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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진철 |
날짜 : 13-11-21 01:36
조회 :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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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갔다 올테니 집에서 놀고 있으라고 하시는 어머니에게 떼를 써서 따라 나섰다. 어머니가 물건을 흥정하고 계시는 사이에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다가 어머니를 잃어 버렸다. 어머니 같이 생긴 사람을 보고 달려 가보면 아니고 해서 울면서 헤매고 다녔다. 그때도 무척 추운 날씨였는데 얼마나 울어 댔는지 눈물에 얼굴이 얼어 버렸다. 골목을 돌아설 무렵 아이고 이놈의 자식아 하면서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어머니 얼굴이 하얗게 질린 모습이었다. 어머니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어머니는 치마를 걷어 입까지 흘러내린 콧물과 범벅이 된 눈물을 닦아 주셨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부터 가끔 어머니 손을 놓치고 길을 잃고 헤매는 꿈을 꾸었다. 천둥 벼락이 칠 때 귀를 막는 것 보다 훨씬 무서웠다. 제발 꿈이기 만을 바라며 용을 쓰다가 가까스로 눈을 번쩍 뜨고 정말 꿈인 것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딸아이가 다섯 살 때 일이다. 아내로부터 전화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장에서 아이를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아내는 미친 여자처럼 시장 골목을 헤매고 다니는 것 같았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으나 쫒아 갈수도 없고 그 주변 파출소에 연락하여 간곡하게 부탁을 하였다. 부모도 부모지만 아이가 공포에 질려 헤맬 생각을 하니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천행으로 경찰 아저씨가 도와서 아내와 딸이 해후할 수가 있었다. 그 다음부터 아내는 마실 나갈 때면 처제네 집에 맡겨 놓고 다녔다. 딸아이는 엄마가 데리고 나가면 신이 나서 따라 나선다. 그런데 처제네 집골목 입구에 들어서면 자기를 떼어 놓고 가려는 것을 알고 징징댄다고 했다. 아무리 이모 집이라고 해도 엄마를 떨어지는 것이 무서울 수밖에 없는 어린나이기 때문이다. 안 떨어지려고 바둥대는 딸아이는 골목입구부터 처제네 집까지 엄마 손에 끌려가서 맡겨지면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둘째아들 내외를 품고 사는 요즈음 하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며느리가 출산으로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보니 결혼 한지 5년이 되는데도 아직도 대학 4학년이다. 아침 수업이 일찍 시작하는 날에는 십 육 개월 된 손자를 어린이집까지 데려다 주어야 한다. 어떤 날에는 아침 10시경에 데려다 주면 며느리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오면서 찾아오는데 수업이 늦게 끝나는 날에는 찾아오는 일까지 떠맡는다. 아내는 큰 아들네 자식하고 둘째네 손녀까지는 키워 주었으나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선언한바가 있어서 할 수 없이 떠맡게 된 것이다.
이 아이 역시 아침에 유모차에 태우고 나가면 신이 난다. 답답한 방안 공기만 마시다가 신선한 바깥세상의 공기를 마시니 좋은 모양이다. 같은 아파트 단지이기는 하지만 4000여 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라 10분정도는 가야하는 거리에 있다. 테니스장을 거쳐 어린이 놀이터에 이르면 아이는 미끄럼틀이나 그네를 보고 내리고 싶어 몸을 비튼다. 며느리가 어린이집에서 데려 오면서 잠시 아이하고 노는 장소인 것 같다. 모른체하고 경비실을 지나 어린이집을 하는 곳에 이르면 아이가 벌써 눈치를 챈다. 아이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먹거린다. 조그만 손을 뼏어 내손을 움켜잡는데 꼬옥 쥐는 힘이 제법이다.
