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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방주 |
날짜 : 13-11-05 23:26
조회 : 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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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나를 찾아왔다. 그를 만나는 날 아침, 왼쪽 새끼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다. 마치 가느다란 침을 가지고 손가락 관절을 찔러 살살 돌리는 것처럼 '찌리릿 찌리릿' 했다. 옷을 입다가 소맷자락이 스치면 절절한 통증은 손가락 끄트머리부터 어깨까지 고압 전기에 감전된 듯했다. 바람만 스쳐도 아파서 견딜 수 없다는 이른바 통풍이다. 이후로부터 그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살았다. 좋든 싫든 함께 가야할 반려자로 삼기로 했다. 달갑지는 않지만 내 삶의 벗이고 동반자이다. 나의 섭생을 동반자에게 물어 정하기로 했다. 일상의 하찮은 일이라도 섭생에 관련되면 즉시 그에게 물어 동의와 명령을 기다려야 한다.
모처럼 불고기가 밥상에 오르면 즉시 동반자에게 물어봐야 한다.
"한우 고기 향기가 이토록 구수한데 몇 점 먹어도 될까요?"
"고소한 기름기는 가급적 피하고 살코기 다섯 점만 먹어 보게. 대신 50분간 땀 흘려 운동하는 건 잊어서는 안 되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타협한다.
"삽겹살에 소주 생각이 간절한데 제발 눈 한번 감아 주시지요."
"그건 곤란한데. 비계의 유혹을 물리친다면 살코기로만 100g 정도는 허락할 수 있지. 소주는 절대 금물이라는 거 알지?"
"소주 없이 어떻게 삼겹살을 먹는단 말이오? 입술에 바르기만 해도 안 되나요?"
"소주는 단 한 방울도 안 돼. 밤새워 운동으로 땀을 낸다고 약속해도 허락할 수 없네."
“닭볶음탕 정도는 허락할 수 있지요?”
“그럼, 그럼 허락할 수 있지. 가슴살로 100g 정도.”
“그러면 나더러 팍팍하고 맛없는 가슴살만 먹으라고요?”
"그렇지. 나와 함께 백년해로를 해야 할 거 아닌가?"
이쯤에서 나는 눈물이 난다. 배고픈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이 눈앞에 보면서 참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 회식인데 한우 꽃등심은 먹어도 될까요? 소주는 쳐다보지도 않을게요."
"그건 절대 안 돼. 자네가 80g만 먹겠다는 것도 못 믿겠고, 등심을 먹으러 가면 분명히 간이나 처녑이 상에 오르거든. 자네는 생간이라면 이성을 잃어버리잖나."
"눈에 좋으니까"
"그렇다면 먹을 만큼 먹어보게. 내일 아침에 내가 발작을 일으킬 테니. 이번에는 새끼발가락에 염증을 일으켜서 한 발 디디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고 말거야. 바람만 불어도 자지러지게 말이야."
"약속할게요. 꽃등심 살코기 80g만으로 만족할게요."
"내 두고 보리다. 그만큼 먹고도 한 시간 이상 운동을 해야 하고, 생수 1리터를 마시는 약속은 잊지 말게."
“언제까지?”
“영원히.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두부도 된장도 콩나물이나 숙주나물도 표고버섯도 시금치도 금지시켜 버릴 거야.”
그날 그의 명령을 어기고 꽃등심으로 배를 채웠다. 포악한 야생동물이 되어 입술에 피 칠을 해가면서 생간을 흡입했다. 참기름소금을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씹히는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금방 눈이 좋아져서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한결 가까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정확히 이틀 후 왼쪽 새끼발가락 주변이 살살 아프기 시작하더니, 하루가 못 지나서 걷기는커녕 발을 옮겨 디딜 수도 없었다. 아내가 치맛자락이라도 스치면 뼈마디에 송곳을 박아 돌리는 것 같았다. 동반자는 철저하게 나를 응징했다. 이렇게 비정한 동반자와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한다.
고등어를 좋아했었다. 무를 넣은 고등어조림이나 잘 숙성된 자반고등어구이는 몇 주를 계속 먹어도 싫증나지 않았다. 꽁치를 좋아했다. 홍합을 고붕으로 올린 홍합짬뽕을 미치도록 좋아했다. 그러나 고등어 꽁치 홍합은 소고기보다 요산 발생률이 열배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금지된 먹거리이다. 그래 맞아. 이제는 입에 대지도 말자. 지금까지 먹어 치운 고등어 꽁치만으로도 다른 사람 열배도 넘으리라. 평생 먹을 것을 이미 다 먹어 치운 거야. 이렇게 자위하며 아예 눈을 돌렸다. 이제는 아예 생각도 없다. 다행이다.
의사는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을 먹어야 한다는 요산 억제제를 먹으란다. 하루 한 알로 제어가 안 되면 하루에 두 알을 먹어야겠지. 나는 약을 먹지 않고 동반자와 타협하면서 함께 사는 길을 택했다. 정말로 열심히 물을 마시고 틈만 나면 걷고 운동하여 땀을 뺀다.
"편식하지 말게. 아니 이제 자네가 싫어했던 음식만을 먹어보게."
"아니 먹고 싶은 걸 못 먹게 하더니 싫은 음식을 먹으라고요? 고기 없는 미역국, 카레라이스, 스파게티, 뭐 이런 걸 먹으란 말입니까?"
