면 모두 놀랄 것이다. 어원을 알고 보면 자신에게는 물론 누구에게도 쓸 수 없는 말이다.
판소리나 탈춤을 보면 우리 선인들은 참으로 욕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선인들에게 욕은 신분제도가 뚜렷한 사회에서 내적 갈등이나 힘겨운 생활을 해학으로 극복하거나 감정을 정화하는 기능을 했다. 곧 카타르시스의 미학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공연예술에서나 대신 보여주고 우리는 관객이 되어 간접적인 해소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말은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이 시대 사람들은 누구나 튀어 보이고 싶은지 수식어들이 지나치게 튀고 있다. 어법에 맞는 말은 그의 교양이고, 고운 말은 그의 인품이다. 입에서 나온 말은 곧 그의 얼굴을 교양과 인품의 무지갯빛으로 곱게 가꾸어 가는 것이다. 그러니 튀고 싶은 대로 마구 튈 일은 아닌 것이다. 좋은 말에만 좋은 얼굴이 따르게 마련이다.
|
|
| 정진철 |
13-03-06 06:58 |
 |
욕이란 뭘까하고 생각해봅니다
시대상의 반영이겠지요
저는 후시딘이라는 말을 듣고 무슨 연고인줇만 알았는데
그게 구세대라는 뜻이라네요~~ㅎㅎㅎㅎ
|
|
|
| |
| 이방주 |
13-03-06 22:53 |
|
|
정진철 선생님, 우리말을 망가뜨리는 일에 방송이 앞장 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코미디, 드라마, 쇼프로그램까지 이제는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말을 버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함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
| 임병식 |
13-03-06 08:19 |
|
|
말이 근래들어 굉장히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말을 멋으로 사용하는 예도 흔히 봅니다. 창문을 열고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물으면 "비가 오는것 같애요"합니다. 대포 자체가 큰 그릇인데 왕대포라고 하고 씹할 소리는 소설에서는 흔히 쓰는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국어선생님답게 우리말을 바로잡고 고치려는 마음이 고맙게 생각됩니다.
|
|
|
| |
| 이방주 |
13-03-06 22:56 |
|
|
임병식 선생님, 욕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라고 한 학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욕말의 근본을 알고 보면 도저히 쓸 수 없는 말들이 많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어원을 가르쳐 주면서 한 번 써보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두릅니다. 그런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
| 임재문 |
13-03-06 23:34 |
|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욕도 필요악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요즘은 말이 많이 거칠어졌구나
하고 느껴봅니다. 저도 화나면 욕 많이 합니다. 육두문자라 불리는 쌍욕도 터져나오고 그렇지요. 저도 인간이고 감정을 가진 사나이 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언어를 정화 해야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감사합니다.
|
|
|
| |
| 이방주 |
13-03-08 13:19 |
|
|
임재문 선생님, 욕도 절제해야 하지만 문법 어법에 어긋나는 말을 함부로 쓰는 일에 대하여 한심합니다. 방송에서는 마치 어기는 것이 더 멋진 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앞장서서 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
|
|
| 강승택 |
13-03-08 00:20 |
|
|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도 오래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지면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말은 " ~ 같아요" 식의 어법입니다. 올바른 언어사용을 위해 이선생님 같은 분의 역할이 새삼 막중해보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
|
|
| |
| 이방주 |
13-03-08 13:20 |
|
|
강승택 선생님, "-----같아요" 식 말투도 그런데 새롭게 "완전"이란 어법에 어긋나게 쓰는 일에 더욱 그렇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
| 이진화 |
13-03-08 15:28 |
|
|
이방주 선생님,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내용의 글을 올리셨습니다.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우리말 사랑과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저희들도 늘 깨어 있어서 작품을 통해 우리 글과 말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되겠지요. 일깨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
|
|
| |
| 이방주 |
13-03-13 05:31 |
|
|
이진화 선생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 저도 아이들을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서 아이들이 귀하고 예뻐지기 시작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
|
|
| 최복희 |
13-03-11 13:09 |
|
정말 우리 말, 우리 글의 순화가 필요한 때이라고생각됩니다.
좋은 글 깊이 공감하며 잘 감상했습니다.
|
|
|
| |
| 이방주 |
13-03-13 05:33 |
|
|
최복희 선생님, 선생님의 글은 늘 10대 소녀들의 글처럼 예쁘고 고운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곱고 예쁜 말을 잃지 않으신 선생님의 글이 바로 우리말을 살려 쓰는 전령사라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
|
|
|
| 김자인 |
13-03-11 17:24 |
|
|
이방주 선생님 역시 선생님 다운 글입니다. 일상적인 언어들 중에 저도 알지 못하는 말이 참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우리 말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셔야할 막중한 책임이 있으시겠어요. 언어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
|
|
| |
| 이방주 |
13-03-13 05:24 |
|
|
김자인 선생님, 좋지 않은 말을 쓰는 사람들은 말의 근원을 잘 몰라서 그런것 같습니다. 근원을 알면 절대 쓰지 못합니다.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쓰는 사람들은 방송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뜻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
| 일만성철용 |
13-03-14 09:57 |
|
저는 대학원 졸업할 때 "해학적인 욕설고"란 학위 논문을 썼습니다.
그때 중고등학교에서 유행하는 욕설을 거의 다 절이하였는데 지금은 그런 욕설이 살아졌습니다.
욕도 유행가처럼 거의 한 시절을 살다가 사라지는 언어 같습니다.
|
|
|
| |
| 이방주 |
13-03-14 21:56 |
|
|
일만 선생님, 그 논문 보고 싶습니다. 김열규 교수님의 욕설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란 책을 읽었는데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논문 남아 있으면 제게 한 편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옛날처럼 해학적이고 재치있는 욕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욕도 사실은 문화의 일면이 아닐까요? 좋은 말슴 감사합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