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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울었네
  글쓴이 : 임재문 날짜 : 10-04-04 18:33     조회 : 2790    
나는 울었네

                                                                    임  재  문

나는 몰랐네 나는 몰랐네 저달이 날 속일줄
나는 울었네 나는 울었네 나룻터 언덕에서
손목을 잡고 다시 오마던
그님은 소식없고 나만 홀로
이슬에 젖어 달빛에 젖어
밤새도록 나는 울었네

나는 속았네 나는 속았네 무정한 봄바람에
달도 기울고 별도 기울고 강물도 흘러갔소
가슴에 안겨 흐느껴 울던
그님은 간곳없고 나만 홀로
이밤을 새워 울어 보련다
쓸쓸한 밤 야속한 님아

내가 흘러간 옛노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어릴적 돌아가신 내 아버지의 노래수첩을 처음 본 것에서 연유한다. 거기에는 펜으로 오밀조밀 악보까지 곁들여 " 꿈에본 내고향" "전선야곡" "아내의 노래" "이별의 부산정거장" "비내리는 호남선" 등 전통적인 흘러간 옛노래가 비교적 소상하게 삽화와 더불어 더러는 잉크가 번져 빛바랜 그것들이 나를 한 없이 끌려들어가게 했기 때문이다.

 꿈에본 내고향에는 고향의 당산나무가 그려져 있고,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살던 그리운 고향집이 거기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노래에는 내 어머니의 모습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생각에 잠겨있는 듯한 그 모습이 참으로 좋았다. 전선야곡에는 철모와 총검이 그려져 군인생활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서 내 아버지의 장교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내 아버지께서는 장교시절 그렇게 전선야곡을 즐겨 부르셨을까? 오늘따라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그립다.

나는 옛노래중에서도 트로트 옛노래 "나는 울었네"를 좋아한다. 김동일 작사 박시춘 작곡으로 원곡은 원로가수 손인호씨가 불렀는데, 후속타로 코메디언 고 배삼룡씨가 불러서 히트했고, 이어 이미자 주현미 김용임 윤선녀 문희옥 나훈아 정의송 김연자등 수많은 가수들의 애창곡이 되었다.

나는 울었네는 트로트 곡이다. 트로트 곡은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더욱 더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나는 울었네는 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참으로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남자는 태어나 세 번 운다는데 나는 네 번도 아니고 다섯번 도 아니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도록 울어야 적성이 풀리는 울보였다니......

나는 사내로 태어나서도  그렇게 사내구실도 못하고 살아 온  못난 인생, 바보 인생이 아니었던가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보게된다.

나는 울었네는 첫사랑의 그녀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사랑했던 그녀는 한마디 말도 없이 저 세상으로 훌훌 털고 먼길을 갔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지 못하고 그렇게 보냈다. 그녀가 떠나던 그날밤 그녀를 쫓아가서 사랑한다 목이 터지도록 외쳐라도 볼 것을, 나는 그렇지도 못하고 멀찍이서 그녀가 가는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야 만 했었다. 아 ! 그래서  나는 바보인생이 아닌가?

내 인생살이도 그렇다. 나는 속이지 못하고 속고만 살았다. 무정한 봄바람에 속고, 달님도 별님도 나를 그렇게 울려만 주는 것이 한 없이 원망스러워 울어야 했다. 그래서 트로트 옛노래는 나를 눈물젖게 한다.

슬픈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슬픈 운명을 겪게 된다고 한다. 고 배호는 마지막 잎새라는 노래를 남기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타계헸다. 가수 차중락은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남기고 저세상으로 갔다.

산장의 여인을 부른 가수 권혜경씨도 그렇게 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병실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았던가?

초등학교 시절 그당시는 유행가라고 했는데, "무너진 사랑탑"을 구성지게 불러대던 우리반 반장이었던 강두철 그도 육군 장교시절 불의의 폭발 사고로 저 세상사람이 되었다. 초등학교 일년 선배인 임정식씨는 최무룡의 외나무다리를 그렇게 좋아하더니만, 그도 초등학교 졸업후 얼마 되지 않아 삶을 마감해야 했다.

