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아내의 생일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밥상에 마주 앉은 아내의 얼굴은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주름이 꽤 많았다. 제대로 가꿨더라면 저렇게 상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니 미안하다.

그동안에도 아내의 생일을 맞아 무심히 넘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선물을 해주려고 아무리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하라고 해도, 말씀만이라도 고마우니 그만두라는 말뿐 한사코 거절하는 바람에 번번이 빈손으로 넘어 가고는 했다. 언젠가 화장품을 사가지고 들어갔더니 자기는 필요 없다고 딸아이에게 주는 고집을 보고는 선물하는 것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도 나이 먹어갈 수록 이런 날들을 잘 챙길어야 노후가 편안하다고 하니 장미 한 백송이쭘 해서 꽃다발이나 선사할까, 아냐 그래도 조그만 반지나 목걸이라도 하나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내에게 이번만은 꼭 선물을 하나 해주고 싶으니 사양하지 말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아내는 한동안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그럼 하나 말해도 되요 ? 하는 것이었다. 아내의 변화에 순간적으로 약간 놀랬으나 거절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았다.

아내가 원하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옷 ? 핸드 빽? 가방? 보석? 성격상 사치하는 그런 걸 원할 리가 없겠지, 아마도 자식에게 해줄 무엇이 있는 게 아닐까, 여늬 엄마들처럼 자기 보다는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살아왔으니까 하고 궁금한 마음으로 이런 저런 상상을 하고 있었다.

아내는 좀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게면쩍게 웃었다. 눈 밑에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많아보였다. 저, 목욕탕에오는 수진이 엄마가 그러는데, 요즘 나이 먹은 여자들 눈 밑에 주름 성형하는 게 유행이래요. 나도 그거 하면 안되요? 나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여자로서의 치장을 진즉에 포기한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주문이 나온 것이다. 더군다나 얼마 전 테레비에서 성형 수술 받다가 얼굴에 심한 부작용이 생겨 고생한다는 뉴스를 보고 저런 걸 왜 돈 주고 해서 생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이튿날 아내에게 그 비용이얼마나 되는지 묻고 흔쾌히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고생을 한 주름진 얼굴이 아내의 표상이라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아내도 여자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한방 먹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