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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희순 |
날짜 : 12-02-14 22:20
조회 :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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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점보 여객기에 몸을 싣고 이구아수를 보러간다.
나는 어느 나른한 오후에 뭉게구름을 불러 스핑크스를 보러 이집트에 간다. 오이디푸스가 정답을 맞히자 바다에 몸을 던져 죽은 것으로 알려진 테베의 스핑크스가 이집트에 현신하여 파라오의 영광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 몇 해 동안 스핑크스는 배불리 식사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의 모습이 보이기도 전에 먼 곳까지 들려오는 소음수준의 괴성에 놀란 사람들이 황급히 발길을 돌려버렸기 때문이다. 스핑크스는 텁텁한 목소리를 뜯어고치기 위해 지상 최대의 폭포에 가서 “이거 아슈”를 몇 날이고 외치며 성대를 다듬었다. 세상을 압도하는 폭포수의 강력한 에너지에 휩싸여 그 소리는 ‘이구아수’가 되었다. 맑고 단호한 목청을 받은 스핑크스는 수수께끼도 바꾸었다. 아침에는 발이 네 개이고 낮에는 두 개가 되었다가 저녁에는 세 개로 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수수께끼가 세상 끝을 일곱 번이나 돌아온 탓이었다.
스핑크스가 새로운 문제를 냈다. 그것은 결코 수수께끼가 아니었다.
“ 그대 보살이여! ‘마군(魔軍)’이 무엇인가, 이거 아슈?”
“그대 크리스천이여! ‘우상(偶像)’이 무엇인가, 이거 아슈?”
대답을 하지 못한 사람도 없었으나 살아나온 사람도 없었다. 스핑크스는 신앙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죽음의 그림자가 되었다. 그들은 스핑크스와 조우할까 겁에 질려 전전긍긍하였다.
스핑크스는 화를 내며 외쳤다.
“그대들은 정녕 답을 얻어 오지 못하는가? 이 거리 저 마을을 닳도록 오가며 누구에게 답을 구하라.”
교통경찰이 음주 단속하듯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는 스핑크스에게 기어이 내가 걸려들었다. 그러나 나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우상’을 배웠기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스핑크스는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대 크리스천이여! 이거 아슈?”
나는 뜻밖의 사자후에 얼어붙어버렸다. 스핑크스는 나를 뚫어지게 노려보더니 ‘통과’를 내질렀다. 주춤주춤 귀를 의심하는 내게 스핑크스는 나지막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짐승을 먹지 않는다.”
그 나라에는 상처받은 마음을 나숴주는 폭포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뒤질세라 서둘러 길을 나섰다. 그러나 그 땅에 발을 딛는 순간 ‘팍상한 폭포’가 마닐라 근교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팍 상한 심장을 다시 한 번 상한 나는 문제의 폭포를 만나기 위해 필리핀으로 발길을 돌렸다. 자고로 이열치열이라 하였으니 나는 팍상한 폭포에서 팍 상한 가슴의 상처를 온전히 나술 것이라 다짐했다. 내 예상은 적중했지만 팍상한 폭포가 수천 년을 불러온 ‘날아가는 시간’이라는 슬픈 노래는 알지 못했다. 천하에 둘도 없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도 팍상한 폭포의 물을 맞는 순간 천국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그때부터 그의 인생시계는 귓전을 스쳐가는 바람이 된다. 하나, 절망의 나락에 빠져 신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두 가지 환상에서 탈출한 나는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지역으로 날아갔다. 나는 구름 없는 하늘에서 나이아가라 강과 온타리오 호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사람들 틈에 섞여 묵직하고 후줄근한 푸른 비옷을 걸치고 거대한 폭포의 물보라에 세례를 받으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사람들은 너나없이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지만 거대한 물보라가 일으키는 안개에 가려 나는 혼자 울고 있는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한 번 먹은 나이가 어떻게 가버릴 수 있는지, 정작 나이가 떠나가고 다시 어린 아이가 되면 누구의 젖을 얻어먹으며 성장한다는 것인지 나는 끝내 생각해내지 못했다.
