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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승택 |
날짜 : 13-11-23 13:46
조회 :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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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벽 한쪽에 사진 한 장. 하루에도 수차례 주방과 거실 사이를 오가면서도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던 액자 속의 사진이 그날따라 궁금했던 것은 웬일인지 모른다. 두 아이의 해맑은 얼굴과 함께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아내의 얼굴이 유난히 청순하다. 연년생 남매가 여덟 살과 일곱 살 때였으니 아내 나이 이제 갓 서른 중반을 넘겼을 무렵이다. 그러고 보니 옆에 앉은 사내도 아직은 풋풋하고 괜찮아 보이는 청년의 모습이다. 신기했다. 우리에게도 이런 때가 있었던가.
도농 간 순환근무 원칙에 따라 4년간의 시골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지금은 없어진 「기린 동산」에서 점심을 먹은 후 식당 앞 잔디밭에 앉아 찍은 사진이다. 그 날 식탁에 오른 음식이라야 몇 가지 일상적인 반찬에다 양념으로 버무린 돼지고기가 전부였지만 우리는 대단한 요리라도 앞에 한 듯 식사 내내 들떠 있었다.
아이들이 어렸던 만큼 부부의 꿈도 작고 소박했다. 열다섯 평 임대 아파트였지만 불편한 줄 몰랐다. 새벽 두세시면 일어나 갈곤 했던 연탄불에 대한 기억도 엊그제 일인 양 눈에 선하다. 잘잘 끓던 아랫목 구들장이 언젠가부터 온기를 잃어 갈 때면 용케도 눈이 떠졌다. 잠을 설쳐가며 일어나 열아홉 개의 구멍을 짝 맞춰 얹는 작업이 때론 귀찮고 괴로워도 지금 생각하니 살아가는 재미요 행복이었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짐은 무슨 까닭인지 모른다. 그만큼 우리네 생활이 팍팍하고 고단한 탓일까. 아니면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세월이 훨씬 짧은 한 인간의 연약함 때문인가.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행복의 크기도 자라는 줄 알았다. 출항을 앞둔 배가 덮쳐올 파고를 예상 못 하듯 순항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사진 속의 아이들이 늘 희망만을 준 것은 아니었다. 암초를 만나 좌초하기도 하고 생각지 않았던 풍랑에 기우뚱거리기도 했다. 삶의 전반이 나 개인의 문제였다면 후반은 아이들 문제로 얽혔다. 단순했던 일상이 엉킨 실타래처럼 풀기 어려운 때도 기본 신뢰감만은 놓지 않았다. 아픔을 안고 사는 이들이 어찌 우리뿐일까. 위만 바라보지 말고 아래도 보자고 스스로 위로했다.
이제 서서히 닻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항구까지 얼마나 많은 풍랑과 시련이 또다시 우리를 기다릴지 몰라도 참고 이겨내야 하리라.
거실 벽 한 쪽에 걸려있는 사진 한 장. 거실과 주방 사이를 수 없이 오가면서도 눈길한 번 제대로 주지 않던 액자 속의 사진 앞에서 문득 생각한다. 잊고 지냈던 그 작은 기억의 편린들이 행복의 순간순간 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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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11-23 1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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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생활을 할 적에 페치카 연탄물 갈기가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후배기수에 경기도에 사는 정사영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결혼을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우스갯말로 하는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집게 이리주세요. 구명맞춘데는 제가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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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11-23 2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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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께서는 저의 글에서 군대시절 페치카 연탄불을 떠올리셨군요.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어도 쉽지않은 작업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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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3-11-23 1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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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래된 한장의 사진 속에 선생님의 세월이, 아니 우리네 삶이 영광과 아픔으로 점철되어있내요. 어쩌면 그 세월 뉘인들 겪었던 아름답고 헛헛한 회한일 겁니다. 분명한 것은 이제 닷을 내릴 때가 아닌 다음 항해를위해 떠날 채비를 서두를 때라는 것입니다. 노련한 여유로, 떠나는 긴장과 흥분을 만끽하며 지금은 떠나야할 때입니다. 人生 2막을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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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11-23 2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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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의 말씀에 용기를 갖게됩니다. 인생 2막을 향해 떠날 차비를 해야겠다는 다부진 각오 말입니다.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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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1-23 1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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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제가 쓴글중에 사진은 항상 좋은 얼굴로 찍으니까
인생이 사진속 만큼만 행복하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적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결론은 사진의 절반만
행복한 때였으면 바랄나위가 없겠다고 했지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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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11-23 2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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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얼굴은 누구나 좋거나 행복한 얼굴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우리의 일상이 늘 그와 함께 편안한 얼굴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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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11-23 20: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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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에 그 사진이 있었으면 좋을까 나쁠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수필가들에게 한 가지 부탁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수필 내용과 관계 있는 사진을 넣으시라고. 수필도 세월과 함께 달라져야 하는데 수필가들이 이를 따라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글과 함께 그림이 있어야 하고 노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모르는 것은 어렵고 알면 쉬운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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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11-23 2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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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현장의 사진과 함께 기행문을 즐겨 쓰시는 일만 선생님, 주신 말씀 감사합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글과 함께 사진, 음악이 곁들여진다면 한결 생동감 있는 수필이 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번연히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함은 무지의 소치이니 어찌 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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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11-24 00: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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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에 얽힌 추억을 잘 감상했습니다. 