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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아는 이치에 적응하는 법 / 세 번째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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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류인혜 |
날짜 : 13-05-04 12:20
조회 : 2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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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원고를 어디로 보낼 만큼 정리가 되었습니다.
참 어려운 일인데 뜻밖의 용기로 인해
숨기고 싶은 마음을 알게 된 좋은 결과를 이루었습니다.
그렇지만 미숙한 점이 많아서 아직도 배가 고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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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아는 이치에 적응하는 법 / 세 번째 퇴고
류인혜
수필쓰기 수십 년 동안 무엇으로 인하여 수필을 쓰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단지 쉽게 글을 쓰기 위한 매개체로 수필을 써온 듯하다. 그동안 발표한 글을 모은 수필집이 서너 권이다. 그중에서 대표작이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잠시 당황한다. 좋아하는 수필은 많지만 자신 있게 내세울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찾기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오랫동안 수필을 써왔으면서도 당당하게 내놓을 작품이 없다는 부끄러운 짓을 왜 붙잡고 있는가.
수필쓰기에 집착하게 된 원인이 있다. 등단 초기, 아직 마흔을 넘기지 않았던 풋풋하던 때, 원고 청탁서가 날아왔다. 누구나 원고를 싣기 원하는 이름 있는 잡지에서 특별히 젊은 층에게도 기회를 줘보자는 발행인의 배려로 수필을 청탁 한다고 했다. 제시된 주제에 맞도록 애를 써서 겨우 원고매수를 채워 보냈다. 며칠 후 원고가 되돌아 왔다. 원고 내용이 편집의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잘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부끄러웠지만 문단에 이름을 올린 문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서 오기가 생겼다.
다른 사건도 있었다. 당시에는 사보들이 수필을 많이 실었다. 어느 날 원고료가 많은 곳에서 정해진 주제로 원고를 청탁해왔다. 열심히 써서 자신 있게 원고를 주었는데 또 실리지 못했다. 원고를 받으러 온 기자에게서 원고료를 먼저 받았지만 돌려줄 길 없었다. 얼굴이 동그래서 순박하게 생겼던 담당자에게 미안했다. 두어 번 더 그런 일이 일어났다.
대부분 수필은 ‘자유’라는 단서의 청탁에 의해서 쓰였다. 어떤 글을 내든 상관없다고 편하게 생각하다가 마감 날에 쫓겨 숨이 턱에 닿을 듯 정신없이 달려가며 썼다. 발표된 글을 읽으면 엉성하기 짝이 없어 ‘수필은 그저 쓰는 것이 아니구나!’ 눈치는 챘지만 뼈아픈 각성만큼 잘 써지지 않았다. 실망을 하면서도 수필쓰기를 그만 둘 수 없었다. 내일은 오늘 보다 나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수필 쓰는 일을 한 채의 집을 완성한다고 생각하면 우선 기와집을 지을 것이지, 초가집을 지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된다. 쓰고자하는 내용을 깊이 파고 들어가지 못하면 무엇에 대해서 쓰는 것인가라는 주제의 설정이 뚜렷해지지 않는다. 또 외벽을 벽돌로 마감할 것인지 회칠을 할 것인지도 미리 정해놓아야 한다. 흙벽돌을 올리다가 구운 벽돌을 올리기도 하며 언제 무너질 듯 위험한 작업을 했다. 그런 건성으로 인하여 숨은 뜻을 꺼내지 못하는 산문정신의 결여가 따라왔다.
어떻게 겨우 자재를 구하여 집이 완성되기는 했어도 치장하지 않고 어설픈 대로 그냥 두었다. 퇴고에 대한 의식이 없었기에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글을 잡고 늘어지는 근성이 없었다. 이런저런 관섭이 싫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외진 곳에 집을 지어놓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다. 결국 원고를 읽어 조언해 줄 스승이나 동료도 없이 혼자 고전분투하며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얼마만큼 발전했다고 안심하여 둘러보면 늘 빈곳이 보인다. 그러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마음을 일으켜 용기를 줄 일을 생각해본다.
