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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승택 |
날짜 : 11-12-08 17:44
조회 :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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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우리 사회를 풍미했던 가요 가운데 ‘밤배’라는 노래가 있다.
“검은 빛 바다 위를 밤배 저 밤배 무섭지도 않은가봐 한 없이 흘러가네 ” 노랫말과 곡이 아름다워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렸을 뿐 아니라 경상남도 상주 해수욕장에 노래비로 남을 만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노래도 이제는 추억 속으로 묻혀져 가지만 남겨진 사연 하나는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나의 가슴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
밤배와의 첫 인연은 80년대 초, 대전을 떠나 간월도에서 마지막 1년을 보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무렵의 간월도는 현대 건설에서 진행 중이던 방조제 공사로 인해 이미 육지나 다름이 없을 때였다.
하루에 다섯 차례 버스가 다녔는데 퇴근 무렵 주민들과 어울리기라도 한 날이면 어김없이 막차를 놓치고 '창리'까지 걸어야 했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 방조제를 따라 걷다보며 발아래가 그대로 바닷물이었다.
적당히 오른 취기에 가슴은 한껏 낭만에 빠져드는데 바로 그 때, 저 멀리 작은 불빛을 밝히고 있는 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신기하게도 노래 속의 세계가 그대로 현실이 되어 나타났던 것이다. 외로이 떠있는 밤배의 모습이 왜 그리도 서럽던지. 갈 길을 몰라 흔들리는 당시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그랬을지 모르겠다.
“밤하늘 잔별들이 아롱져 비칠 때면 작은 노를 저어저어 은하수 건너가네
끝없이 끝없이 자꾸만 가면 어디서 어디서 잠 들텐가
음, 볼 사람 찾는 이 없는 자그만 밤배여”
그 날 밤, 수도 없이 되풀이해 이 노래를 부르며 감상에 젖고 또 젖었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밤배’에 대한 기억은 그 후 엉뚱한 곳으로부터 되살아났다. 새로 부임한 교사들의 환영회식이 화성옥(屋)에서 있던 날, 누군가 ‘밤배’를 노래하는 것이었다. 화성옥의 김양이었다.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20대 후반의 여자는 이곳 생활이 아직 익숙지 않은 듯 정성들여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을 자신의 이야기이기나 하듯 노래하고 있었다.
별다른 감정 없이 부르는 고만고만한 노래들에 차츰 지루함을 느낄 무렵 김양의 ‘밤배’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떤 사연으로 이곳까지 왔는지는 몰라도 저토록 고운 감성을 지닌 여자라면 마음은 또 얼마나 순수할 것인가 생각하니 갑자기 여자가 안쓰러워지는 것이었다. 그 날 이후 김양의 환영이 밤배와 함께 눈앞을 어른거렸다.
화성옥의 김양에 대한 나의 환상은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 못해 깨지고 말았다.
어느 날 우연히 동료 직원과 함께 화성옥에 들렀을 때였다. 건설인부로 보이는 한 무리의 손님들이 둘러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 김양이 있었다. 손님들의 익숙한 젓가락 장단에 맞춰 부르는 노래는 ‘밤배’도, 전에 보았던 단정한 옷차림도 아니었다.