저도 갑자기 지나온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것을 느낍니다. 수도 없이 많이 옮겨야 했던 지난날들 ! 뛰었다 하면 천리길을 세월속에 묻어야만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강승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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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11-24 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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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감사합니다. 한 평생 살아오면서 누구나 평탄한 길은 없는듯싶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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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3-11-24 0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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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지난 일들을 돌이켜 보면 이제와서는 다 그리운 시절이지요. 고통은 세월과 함께 잊어지고, 좋았던 일들은 오래 남는 모양입니다. 앞으로 남은 날들은 편안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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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11-24 0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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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절의 작은 기억들이 오히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까닭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가평의 마지막 가을이 아름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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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3-11-24 1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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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한 경력에...그만한 세월에...삶의 理致가 훤하게 보일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가면 道人이 따로 없어요.
세상이, 우리의 삶이 손아귀에 들어오는 年輪이 되면...모두가 道士가 됩니다.
이제 강승택 선생님도 세상을 어느정도 초월하고 달관한 道人의 경지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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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11-24 1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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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人의 풍모는 일찍이 윤선생님으로부터 발견한지 오래입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세상의 쓴맛 단맛 겪을만큼 겪었으니 좀더 철든 삶을 살아야할텐데 그렇질못해 걱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윤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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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11-25 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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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글을 읽으니 본인의 추억이 떠 오릅니다.
시골생활 할때 근교에서 연년생 자매가 여덟 살과 일곱 살 나이로 곱게 찍은 사진을 보니 말입니다.
이제 저도 자녀들이 40대가 가까우니 제 자신 늙은이가 아니겠습니까!
당시에 연탄을 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도시가스로 연료가 대체 되어 편리한 생활이지만 몸이 늙으니 인생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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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11-25 1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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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감사합니다. 여수가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늘 좋은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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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3-11-25 14: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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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사진 속 그 나쁜남자가 누구인지요?
그리고 서서히 닻을 내려야 한다니요. 아니 아니 아니 되오.
우리 함께 먼 바다로 다시 츨항할 준비를. 어서 돛을 올려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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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11-25 18: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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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근황이 궁금하군요~계절은 바야흐로 초겨울, 마음마저 움츠러드는 ~늘 화이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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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11-28 0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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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혼시절 13평 아파트에 1층 올라갈 때마다 20원씩 올라가는 연탄값이 아까워서 4층까지 연탄을 등짐으로 져 올리던 생각이 납니다. 그 시절이 오늘 같은 정도의 생활을 할 줄 알았다면 그렇게 힘든 일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닻을 내린다는 말씀은 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현장에서 은퇴하고 새로운 항해를 위해 닻을 들어올리려 준비하는데 안되는 일일까요? 옛날을 돌아보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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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11-28 10: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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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 선생님, 퇴직하신지 3개월 남짓 되셨다지요? 감회가 남다르실텐데 건강관리, 시간관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시는 선생님의 앞날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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