등단했던 당시에는 수필 쓰는 분들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한 해에 한 번씩 연간집을 내거나 특집으로 기획하여 수필가들의 원고를 모아서 단행본을 만들었다. 한두 번 원고를 내었다가 집으로 수십 권씩 배달되는 바람에 그런 일에 동참하기를 삼갔다. 함께 힘을 합하여 가는 길에서 슬그머니 빠져버린 것이다. 또 1990년 전후로 새로 창간되는 수필잡지가 많았다. 그저 등단지인 한국수필만 바라보았지 다른 수필잡지의 구독과 그 단체의 소속에는 힘을 쏟지 않았다. 그렇게 수필문단의 흐름에서 비켜서자 여기서는 슬그머니 밀려났다. 무심함의 여운이 오래 계속되고 있다는 막연한 예감이 종종 들었다.
글은 혼자 쓰는 것이다. 마음을 굳게 먹었다. 훈구파의 기세에 몰려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연을 벗 삼아 은둔하고 있는 선비처럼 당파의 어지러움에 휩싸이지 않으며,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읽고 싶은 책을 읽자. 쓸쓸하다 못해 미련스럽게 보여도 사람보다 자연을 바라보며 나무에 의지하여 산 세월이 행복했다.
왜 이 대목에서 수필문단의 전설이신 P선생이 생각날까. 모임에서 뵈면 정중하게 인사만 했지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선생의 댁에 초상이 나서 버스를 타고 갈현동 댁까지 문상을 갔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필문학과 수필가들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냈던 그분이 요즘에야 이해가 된다.
수필문단의 움직임에 무심했고 수필계의 대선배들께 결례가 많았던 미숙함을 반성할 만큼 철이 들었다. 내가 발표하는 글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 것이다. 그러하니 수필의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분들의 모습이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수필은 그냥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수필로 완성이 되어야 한다는 간단한 이치를 이제야 눈치 챘다. 뒤늦게 큰 깨달음을 얻은 듯하다. 정신이 들고 보니 원고청탁을 해놓고 좋은 글을 기다려준 분들께 가장 미안하다.
자유로운 정신의 기준에 맞는 완벽한 원고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긴 세월을 수필과 대면하고 있다. 무심히 나무를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을 본다. 柳
柳仁惠(류인혜)
* 1984년 수필 <우물>로『한국수필』봄호 추천완료. 수필집:『풀처럼 이슬처럼』,『움직이는 미술관』,『순환』,『나무이야기』. 시집:『은총』. 인문서: 류인혜의 책읽기『아름다운 책』. 제18회 한국수필문학상, 제23회 펜문학상(수필부문) 수상.
한국수필작가회 회장 역임. 한국수필 자문위원.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위원. 죽순문학회 회원. 2011년~현재 수필의날 실무간사.
주소: 472-810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로 68길 6,
502동 1402호(청학주공아파트)
전화: 031)848-9873 / 010-2317-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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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원고가 정리 되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틀린 내용과 글자를 잡았는데, 나중에 읽어 보면 또 걸리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2013년 봄, 혼자서 수필쓰기 30년을 자축하며 이처럼 무모하기까지 한 시도를
앞으로도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경계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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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자유롭게 / 두 번째 퇴고
류인혜
수필쓰기가 수십 년이다. 그동안 발표한 글을 모은 수필집이 서너 권이다. 그중에서 대표작이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잠시 당황한다. 자신 있게 내세울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드물다. 그렇게 오랫동안 수필을 쓰면서도 제대로 된 작품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대부분 수필의 주제는 ‘자유’라는 단서의 청탁에 의해서 쓰였다. 어떤 글을 내든 상관없다고 편하게 생각하다가 마감 날에 쫓겨 숨이 턱에 닿을 듯 정신없이 달려가며 쓴 탓이다.
