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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희순 |
날짜 : 13-06-06 22:42
조회 :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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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로 자자한 만성리 해수욕장이 전국에서 맨 먼저 문을 열었다.
부처께서 남녀의 뼈를 구별하지 못하는 아난존자를 일깨우셨다.
“여인은 아이를 낳을 때에 서 말 서 되의 엉긴 피를 흘렸고, 여덟 섬 너 말의 젖을 먹여 아이를 길렀다. 그런 까닭에 그 뼈는 검고 또 가벼우니라.”
검은 모래는 세상 어머니들의 뼈가 산산이 부서진 잔해이다. 날마다 어머니의 젖무덤을 파헤치는 자식을 온몸으로 보듬다가 그렇게 허물어져 검게 타버린 어머니의 가슴 속에 모래성이 쌓이고 또 쌓인다.
모래는 거센 파도에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들어 서로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며 상처를 아물린다. 백사장에선 그립고 화평한 노래가 피어나고 맑고 고운 시어가 끊임없이 태어난다.
진흙더미에선 집착과 애증이 묻어난다. 진흙더미는 파도에 혼비백산하여 다시는 안부를 묻지 않는다. 모래는 뭇 생명을 품어 안기 위하여 스스로 물가에 나와 날마다 고난을 견뎌낸다. 파도는 바람의 아들에 흘러간 날들을 뉘우치고 모래밭에 이르러 작은 효를 바친다. 모래알은 존중받는 개성의 세계이고 모래밭은 거대한 우주이다. 기슭의 진흙더미는 허구에 찬 전체주의자들이다. 파도의 시험 앞에 형해조차 찾을 길이 없다.
누구도 범하지 않은 모래밭에 ‘사랑한다.’라고 써도, ‘미워한다.’라고 써보아도 이윽고 몇 차례의 잔물결에 스러져버린다. 바닷자락이 새겨놓은 모래톱만이 진실하다. 마음 가운데 작은 백사장을 마련하여 속절없는 사랑과 미움 따위는 흔적도 없이 씻어내고 싶다. 생명을 품어 안은 진리의 사랑만이 영원하다. 억조창생은 저마다 아득한 나라에서 모여들어 드넓은 백사장이 되었다. 여기에 평화의 마을을 이루어 수행에 몰두한다. 몽돌은 오래전에 득도하여 자아를 완성하였다. 모래밭은 부드럽고 모래알은 모질고 차돌처럼 여물다. 온몸을 내던져 가루가 되어서도 모래는 사랑의 완성을 갈망한다. 모래는 오늘도 동그래지지 못하였다.
모래는 날마다 하얗게 바래어가며 조금 씩 조금 씩 하늘의 형상을 닮는다. 세상의 온갖 미움마저 사랑하여 수정같이 맑은 바다로 정화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더럽힌다. 모래의 영혼이 순결하지 않다면 어찌 흙탕물을 맑힐 수 있으랴. 모래에는 빛과 어두움, 생명과 죽음, 천국과 지옥이라는 이진법의 질문만이 존재한다.
모래는 자신의 가슴을 세상에 내보이는 크고 투명한 창문을 가지고 있다. 모래는 물가에 모여들수록 위대하고 아름답다. 사람들은 설원처럼 빛나는 백사장을 사랑한다. 백사장에 새겨지는 그들 자신의 발자국을 사랑한다. 그러다가 신발 속에 들어온 모래를 원망한다.
누가 모래로 성을 쌓으라 하였는가.
그대여, 모래는 고소공포증이 있으니 부디 모래성을 높이는 쌓아올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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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6-07 0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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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시냇가에서 모래로 집도 짓고 놀던 생각이 납니다. 모래의 그 감촉이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그 때 그시절이 그립습니다. 이희순 선생님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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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6-07 08: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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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모래는 어머니의 뼈가 부스러진 잔해라고 했으니 앞으로는 검은모래를 예사로 볼수 없을것 같습니다. 더구나 하얀 모래는 하늘을 닮아가는 형상이라 했으니 더욱 예사로 불일이 아닌듯 합니다. 깊은 사유가 묻어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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