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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변영희 |
날짜 : 15-07-24 10:16
조회 :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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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게 얼마만입니까?
여고 3학년 때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편지 올리고는 아마도 이번이 두 번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졸업을 6개월 정도 앞두고 친구네 집에 머물면서 일기인지 편지인지 분간할 수 없는 글을 매일 저녁 썼는데, 발송한 것은 고작 한두 통에 불과했습니다. 혹여 공부 안 하고 편지만 쓰고 있다고 걱정하실까 염려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문학의 집 서울에서 ‘숲에서 띄우는 편지’ 를 쓰라고 하네요. 생각해보니 어머니의 숲은 단연코 대청호 언덕의 상수리나무, 소나무, 떡갈나무, 대나무, 아카시나무가 어우러진 대청호 숲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일요일 대전에서 조카결혼식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서울로 돌아가겠다는 동생들을 부추겨 대청호 언덕 부모님 산소에 갔습니다.
차에서 내려 산소를 향해 올라가는데 세상에나! 이게 대체 누구 작품인지요? 온통 산과 나무가 깎여 나가고 대로가 활짝 펼쳐지는 것입니다.
구불구불 이어지던 오솔길, 숲속의 뭇나무와 풀 향기, 다람쥐와 따개비 메뚜기 종자들, 엉겅퀴 산나리 패랭이 붓꽃 할미꽃 등을 연상했지만 웬걸요. 대로는 시뻘건 산 흙으로 우리들의 신발을 빠지게 할뿐, 대청호 숲이 주는 정취니 그윽함이 전에 비해 엉망으로 파괴된 실망스런 풍경이었어요.
어머니와 반포 이모님이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소녀처럼 맑은 웃음을 날리던 산 초입의 나무 그늘도 사라지고,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야만 큰 나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모님과 함께 고사리를 따고 취나물을 캐던 어머니의 모습이 어디선가 잡힐 듯했어요.
‘오! 너희들 왔구나. 거기 좀 앉아 보렴!
꾀꾀꼴 꾀꼴! 꾀꼬리 소리 듣고 있니? 어떠냐? 예쁜 소리지?
대청호 저 물을 바라보려무나. 보기만 해도 땀이 금방 식는 것 같잖니.
숲에서 부는 바람, 가슴이 탁 터지는 듯하구나!
내려갈 때 취나물을 가져가렴! 대청호의 정기를 받아서 향이 좋단다!’
아, 어머니!
저는 분명 어머니의 음성을 들었어요.
대청호의 반짝이는 물결과 산바람, 그리고 먼 숲에서 우짖는 꾀꼬리 소리에 더하여 어머니의 나직한 목소리를 눈과 귀로, 영혼으로 새겼습니다.
외지고 으슥한 산소 가는 길이 대로로 변한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대로를
지나 조금만 더 들어가면 여전히 깊은 숲, 원주 변 씨 일가의 오랜 숲이 펼쳐지는 데요 뭐.
저는 대청호 숲에서 어머니의 음성을 듣습니다.
꿈인 듯 생시인 듯 어머니의 형상을 봅니다.
어머니가 그리울 때 우리는 대청호 숲을 찾을 것입니다.
어머니. 대청호 숲은 어머니의 숲, 우리들의 영원한 숲입니다.
-5월 푸른 날 딸 변문원올림
(변영희/자연사랑 문집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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