강물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천길 단애에 몸을 날려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폭포수는 아득히 낮은 곳에 내려와 하늘과 땅의 간극을 해소하고 절명하더니 이윽고 다시 살아나 어둠에 잠든 호수를 깨우기 위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 때에 사람들은 끊임없는 아우성에 묻혀 무지개가 걸려있는 하늘만 우러르고 있었다. 나는 캐나다 쪽 말굽폭포에 이르러서야 나이아가라 폭포 위에 빛나는 무지개를 온전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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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2-15 00: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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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 선생님 ! 저도 나이야 가라 ! 나이야 가라 ! 하고 외치고 싶어집니다. 할일 많은 이세상에 더 살아남고 싶은 욕망이기도 하겠지만, 한 번 가버린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합니다. 정말 나이야가라 폭포에가사 나이야 가라 ! 외치면 지난날로 되돌릴 수 있으려나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희순 선생님 ! 새봄을 맞아 나이를 멀리 멀리 떨쳐버리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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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02-20 1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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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건강해보이시니 제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조금은 외도가 아닐까 싶은 글을 한 번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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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2-02-16 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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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와 상징을 도입한 새로운 스타일의 실험적 수필인 듯하군요, 이희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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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02-20 18: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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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수필의 독특한 경지를 개척해 나가시는 선생님의 눈씨에 움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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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2-02-18 1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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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 뚝 떼고 쓰신 글, 동치미 처럼 읽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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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02-20 1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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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를 떼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께서 바로 간파하시니
학생은 피할 곳을 찾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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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자 |
12-02-19 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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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 선생님, 참 재미있는 글이네요.
이구아수 , 팍상한 . 나이아가라, 상상만 해도 시원한데
선생님의 글솜씨가 더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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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02-20 1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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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찮은 글인데도 폭포를 소재로 하다보니 선생님께서 착시현상에 빠지신 듯합니다^^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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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2-02-19 1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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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ㅋ ㅋ ~ 글을 읽으니 웃음이 절로 나네요. 기행수필인데도 색다른 맛이 납니다.
언제쯤이나 나이아가라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인지, 선생님 글속에서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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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02-20 1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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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아가라 폭포의 무지개가 하늘의 약속인 듯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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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2-02-19 17: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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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수필의 새로운 맛을 느낍니다.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쿵하면서, 이거 아슈? 나이야 가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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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02-20 1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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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위대한 희생으로 두 세계를 이어주는 폭포수처럼
'필사즉생'의 도를 깨닫을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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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2-02-20 1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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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뵙습니다. 한동안 뜸하시더니 재미있는 글을 쓰셨군요. 새 봄, 자주 뵈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건강,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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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02-20 18: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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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반갑습니다.
수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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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2-02-20 20: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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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며 몽상에 젖는 듯 했습니다.
폭포와 함께 몸이 구르는 듯도하고 하늘로 솟는 물방울이 되어
높이 날아 일곱빛깔 무지개가 되는 환상도 맛보았습니다.
독특한 기행문이네요. 이희순 선생님만이 쓰실 수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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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02-21 17: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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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줄도 모른 채 선생님께 소년의 치기를 보이고 말았습니다.
선생님, 환절기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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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2-02-24 0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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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아 피천득님의 ''수필'이란 글을 생각하며 미소를 띠며 위 글을 읽었습니다. 세계폭포의 이름을 해학으로 해석한-..
"수필이 비단이라면 번쩍거리지 않는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있는 것이다. 그 무늬는 읽는 사람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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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02-25 20: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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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 만세!
우리 작가회의 상록수 일만 선생님은 노간주나무이신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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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2-02-26 06: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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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고 매우 유익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고보니 폭포에 이름을 붙인 연유가 사실이든 아니든
모두 있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도 목요일 들어왔는데 이선생님의 글을 읽고나서
그냥 들락거리기만 할게아니라 보고 생각하고 해야
할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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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02-27 2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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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너무 의미심장하게 말씀해주시니
오히려 제 뒤꼭지를 비춰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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