두 번째 수필집 발간 후에는 특집원고, 권두수필, 테마수필 등 편집자들이 정해준 주제에 의해 써야 되는 원고 청탁이 많아졌다. 어느 월간지에서 ‘나무’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이 왔기에 <할아버지 나무>를 썼다. 주제가 분명한 수필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며 글을 쓰다보면 은연 중 ‘글을 쓰고 있다’는 성취감이 들었다. 몇 년 동안 ‘나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쓴 수필이 <나무이야기>다. 모아둔 원고로 ‘류인혜의《나무이야기》’ 를 묶어 낸 후 연재를 시작해서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사람보다 자연을 바라보며 나무에 의지하여 산 세월이 행복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써오던 시와 중학교 시절의 소설쓰기는 이미 마음에 자리 잡아 알맞은 소재가 있으면 쉽게 초고가 나지만 더 어렵던 수필쓰기에 집착하게 된 원인이 있다. 아직 마흔을 넘기지 않았던 풋풋하던 때, 원고 청탁서가 날아왔다. 누구나 원고를 싣기 원하는 이름 있는 잡지에서 특별히 젊은 층에게도 기회를 줘보자는 발행인의 배려로 수필을 청탁 한다고 했다. 제시된 주제에 맞도록 애를 써서 겨우 원고매수를 채워 보냈다. 며칠 후 원고가 되돌아 왔다. 원고 내용이 편집의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잘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부끄러웠지만 문단에 이름을 올린 문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서 오기가 생겼다.
다른 사건도 있었다. 당시에는 사보들이 수필을 많이 실었다. 어느 날 원고료를 많이 주는 곳에서 정해진 주제로 원고를 청탁해왔다. 열심히 써서 자신 있게 원고를 주었는데 또 실리지 못했다. 원고를 받으러 온 기자에게서 원고료를 먼저 받았지만 돌려줄 길 없었다. 얼굴이 동그래서 순박하게 생겼던 담당자에게 미안했다.
두어 번 더 그런 일이 일어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필은 그저 쓰는 것이 아니구나!’ 눈치는 챘지만 뼈아픈 각성만큼 잘 써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깊이 파고 들어가지 못해서 주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리고 호흡이 짧아서 끝까지 글을 잡고 늘어지는 근성이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퇴고에 대한 의식이 없었던 것이다. 산문정신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것도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고를 읽어 줄 스승이나 동료도 없었다. 가끔 주영준 선생께서 입버릇이 된 구어(口語 사투리)와 틀린 맞춤법을 잡아주셨다. 그러나 수필쓰기를 그만 둘 수 없었다. 그렇게 주제가 제시된 청탁원고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으로 생긴 글에 대한 오기를 삭이기 위해서 지금까지 부단히 노력을 했다.
등단했던 당시에는 수필잡지가《한국수필》과《수필공원》뿐이었다. 수필 쓰는 분들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한 해에 한 번씩 연간집을 내거나 특집으로 기획하여 수필가들의 원고를 모아서 단행본을 만들었다. 무엇도 모르고 원고를 내었다가 집으로 수십 권씩 배달되는 바람에 나중에는 원고 보내기를 삼갔다. 그렇게 수필문단의 흐름에서 비켜서자 중심에서 슬그머니 멀어졌다. 그 여운이 오래 계속되고 있다는 막연한 예감이 종종 들었다. 훈구파의 기세에 몰려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연을 벗 삼아 은둔하고 있는 선비처럼 당파의 혼탁함에 휩싸이지 않으며,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읽고 싶은 책을 읽자. 내 마음에 드는 완벽한 원고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30년 세월을 수필과 싸우고 있다.
선배들의 활동이 많던 당시에는 등단지《한국수필》에는 원고를 많이 넣지 못했다. 요즘에는《한국수필》에서 청탁을 하면 깊은 책임감으로 좋은 원고를 쓰려고 애를 쓴다.
그때, 수필문단의 전설이신 박연구 선생께서《수필공원》발간 실무를 맡고 계셨다. 모임에서 뵈면 정중하게 인사만 했지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따님의 결혼 청첩을 받고도 가보지 못한 일이 있다. 나중에 만나 뵈었을 때, 죄송하다는 인사에 아직 결혼 하지 않은 딸이 또 있다고 웃으셨다. 선생의 댁에 초상이 나서 버스를 타고 갈현동 댁까지 문상을 간 일도 있다. 선생께선 이따금 엽서도 보내주시고 조언도 해주셨지만 아무 반응도 없이 덤덤하게 대했다. 수필문학과 수필가들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냈던 그분이 요즘에야 이해가 된다. 수필공원이 제호를 변경한《에세이문학》에서 원고 청탁이 오면 박 선생을 문단의 대선배로 섬기기 못한 미안함과 의리로 원고를 보내고 있다.