속옷이 가슴까지 드러날 정도로 내려온 줄도 모른 채 목청을 돋우어가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내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던 ‘밤배’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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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12-08 1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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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젓가락 시절 아가씨들은 그래도 순정이 있어지요. 몸은 비록 어쩔수 없어 진흙탕 속에 허우적거릴지라도 마음만은 지조가 있었습니다. 보아하니, 여기에 소개하지 못한 뭔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네요. '그날 이후 김양한테 자주 갔었지요? 김양도 손님에 따라, 분위기 맞추어 주어야지 어쩌겠어요. 그렇게 김양의 몸과 마음도 허물어져 갔겠지요. 그래서 풍류객들은 기생을 첩실로 들어 앉히는 것입니다. 아..... 내가 알았던 김양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시절이 그리워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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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12-09 2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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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김선생님, 여기에 소개하지 못한 ' 뭔가'를 의심하시는데 불행히도 더이상의 이야기는 없으니 어쩌지요? 면소재지의 작은 바닥이어서 처신 잘못했다가는 그 뒷감당을 어찌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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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12-09 0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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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주민들과의 한 잔을 위해 막차를 보내버린 선생님의 가상한 객기, 지금도 눈에 선해옵니다. 막차를 보내고 방파제를 걸으며 볼콰한 기분으로 불렀던 그 노래, 밤배, 그래서 글쓰는 이들은 만나면 좋고, 돌아서면 그리운 것입니다. 어디 한 번 만나봅시다. 그니들과 더불어 그 날, 명동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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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12-09 2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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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이제 금년 한 해도 서서히 저물어 갑니다. 쌓이는 연륜이야 어쩌지 못한다해도 마음마저 움츠러들지는 말도록 서로서로 격려하고 화이팅하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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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12-10 0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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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배를 읽으며 저도 배타던 기억이 새록 새록 피어납니다. 제가 처음으로 배를 타본 것은 저 어렸을 적에 용당에서 나룻배를 타고 목포에 갔을 때입니다. 지금은 다리를 놓아 목포가 육지와 연결이 되었답니다. 그시절이 생각나고요. 이십여년전 춘천에 살때 신동 뱃터에 수석 수집하러 다닐때 통통배를 타고 다녔던 기억입니다. 이제는 모두다 옛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제주도 여행을 비행기로 갔는데, 뱃길로 가는길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배를 타고 또 한 번 제주도 여행을 해보고 싶어집니다. 뱃길 여행 그리워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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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12-10 2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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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안녕하시지요? 작가회 홈피를 통해 뵐수 있게되니 늘 마음 가까이 계시는듯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활기찬 나날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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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12-10 2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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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룻배 타고 강을 건너던 시절이 그리워 집니다.
쉼없이 엮어내시는 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부럽네요.
전 요즘 짧은글도 쓰기가 어려우니 말입니다.
동적인 일을 하다보니 그런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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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12-11 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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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생님처럼 전문성을 가진 일을 하시다보면 아무래도 한쪽은 신경 쓰시기가 어려우시겠지요. 바라옵기는 작가회에 대한 사랑만큼은 변하시면 안된다는 사실, 잊지않으시겠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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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영희 |
11-12-11 1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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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배 저도 잘 불러요.
'검은 빛 바다 위에 밤배 저 밤배
무섭지도 않은 가봐 한없이 흘러가네'
무서워도 쉬지않고 흘러 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인생길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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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12-12 1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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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빛을 외로이 밝히고 떠 있던 밤배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큰 배도 아닌 작은배여서 더욱 쓸쓸해보였지요,.항상 건강하시고 늘 좋은 일만 가정에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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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1-12-16 0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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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외상 술을 마시고 월급날 직장에 수금하러 온 아가씨에게 외상값 갚던 생각이 납니다. 외상 값을 가서 갚으면 서비스로 술 한 잔 주던 옛날이 생각나구요. 그 외상이 없어진 것이 프라스틱 머니라는 카드 덕분인가 합니다. 저는 '밤배'는 아니지만 모든 유행가를 부르던 무명의 김양들을 소상히 기억하는 사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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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12-16 17: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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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선생님의 풍류야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겨울밤,눈내리는 밤, 막걸리 한 사발을 사이에 두고 끝간데 없이 이어지는 선생님의 담화에 귀 쫑곳 앉아있을 일행의 면면도 그려지구요. 이 밤도 그 숱한 무명의 김양들을 그리며 잔을 기울이시는 건 아니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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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12-17 2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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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에서 본 밤배를 화성옥에서 떠나 보내셨군요.
기회가 되면 강승택 선생님의 미성으로 밤배를 들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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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12-18 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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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요, 요즘도 입만 벌렸다하면 밤배 노래가 저도 모르게~ 이선생님 앞에선 아무래도 주눅이 들어 안나올것 같은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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