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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롱박 추억
  글쓴이 : 이방주 날짜 : 18-08-05 11:02     조회 : 589    
조롱박 추억

 

 6시 쯤 주중리에 갔다. 벌써 볕이 뜨겁다.
오늘은 조롱박꽃을 보았다. 야산 비얄에 있는 블루베리 밭에 고라니 침입을 막으려고 쳐놓은 그물 담장에 덩굴을 걸어놓고 다만 몇 송이가 피었다.


박꽃은 초가지붕에 달빛을 받으며 피어야 제 멋이라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 이렇게 피어 있어도 새벽하늘보다 처절하게 하얗다. 하얀 꽃잎 다섯이 다소곳하다. 다섯 꽃잎을 하나로 겹치면 한 잎으로 보일 만큼 크기도 모양도 닮았다. 화심은 연한 노란색이다. 수꽃은 수술을 지니고 암꽃은 암술을 지녔다. 수술은 하나가 불끈 솟았고 암술은 세 쪽이 가운데 갈라진 모습이 똑같다. 수술은 수컷 모양이고, 암술은 암컷 모양이다. 꽃이나 고라니나 닮아 있을 모습이 신비스럽다.

저기 저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에 닿는 순간 암술은 진저리를 한번 치고 꽃 아래 어린 조롱박이 오진 아픔을 겪을 것이다. 아픔을 지낸 조롱박은 날마다 연두색을 더하여 제가 클 만큼 커서 익어갈 것이다.

이미 가루받이를 끝낸 조롱박은 큰 놈이 하나 작은 놈이 하나 여린 덩굴에 매달려 있다. 작은 놈은 잎사귀 뒤에 숨었다. 아침 햇살에 연두색 윤기가 자연 그대로이다. 조롱박은 엄살을 피우지 않고 아무리 볕이 뜨거워도 클 만큼 크고, 아무리 가물어도 제 색깔을 낸다. 자연을 원망하지도 사람을 탓하지도 않는다. 제가 그냥 자연인 걸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조롱박은 요즘은 그냥 액세서리 노릇밖에 못한다. 예전에는 생긴 대로 다 쓰임새가 있었다. 커다란 박은 바가지로, 조롱박은 조롱박으로 씨오쟁이 대신도 되고 간장 종그래기가 되기도 했다. 서리가 내리면 박을 딴다. 익은 박은 톱으로 켜서 박속을 발라내고 가마솥에 삶았다. 삶은 박을 식혀서 달챙이로 껍질을 박박 벗겨내면 노란 바가지가 되었다. 덜 익은 박은 썰어 말려 박고지를 만들거나 박국을 끓여 먹었다. 무국보다 구수하고 호박국보다 옅은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노각을 저며 끓인 노각국보다 더 맑고 깔밋했다. 모내기를 하거나 논매기 두레가 열리는 날 한 마흔 명쯤 되는 일꾼들과 들에서 바가지에 국밥을 나누어 먹던 그림이 눈에 선하다.

 지금은 박을 톱으로 켜서 바가지를 만들어 쓰는 사람도 드물고, 박고지를 반찬으로 먹는 사람도 드물다. 박속을 끓여먹거나 추석 때 탕국으로 박국을 끓여 먹는 집도 드물 것이다. 바로 내 어린 시절로 반세기만 거슬러 올라가면 예사로 알았던 박에 대한 추억이다. 나는 송편 한 잎 베어 물고 박국 한 술 떠먹던 감미로움이 혀의 기억에 배어 아직도 남아 있다.

신라 역사에 ‘사람들은 박을 朴이라 부르는데, 처음에 큰 알이 마치 박과 같았던 까닭에 朴을 성으로 삼았다. [辰人謂瓠爲朴 以初大卵如瓠 故以朴爲姓]'라고 한 것으로 보아 박이 신라 때도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신라 때부터 바가지를 쓰고 박국을 먹은 우리 민족의 생활 문화가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바로 그날까지 계속되다가 없어진 것이 아닌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책임이다. 이제 조롱박이 공예의 재료로 더 고급스러운 예술품이 되어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박꽃은 내가 추억에 잠긴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하얗게 소박함을 더하고 있다. 이제 돌아서자. 한 생명이 태어날 때 비밀이 있듯이 저들이 성장함에도 비밀스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물망에 매달린 조롱박도 아까보다 조금 더 커다래진 느낌이다.

임병식   18-08-05 15:52
작품을 읽으니 전에 초가지붕에 피어있던 박꽃이 많이 생각납니다.
여름밤 마당에 덕석을 펴고 모깃불을 피워놓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올려다본 지붕에는 박꽃이 피어있곤 했지요.
하나, 지금은 그런 흥부의 박은 찾아보기 어렵고 간혹 지자체에서 구경거리로 조성해놓은 조롱박 터널을 보곤 합니다. 아마도 그런 조롱박을 구경하신것 같군요.
박속을 된장과 함께 버물러 먹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이방주   18-08-07 09:31
임병식 선생님
더위에 어찌 지내시는지요?
시골에 가 보면 보이는 것 하나하나에 모두 추억이 담겨 있지요.
그 모든 것이 아른아른 그립기만 합니다.
선생님께서도 저와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계셔서 더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재문   18-08-06 01:42
저도 어릴적에 초가에서 살았기에 초가지붕의 박을 따서 바가지로 쓰고 나물무쳐먹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밤이면 더 하얗게 피어나던 박꽃의 추억이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방주 선생님 !
     
이방주   18-08-07 09:32
달밤에 피어난 박꽃에 대한 추억이 선생님과 저와 같습니다.
그래서 더 반갑고 그 옛날이 그립습니다.
더위에 건강하시고 편안하시길 빕니다.
일만성철용   18-08-25 08:25
都市에서 나서 大處에서 자란 ilman 같은 사람에게 詠物 글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러니 도시에서 나서 아파트에서 자란 우리들의 후세들을 위해서도 이런 글은 더 많이 쓰여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고마와요, 이방주 작가님!
     
이방주   18-08-30 09:47
일만 선생님 건강하시지요?
좋은 말씀해 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청주 근교 시골에서 나서 청주시내에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자전거로 10분만 나가면 농촌 마을을 만납니다.
새벽운동으로 그 마을에 가서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촌놈이라고 늘 불만이었는데 오히려 행운아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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