내 아버지께서도 지금의 내 나이만큼 사시고 저 세상으로 가셨으니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야속하게만 느껴온다.  그렇다!  슬픈노래는 아마도 슬픈 운명을 만들거라는 생각으로 몸부림치게 한다.

비록 슬픈 트로트 옛노래가 슬픈 운명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트로트 옛노래를 좋아한다.

울어라 키타줄아, 하룻밤 풋사랑은 어린 시절 가설 극장을 떠올리게 한다. 찢어질 듯한 확성기를 타고 흐르던 울어라 키타줄아 그 노래가 들려오는 날은 어김 없이 가설 극장이 설치되고 영화가 상영되기 때문이다. 그 시절 보았던 영화가 그립다. 가는봄 오는봄, 눈내리는 밤 , 마부. 팔도 강산 , 저하늘에도 슬픔이, 등등 더러는 영화주제가도 내 옛생각을 떠올리게 하지만, 흘러간 옛노래와 함께 가설극장이 설치되고 영화가 상영되었기에 더욱 더 그시절을 그립게 한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들으면 내 사춘기 시절이 떠오른다. 내 사춘기 시절 유행하던 노래이기 때문이다. 동백아가씨와 더불어 유행하던 노래 새드무비, 마도로스박은  노래도 잘 못부르는 음치가 고음불가로 목이 터지도록 불러대던 노래가 아니었던가?

유정천리는 머언먼 내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 노래가 유행할 당시는 자유당 시절이었고, 자유당에 꽃이피네 어쩌고 개사를 하여 부르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지금도 나는 트로트 옛노래에 흠뻑 취해있다. 오늘도 왕송호수를 걸으며 왕송호수의 봄바람에 나는 속았노라고 흥얼거리며 걷는다. 그렇다! 금년 봄처럼 그렇게 사람의 애간장을 태운 봄이 또 언제 있었던가?

기독교인인 내가 성가나 찬송가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트로트 옛노래에 흠뻑 빠져들다니, 그래서 나는 세속에 물든 속된 인간이라고 고백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기독교인이다. 하나님! 나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래도 내가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오늘도 흐르는 세월만 큼  서글픈 가락으로 트로트 옛노래가 세월따라 흘러만 가고 있다.

강승택   10-04-04 22:39
저 역시  `외나무다리`애창합니다만 언제 한번 들려드릴 기회있을지 모르겠습니다. 6,25진중가요 `전우야 잘자라` 4절까지 들으면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함께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무명 용사들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흘린 적도 있습니다만 이 모두가 나이 들어가면서 생기는 증상이 아닌가 스스로 진단해 봅니다. 임선생님,우리 서로  마음 꿋꿋이 가지시지요~
임재문   10-04-04 22:51
강승택 선생님 제일 먼저 찾아와 주셨내요 그래도 얼큰하게 취하면 그리운건 트로트 노래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흘러가라 우리는 전진한다 군가 저도 좋아 합니다. 다 흘러간 옛이야기 입니다. 봄이 되면서 더욱 더 그리워지는 것은 내 곁을 떠나간 사람들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정자   10-04-05 11:06
임재문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이미 오래전 떠나가신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만, 저역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던 만큼의 제 연륜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버지가 동백아가씨를 엄청 좋아하실무렵 저도 새드무비를 목청껏 불렀던 추억으로 임선생님글을 읽으며 빙그레 웃음이 났어요.
너무도 재미있게 쓰셨어요. 나이를 들면서 트로트가 좋아지는것도 같은것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임재문   10-04-06 08:10
김정자 이사님 반갑습니다. 트로트 옛노래를 들으면 옛생각이 새록 새록 피어납니다.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던 수많은 인연들 그러나 지금은 혼자 외로움을 느낄 정도로 외소한 인생살이가 되었습니다.세월이 흐르면서 지우개처럼 지워지는 수많은 사연들을 보듬어 안고 살아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진화   10-04-06 23:22
임재문 선생님, 트로트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몇 곡 즐겨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보면서 많이 울었는데 주제가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가 생각나는 봄밤, 좋은 노래 부르며 즐겁게 보내세요. (^_^*
     