"그렇지, 그렇지."
냄새조차 역겨워했던 카레라이스도 이제는 직접 만들어 먹는다. 뷔페식당에 가면 스파게티를 찾는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섭생에 도를 이루었다. 동반자와 타협하고 약속을 잘 지킨 이태 동안은 단 한 번도 형벌을 받지 않았다. 타협의 도를 이룬 것이다. 두 시간을 계속해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글을 써도 마디에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내가 그를 알고 그가 나를 안다. 우리는 서로 묻고 답하면서 함께 도를 닦는다. 이제 거의 도를 이루었다. 사소한 섭생의 일도 묻고 타협하며 도를 깨우쳐가는 동반자이다. 그와 나는 남은 생애를 함께 할 영원한 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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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11-05 2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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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반갑지 않은 도반을 두셨습니다. 그래도 어찌하나요? 못이기는 척 끌려가야만 하는 운명인 것이 분명합니다. 악연도 인연입니다. 그냥 탈탈 털어버리고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도반보다도 더 무서운 운명이라는 도반과 동행하고 있습니다. 그 운명을 거스르는 것은 요지부동입니다. 이제 저도 마음 비우고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방주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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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11-06 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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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마음을 비우고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라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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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11-06 0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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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을 끌어안고 사시는군요. 통품이 손가락 끝에 나타난 것이 의외로군요. 저도 통풍이 있습니다. 상태가 좋지않으면 왼쪽 엄지발가락 옆에 발그레하니 반응이 나타납니다. 새삼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낍니다. 땅콩과 고등어, 육류가 좋지 않다고하니 삼가하시고 음주도 되도록 피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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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11-06 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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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이렇게 실제로 존재하는군요. 발작이 일어나면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관절에 염증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끄트머리가 아픕니다. 고등어 꽁치 홍합 지라 간 같은 내장은 절대 금물입니다. 땅콩 쇠고기 돼지고기 등은 양을 조절합니다. 선생님께서도 건강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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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11-06 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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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통풍이라면 수술을 해서 제거가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군요!
참으로 지독한 동반자입니다. 도 닦는 종교인처럼 자중 자애 옛날의 식습관에서 탈피
무념무상 내 길을 가야할 형편이군요!
운동 잘하시고 맞는 음식 잘 섭생하여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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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11-06 1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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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대사의 이상이니까 평생 함께 지내야 한답니다. 음식 조심을 하면서 운동을 적당히 하면 살아가는데 아무 이상도 없습니다. 다른데는 모두 건강하니 이만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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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11-06 0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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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이라는 고약한 병도 친구하면 다정해지는가 봅니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위로합니다.^^
환자와의 오랜 생활에서 식재료를 그 원래의 성질대로 조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깨닫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먹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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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11-06 1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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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혜 선생님, 고약한 건강 이상을 도반으로 받아들이고 그와 타협하여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저의 욕구와 몸의 용납이 밀고 당기면서 조절하는 것도 하나의 도를 이루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식재료의 성질을 알고 먹으라는 선생님의 충고 감사하게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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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11-07 06: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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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나요? 태어난 재주 아닌 노력으로 쓰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세계입니다. 한 줄을 읽고 나도 모르게 끝까지 읽게 하는 문재가 부럽고 부럽습니다.
개장국 빼고는 무엇이나 잘 먹고 잘 새기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로구나 하며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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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11-08 08: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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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선생님 과찬의 말씀입니다. 저는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많은 공부를 하면서 그렇게 많은 자료를 가지고 좋은 글을 쓰시는 선생님께 무한히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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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3-11-09 0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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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 선생님, 통풍이 심하게 아프다고 들었습니다. 오복 중에 하나인 식복 누리기를 방해하니, 참으로 고약한 도반을 두셨습니다. 근본적인 치료가 안되는 모양입니다. 고생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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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11-10 0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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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절제하면서 섭생을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 녀석을 잘 달래면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식복은 지금까지 너무 누려서 그렇게 되었으니 감수해야지요.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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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자 |
13-11-11 1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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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선생님,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건강하게만 보이는데 그런 동반자가 함께 있었네요. 엄지 발가락 옆에만 통풍이 있는 줄 알았는데 손가락에도 있다는 건 처음 듣네요. 섭생 잘하셔서 잘 극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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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11-13 16: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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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자 선생님, 여기서 뵙네요. 사람들은 큰병이라고 하는데 저는 걱정하지 않아요. 제가 그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조금씩 절제하고 부지런하면 당뇨나 고혈압이 위험한 것과는 달리 아무런 불편없이 살아갈 수 있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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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3-11-13 1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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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참으로 고약한 동반자를 만나셨군요. 일찍이 풍류의 한자락으로 일컬어지던 식도락,
살살 달래고 어루만지며 한세월 더불어 사는 수 밖에요. 그 동반자로하여 좋아지는 건강 또한 덤이겠지요. 항시 건강, 건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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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11-13 16: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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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맞아요. 동반자로 인해 모든 걸 절제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니 건강이 더욱 좋아지네요. 감기나 고혈압 당뇨 같은 것은 걸릴 염려가 없으니 말예요. 좋은 걸 깨우쳐 주셨네요. 도반에게 감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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