나무를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을 본다. 원고를 청탁해 놓고 좋은 글을 기다려 준분들께 가장 미안하다. 열심히 쓰다보면 언젠가는 스스로에게 ‘수고했다’ 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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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원고가 아니면 초고를 쓰고
일주일은 지나야 원고를 다시 읽어 보는데
이번에는 빨리 읽어 정리를 다시 했습니다.
먼저 올린 글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 번 더 퇴고를 하면서 다음 번에는 제목을 바꿀 듯 합니다.
청탁원고 쓰기 / 첫 번째 퇴고
류인혜
수필쓰기가 30년이다. 그동안 발표한 글을 모은 수필집이 서너 권이다. 그중에서 대표작이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잠시 당황한다. 뚜렷하게 내세울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드물다. 첫 번째 수필집에서는 초회추천 작품인 <하늘>과 완료 작품인 <우물>에 관심을 두었고, 두 번째 수필집에서는 <움직이는 미술관에서>를 잘 읽었다고 해서 그런가 여기고 있다. 독자마다 조금씩 관심을 두는 작품이 달랐다.
대부분의 수필이 ‘자유제’라는 단서의 청탁에 의해서 쓰였다. 마감 날에 쫓겨 숨이 턱에 닿을 듯 정신없이 달려가며 쓴 수필들이다. 청탁이 없으면 다행이다 하며 놀았다.
두 번째 수필집 발간 후에는 특집원고, 권두수필, 테마수필 등 편집자들의 주문에 의해 써야 되는 원고 청탁이 많아졌다. 어느 월간지에서 ‘나무’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이 왔기에 <할아버지 나무>를 썼다. 주제가 주어진 수필은 ‘글을 쓰고 있다’는 성취감이 강했다. 몇 년 동안 계속 한 가지 테마, 나무를 주제로 연결해서 쓴 수필이 <나무이야기>다. 모아둔 원고로 ‘류인혜의《나무이야기》’ 책을 묶은 후 연재를 시작해서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세 번째 수필집이 나온 후 등단 20년이 지났기에 내 이름으로 발표되는 글에 대한 책임이 생겼다. 그렇게 숙달이 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시와 소설보다 더 어렵던 수필쓰기에 집착하게 된 원인이 있다. 80년대 말 어느 날, 아직 마흔을 넘기지 않았던 풋풋하던 때, 원고 청탁서가 날아왔다. 누구나 원고를 싣기 원하는 이름 있는 잡지에서 특별히 젊은 층에게도 기회를 줘보자는 발행인의 생각으로 수필을 청탁 한다고 했다. 제시된 주제에 맞도록 애를 써서 겨우 원고매수를 채워 보냈다. 며칠 후 원고가 되돌아 왔다. 원고 내용이 편집의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잘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부끄러웠지만 문단에 이름을 올린 문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오기가 생겼다.
당시에는 사보들이 수필을 많이 실었다. 어느 날 원고료를 많이 주는 곳에서 정해진 주제로 원고를 청탁해왔다. 열심히 써서 자신 있게 원고를 주었는데 또 실리지 못했다. 원고를 받으러 온 기자에게서 원고료를 먼저 받았지만 돌려줄 길 없었다. 얼굴이 동그래서 순박하게 생겼던 담당자에게 미안했다.
두어 번 더 그런 일이 일어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필을 쓰는 것이 이렇게 어렵구나, 그저 쓰는 것이 아니구나’ 눈치는 챘지만 잘 쓸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깊이 파고 들어가지 못해서 주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리고 호흡이 짧아서 끝까지 글을 잡고 늘어지는 근성이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퇴고에 대한 각성이 없었던 것이다. 산문정신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것도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수필쓰기를 그만 둘 수 없었다.
등단했던 당시에는 수필잡지가《한국수필》과《수필공원》뿐이었다. 수필 쓰는 분들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한 해에 한 번씩 연간집을 내거나 특집으로 기획하여 수필가들의 원고를 모아서 단행본을 만들었다. 무엇도 모르고 원고를 내었다가 집으로 수십 권씩 배달되는 바람에 나중에는 원고 보내기를 삼갔다. 그렇게 수필문단의 흐름에서 비켜서자 중심에서 슬그머니 멀어졌다. 그 여운이 오래 계속되고 있다는 막연한 예감이 종종 들었다.