임재문   10-04-07 03:51
네에 감사합니다. 저하늘에도 슬픔이 영화 볼때 이윤복 여동생이 구성지게 불러대던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며 군인간 올아버니 소식이 없네 " 어쩌고 하는 노래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어떻든 그렇게 흘러간 옛노래 속에 우리네 인생살이가 숨어 있으니 좋아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노래 좋아합니다.  부르스 곡이거든요. 그래도 트로트가 좋아요.
정동호   10-04-08 12:50
임재문 선생님!
덕분에 잠시 옛노래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서커스며 가설극장 뿐에겟습니까. 시골 콩클대회의 18번들이 모두 그 옛날 토롯트가 아니던가요. 추억을 떠올리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임재문   10-04-08 14:19
정동호 선생님 잘 계시지요. 반갑습니다. 흘러간 옛노래 들으며 산책도 하고 옛생각에 젖어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원명화   10-04-09 22:26
우리의 트롯트 만큼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가사나 음률에 멋과 정이 가득 담겨 있지요. 통기타세대라서인지 양희은이나 패티김 노래들을 좋아했는데, 갈수록 구트롯트가 구수한 게 입맛에 당긴답니다. '전선야곡'은 제가 가장 즐겨부르는 노래인데, 언제 임재문선생님께 들려 드리고 싶네요!!!^^
임재문   10-04-10 08:33
박원명화 전임 사무국장님 ! 전선야곡 꼭 들려주세요. 그 때가 언제쯤일까요? 꼭 듣고 싶습니다. 가랑닢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저의 아버지께서도 군생활하실때 그노래 즐겨 부르셨는가 싶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ㅎㅎ
박영보   10-04-10 22:30
이곳 LA지역에 한국계 Radio 방송이 4개 정도 있습니다. 대부분 팝송이나 고국의 현대 인기 챠트에 올라 있는 노래들을 들려주고 있지만가끔 흘러간 트로트풍의 노래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그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즈음은 귀가 기울여 집니다.
임재문   10-04-10 22:37
박영보 선생님 ! 해외에서 듣는 고향의 트로트야말로 고국과 고향의 옛생각을 떠올리게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트로트의 그 옛노래가 옛생각을 떠올리게 하니까요. 그리고 그곳에서 듣는 트로트 옛 가요는 더 가슴에 와 닿지 않을까 합니다.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임병문   10-04-15 11:08
임재문 선생님,
참으로 정겨운 글입니다. 읽는 사람 모두가 부담 없이 공감하듯 유행가 또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사는 것이 때로는 말이 씨가 되는 수도 있겠고요.
" 유행가란 그 시대상을 가장 진솔하게 표현한 무릇 대중의 역사이다."라고한 어느 음악평론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때문인지, 지나온 세월이 선생님의 글을보며 아련히 떠올라 추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항시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임재문   10-04-16 06:44
임병문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하고 이름이 비슷해서 혼동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저하고 생각도 그렇게 비슷하게 흐르는 듯 합니다. 지나온 세월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트로트 옛노래가 오늘도 심금을 울립니다.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일만성철용   10-06-12 14:24
요즈음은 컴을 배우러 다니는데 몰두해서 홈을 찾지 못했는데 모처럼 임회장님의 글을 보고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구스하고, 진솔한 음악 이야기가 한 시대를 정리한 듯이 정겹습니다.
글 속에 인정 많은 작가의 속삭여 주는 이야기가 무지 무지 재미있네요.
     
임재문   10-06-13 12:37
일만 성철용 선생님 ! 요즘 컴에 몰두 하시니 언젠가는 그 진면목을 보여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흘러간 옛 노래 속에 우리내 인생살이가 녹아 있어 마음 흐뭇하게 합니다. 그래서  흘러간  옛노래를 저도 좋아합니다. 음치라 부르지는 못하지요. 감사합니다. 일만 성철용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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