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오면 나는 설악에 오른다. 설악은 물, 나무, 돌이 있다.

돌길을 밟고 설악을 오르면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할 수 있는 산이 보인다.

그 품속은 영원한 휴식처럼 말은 없으나 네발로 뛸 수도 있고 고래고래 고함을 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런 자유를 꼭 깨물고 차라리 잠들어 버리고 싶다.

도토리를 까 먹으며 오솔길을 다리쉼 하느라면 한껏 남는 건 머루 다래를 실컷 먹고픈 소박한 욕망정도이다.

문득 봉우리들 사이로 꿈을 꾸듯 멀리 동해가 보인다.

밤이 이슥해질 무렵 조그만 움막에 둘러 앉아 뜬 숯이 뻐얼건 화로로 선 여름을 달래노라면 칡 감자라도 구워 먹고픈 생각이 간절하다.

깨어진 기왓장처럼 오세암 전설이 흩어진 곳에서 갈가지가 멧돼지를 쫒아간다는 포수의 이야기가 익어간다.

백담사 내려가는 길에 해골이 있다고 했다. 해골을 주워다가 술잔을 만들자고했다. 해골에 술을 부어 마시던 바이론이 한개의 해골이 되어버린 것처럼 철학을 부어 마시자고 했다. 설악의 밤에 어둠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