수필문단의 전설이신 박연구 선생께서《수필공원》발간 실무를 맡고 계셨다. 모임에서 뵈면 정중하게 인사만 했지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따님의 결혼 청첩을 받고도 가보지 못한 일이 있다. 나중에 만나 뵈었을 때, 죄송하다는 인사에 아직 결혼 하지 않은 딸이 또 있다고 웃으셨다. 선생의 댁에 초상이 나서 버스를 타고 갈월동 댁까지 문상을 간 일도 있다. 선생께선 이따금 엽서도 보내주시고 조언도 해주셨지만 아무 반응도 없이 덤덤하게 대했다. 수필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냈던 박 선생님이 요즘에야 이해가 된다. 수필공원이 제호를 변경한《에세이문학》에서원고 청탁이 오면 박 선생에 대한 미안함과 의리로 원고를 보내고 있다.
선배들의 활동이 많던 당시에는 등단지《한국수필》에는 원고를 많이 넣지 못했다. 요즘에는《한국수필》에서 청탁을 하면 깊은 책임감으로 좋은 원고를 쓰려고 애를 쓴다.
문단 초년병 때, 주제가 제시된 청탁원고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으로 생긴 글에 대한 오기를 삭이기 위해서 지금까지 부단히 노력을 했다. 내 마음에 드는 완벽한 원고가 나오기 전까지는 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어서 30년 세월을 수필과 싸우고 있다. 원고를 청탁해 놓고 좋은 글을 기다려 준 분들께 가장 미안하다. 열심히 쓰다보면 언젠가는 스스로에게 ‘수고했다’ 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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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직 퇴고가 전혀 없는 초고입니다.
그런데 왜 올리냐구요? 생생한 글을 보라는 의미입니다.
글의 흐름을 보고 싶어서 실험 중입니다.
청탁 원고 쓰기
류인혜
수필을 쓴 지 30년이 넘었다. 1981년부터 수필공부를 시작하여 1982년 초회 추천을 받았다. 완료는《한국수필》1984년 봄호이다. 등단했던 당시에는 수필잡지가《한국수필》과《수필공원》뿐이었다. 수필 쓰는 분들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한 해에 한 번씩 연간집을 내거나 특집으로 기획하여 수필가들의 원고를 모아서 단행본을 만들었다. 무엇도 모르고 원고를 내었다가 집으로 수십 권씩 배달되는 바람에 나중에는 원고 보내기를 삼갔다. 선의의 지면을 빼앗긴 것이다.
선배들의 활동이 많던 당시에는 등단지 한국수필에는 원고를 많이 넣지 못했다. 요즘에는 한국수필에서 청탁을 하면 깊은 책임감으로 좋은 원고를 쓰려고 애를 쓴다.
수필공원은 박연구 선생께서 실무를 맡고 계셨다. 모임에서 뵈면 인사만 했지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선생의 댁에 초상이 나서 버스를 타고 갈월동 댁까지 문상을 간 것과 따님의 결혼 청첩을 받고도 가보지 못한 일이 있다. 나중에 만나 뵈었을 때, 죄송하다는 인사에 아직 결혼 하지 않은 딸이 또 있다고 웃으셨다. 선생께선 이따금 엽서도 보내주시고 조언도 해주셨지만 아무 반응도 없이 덤덤하게 대했다. 원고청탁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수필공원이《에세이문학》으로 제호를 변경한 후에 원고 청탁이 왔다. 그래서 박 선생에 대한 미안함과 의리로 원고를 보내고 있다.
선배들이 신인은 항상 원고를 들고 다니며 기회를 봐서 원고를 실어달라는 적극적인 자세가 되어야 한다는 충고를 했지만 들고 다닐 원고가 없었다. 그리고 청탁하지 않는 원고는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실력도 없이 자만심만 높아서 주변을 깨끗하게 쓸어버렸다. 또 하나, 원고료 없는 원고는 보내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지만 이 문제는 현실적으로 실행이 되지 않는다. 문단에서 오래 힘을 써서 기운이 떨어진 요즘은 원고료 없이 청탁을 하면 섭섭하다.