보모 선생님이 나와서 아이를 들어 안으면 울면서 가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저를 떼어 놓고 가려는 것을 원망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엉거주춤한 태도로 조금 있으면 엄마가 올거야 하고 달래며 돌아서는 마음이 측은하다. 이런 생활도 여름방학이 끝나고 부터였으니까 벌써 두 달째가 되어 간다. 그래도 이제는 떨어뜨리고 올 때 처음처럼 소리를 내며 울지는 않는다. 아쉬워하면서도 체념하는 눈빛으로 보모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손을 흔들기도 한다. 태어난지 1년이 갓 넘어서부터 그렇게 끌려 다니면서 떨어지는 적응을 위해 연습해야 하니 회자정리라는 말이 공연한 말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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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11-21 0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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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을 읽으니 불교에서 말하는 八苦 중에 愛別離苦란 말이 생각납니다. 사랑하는 손자와 헤어지는 아픔을 아침마다 겪으시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저는 7개월 된 손자를 안아주다가 집에 올 시간이 되면 아기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얼굴에 섭섭한 표정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어린아이도 속일 수 없는 핏줄의 질긴 인연을 발견합니다. 며느리가 교사이고 휴직기간이 끝나면 저도 선생님을 따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다 살아가는 재미라고 봅니다. 애처롭지만 그것이 사랑이니까요. 절절한 표현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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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1-21 10: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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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쓰면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결국은 또 신변잡기를 쓰는군 하고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써놓고 보니까 신변잡기도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뽑을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ㅎㅎ 이선생님도 곧 저하고 같은 길을 걸으시게 될것 같아서 우선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애별리고 까지는 못미칠것 같고 작은 애별리고라고나 할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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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11-21 0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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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참 감칠맛나게 쓰셨습니다. 어렸을적에는 엄마가 조금만 안보여도 불안하곤 했지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인생은 결국 떨어지지 연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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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1-21 1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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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의 격려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임선생님은 글을 한편 쓰셔도
연구한 흔적과 사색한 흔적을 느낄수 있는 심오한 글을 쓰셔서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십니다. 그러나 저는 가볍게 건드리고 지나가는 바람같은
부담없는 글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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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11-21 1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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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으로 인하여 휴학과 복학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둘째 며느님의 일상이 매우 힘들어보입니다. 많이 응원하시고 격려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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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1-21 16: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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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은 딸사랑이 끔찍하신것 같습니다.
매우 힘들겠지만 그래도 웃는 얼굴을 잊지 않고
오가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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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11-21 1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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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건물 맨 아래층이 어린이집 입니다. 현관입구에 유모차가 줄을 지어 있습니다. 아침이면 아이를 맡겨놓고 돌아서는 젊은이들을 자주 볼 수 있어요. 또 데리러 오는 부모와 아이가 만나는 광경이 보기 좋아서 일부러 서서 살핍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는 그 사연들을 글로 읽으니 감동이 큽니다. 저는 선생님처럼 감동이 있는 글을 잘 쓰지 못해서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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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1-21 16: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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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혜 선생님은 참으로 학구적인 분이지요.
그리고 평범한 감동 보다는 배움을 일깨워 주는 분이지요.
수필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저는 류인혜 선생님으로부터
느끼고 배운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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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11-22 0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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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들과 며느리가 직장생활을 하는 관계로 손자 손녀를 돌보아야 할때가 많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손자 음악학원에서 돌아오는 손녀 마중나가고, 데려오는 것은
다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도 그런 재미도 없이 산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생각하면
천만 다행이다. 하는 생각으로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진철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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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1-22 0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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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은 교회일로도 바쁘실텐데 대단하세요
손자 손녀와 손에 손잡고 환하게 웃으며
다니실 선앵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기분 좋을때 막걸리라도 한잔 드시고 아이들 손잡고
낙엽도 밟으시면서 노래까지 한곡 뽑으시면 어떨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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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11-22 0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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ㅓ금년 생일 때 우리 손자가 축하 카드를 주던데, 거기 '친할아버지'란 말이 거듭 나오더군요.
아마도며느리가 시집보다 친정을 더 자주 가기 때문에 외할아버지는 '할아버지', 친할아버비는 '친할아버지'라고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손자 손녀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다 보니 남들처럼 손주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거의 없습니다. 서로 우리가 되어 정 작가처럼 고략을 함께 해야 되겠구나 생각하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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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1-22 2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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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뒹굴어야 정이 드는것은 맞는 말인것 같습니다.
아이들 보기가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지만 여러분들 의견이
그 재미라도 있어야 사람 사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체력이 받쳐줘야 재미도 느끼는데 몸이 안좋으면
만사가 귀찮아 지는 것 같습니다. 일만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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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3-11-23 1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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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아주 옛날 생각이 납니다.
내가 다섯 살 땐가, 여섯 살 땐가...어머니(엄마)와 같이 조그만 野山을 넘어
밭에 간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배추와 상추를 듬성듬성 뽑아 밭일을 하실 때 나는 콩밭에서 혼자서 놀았습니다.
한참을 놀다 일어서니 어머니는 나를 깜빡 잊으시고... 뽑은 채소를 이고 벌써 저만치서
가시고 있었습니다.
나는 놀라고 겁이 나서 “엄마야아!” 하면서 울었습니다.
깜짝 놀란 어머니가 쫓아와서 나를 안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미아가 될 뻔한 추억입니다...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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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1-23 1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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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원 선생님은 평생 울지는 않았을것깉은데
어렸을때는 우셨군요~~ㅎㅎㅎ]
저도 어머니하고 어딘가 따라갔다가 어머니 일 보시는 사이
나무그늘 밑에서 깜빡 잠들었는데 어머니가 잊고 가셨다가
다시 찾으러 올때까지 자고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좌우간 추억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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