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세대가 우울증을 앓거나 우울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약에 의존하는 일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는 노년의 육체적 노화, 배우자 사별과 자식들과의 이별에 따른 외로움, 아무런 준비 없이 노년을 맞이한 열악한 경제적 여건 등을 들 수 있다.
각 지역 단체에서는 우울증을 심각하게 호소하는 노년들을 위하여 자살예방센터라는 부서를 개설하고,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충동을 가진 노년들을 찾아가 상담하거나, 거동에 불편이 없는 노인들은 직접 센터를 방문하여 상담을 받도록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울증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이다, 구태여 남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우울증을 해소, 극복하는 방법은 분명 있다.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견주어본다든가, 전쟁터에 나가 꽃다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생각한다면 개인적인 문제나 우울증에 관한 것쯤은 수월하게 떨쳐 버릴 수 있다.
우울하여 손가락 하나 움직이고 싶지 않더라도,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했을지라도 내 발로 걸어 나갈 수만 있다면, 기꺼이 몸을 일으켜 국립현충원을 찾아 가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울증 해소를 위한 최상의 묘책이자 나들이다.
누가 그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는가. 누가 그들의 가슴에 총을 쏘았는가. 그들은 어느 하늘, 어느 깊은 산 속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던가. 가족이 있었을까. 타는 목마름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실 수 있었을까? 그리운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간곡한 말 한마디 들어줄 귀가 있었을까.
어찌 보면 우울도 사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일이 바쁜 사람은 근심하거나 우울의 고질병에 걸리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닐까. 어디를 가든, 하루 몇 차례 승차하든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지하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만해도 얼마나 큰 은전이며 축복인가.
비안개 드리운 국립현충원에 가서 수많은 묘비 앞에 일일이 다 머리 숙여 예를 올리지 못한다 할지라도 무명용사위령탑이라든지 학도의용군과 유격부대전적위령비에 이르러서 진심으로 쏟아내는 기도는 우울증 환자뿐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최상의 보약이다.
우울한 날은 국립현충원으로 가자.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숭고한 영령들에게 감사와 위로를 드리고, 보다 넓은 안목으로 보다 높은 식견으로 나와 남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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