등단 후 몇 년이 지나자 월간 에세이(1987년 5월, 원종성), 수필문학(1988년 9월, 강석호), 창작수필(1991년, 오창익), 현대수필(1992년 4월, 윤재천)들이 창간되어 지면이 넓어졌다. 가끔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그들 잡지로 등단한 분들이 다 수필문단에서는 후배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선배 대접을 받으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심정적으로는 많이 부족하고 재미있고 신나는 것만 찾은 아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말 어느 날, 아직 30대 말의 풋풋하던 때, 원고 청탁서가 날아왔다. 누구나 원고를 싣기 원하는 이름 있는 잡지에서 특별히 젊은 층에게도 기회를 줘보자는 밞행인의 생각으로 청탁을 한다고 했다. 제시된 주제에 맞도록 머리를 쥐어짜내서 겨우 완성을 해서 보냈다. 며칠 후 원고가 되돌아 왔다. 원고 내용이 편집의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잘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부끄러웠지만 문단에 이름을 올린 문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분이 났다.
당시에는 사보들이 수필을 많이 실었다. 어느 날 원고료를 많이 주는 곳에서 주제를 제시하여 원고를 청탁했다. 열심히 써서 자신 있게 원고를 주었는데 또 실리지 못했다. 원고를 받으러 온 기자에게서 원고료를 먼저 받았지만 돌려줄 길 없었다. 얼굴이 동그래서 순박하게 생겼던 담당자에게 미안했다.
두어 번 그런 일이 일어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필을 쓰는 것이 이렇게 어렵구나, 그저 쓰는 것이 아니라 잘 써야 하는 구나’ 눈치는 챘지만 잘 쓸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깊이 파고 들어가지 못해서 주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리고 호흡이 짧아서 끝까지 글을 잡고 늘어지는 근성이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퇴고에 대한 각성이 없었던 것이다. 산문정신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것도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수필쓰기를 그만 둘 수 없었다.
내 마음에 드는 완벽한 원고가 나오기 전까지는 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어서 30년 세월을 수필쓰기로 보냈다. 문단 초년병 때, 주제가 제시된 청탁원고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마음의 분을 삭이기 위해서 지금까지 부단히 노력을 했다. 원고를 청탁해 놓고 좋은 글을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없애기 위해서 열심히 썼다. 언젠가는 스스로에게 ‘수고했다’ 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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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5-08 0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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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저도 86년봄 등단했으니 거의 삼십여년이라는 세월인데 더욱 더 수필 쓰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동안 자신있게 대표작이라고 내세울만 한 그런 글도 쓰지 못한 후회가 앞서기도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더욱 더 수필속에 파고 들어가 중후한 주제와 유려한 문체로 수필다운 수필을 쓰기 위해 발버둥쳐보아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류인혜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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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5-08 06: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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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을 수필문단에서 함께 걸어왔으니 미운정 고운정이 든 임재문 선생님!
답글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수필도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여 봄날의 꽃처럼, 새순처럼 활짝 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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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5-14 16: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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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작품의 완성과정을 보여주시는 글 잘 읽었습니다. 대개의 경우 이렇게 초고까지 보여 주는 경우가 드문데 참 대단하십니다. 감동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항상 감동으로 읽었는데 저는 언제 이런 경지에 이르나 멀기만 한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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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5-14 2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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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님, 아직 부족합니다. 한 번쯤은 시도해봐야 된다고 생각은 했는데, 기회가 닿아 그저 앞뒤 돌아보지 않고 달려 본 것이지요. 선생님께서도 이미 좋은 수필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계십니다. 늘 기대하고 있습니다. 답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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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05-23 2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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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혜 선생님
글 사랑하시는 마음
아름답고 존경합니다!
건강하시고 계속 정진하셔서
꽃 피우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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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5-24 15: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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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무심히 지나가지 않고 한 마디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장성 편백나무 보고 오신 소감 올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늘 가보던 곳이라서 궁금합니다.
요즘 우리 동네에서 당고개 넘어가는 길에는 때죽나무 꽃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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