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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진철 |
날짜 : 13-10-10 20:45
조회 :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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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야 노올자”, “안 놀아”
“미자야 노올자”, “미자 밥 먹고 숙제해야한다.”
미자 어머니는 못 마땅하신 듯 했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는 나오리라 믿고 자치기를 들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있었다. 겨울 햇살이 워낙 가냘퍼서 아직 햇볕이 남아 있는데도 살을 에일듯이 추웠다. 평소 같으면 저녁 먹을 때 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한명도 보이지를 않았다.
기호도 한식이도 놀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영호야 노올자” 하는데 “그래. 놀자” 하고 영호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 집 대문을 열고 달려 나왔다. 혹시나 하고 불렀지만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응해주는 것이 고마웠고 정말 기뻤다. 영호가 나왔으니까 혼자가 아니었다. 웅크렸던 어깨도 펴지며 춥지가 않았고 둘이 있으니까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도 시리지가 않았다. 장갑도 없이 튼 손으로 새끼 자를 치고받고 한참을 재미있게 놀았다. 새끼 자가 튀어 오를 때 한가운데를 겨누고 사정없이 때렸다. 유리거울 같이 퀭한 들판을 뚫고 쏜살같이 뻗어 나갈 때 느끼는 희열과 상쾌함은 이루 말로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주변이 어둑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꽁꽁 언 나의 두 손을 쓰다듬고 비벼대며 아랫목에 펴둔 이불속으로 집어넣고 녹여주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잠깐 기다려라 "하시며 저녁밥을 차리려 부엌에 들어 가셨다. 그때 밖에서
“솥이나 냄비 떼워요” 하고 땜쟁이 아저씨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는" 여지껏 안갔나" 하시면서 구멍 난 냄비를 찾아서 들고 나가셨다. 땜쟁이 아저씨는 평소에는 해가 있을 때 돌아 다녔는데 사방이 어두워질 때 까지 동네 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것을 보면 손님이 없었던 모양이다. 어머니가 냄비를 갖다 주시고 돌아오자 땜쟁이 아저씨의 외치는 소리가 멎었다. 누군가 기다리던 갈증이 해소 되었나 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누가 솥이나 냄비를 가지고 나오지 않을까 하고 외치다가 어머니가 냄비를 들고 나가자 자기를 기다려 준것 같아 무척 반가웠을 것같다. 끝내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면 해 떨어진 매서운 겨울 날씨가 얼마나 추웠을까 하고 생각하니 어머니의 마음이 한없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조석으로 완연한 가을 날씨다. 무더위에 지쳤던 감성도 슬슬 고개를 쳐든다. 오랜만에 동창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내용은 평범한 사람 사는 이야기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나요?" 누군가 내 글을 재미있게 읽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올린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십 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삭막한 세상이라고 자조를 하지만 아직은 잡문일망정 글을 기다려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참으로 훈훈한 인정을 느끼게 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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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10-10 2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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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동심을 새삼 자극하는 글이네요. 6.25전쟁 직후의 상황이 아련하게 떠올려 집니다. 못먹고 입은 입성은 허술하게 짝이 없었지만 즐겁기만 했지요. 풍경이 그려지는 작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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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0-11 06: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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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또 가을이 왔습니다. 벌써 몇번째 가을인지 철들고 나서부터
가을이 그렇게 좋았는데 이제부터는 슬슬 금새 지나갈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무겁습니다. ㅎㅎ 비슷한 추억을 함깨 공유하며 살았던 추억들을
많이 풀어 놓고 싶은데 잘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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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10-10 2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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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하던 놀이중에 가장 재미 있고, 많이 하던 놀이가 자치기, 구슬치기 딱지 치기,팽이치기, 그렇게 하다보니 정신없이 치기만 하고 놀았던가 봅니다. 납작한 돌을 세워놓고 하는 놀이도 비사치기라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 아련히 유년시절이 떠오릅니다. 감사합니다. 정진철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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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0-11 0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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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비석치기도 잘했던것 같습니다. 비사치기라고도 한것 같습니다
임선생님 말씀듣고 보니 그렇네요. 놀이 이름이 치기가 많은것 같습니다,
그다음이 공기놀이 같이 놀이글자가 많았던것 같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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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10-11 0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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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글을 쓰면서 "이 글을 누가 읽어 줄까" 회의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최근에는이제 그만 접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곰곰이 따져보니 누구 한 사람이라도 내글을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면 붓을 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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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0-11 0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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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 많은 격려를 주는 것 같습니다.
이글도 어머니의 포근한 품이 끝이었는데 마지막 귀절은
욕구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은 그런 댓글에 전혀
신경스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아직 속물이 되어서
누가 보든 안보든이 아니고 댓글에 기분이 좌우대고는 합니다. ㅎㅎㅎ
그러고보니 써놓고 내용이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내리는분이
많은데 어느분은 댓글이 없어 섭섭한 마음에 글을 내리는 경우도
많은것 같습니다. 이 선생님 우리는 이제 한사람이라도 보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용기를 내어 잘 써보도록 노력하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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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10-11 1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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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신이 가 있는 곳이 따로라서 답글 달기를 게을리했더니 의견이 분분합니다.^^
지금도 "누구야 놀자"는 해보고 싶은 일인데, 조숙해서 혼자 책읽기만 했거든요.
요즘 혼자 놀기 심심하면 우리 옆집에 살았던 친구, "옥자야"라고 불러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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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0-11 16: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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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생님이 댓글을 달아주시니 제글이 환하게 빛나보입니다.
류선생님도 어린시절 옥자씨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지내셨겠지요
남자아이들하고는 달리 공기놀이나 고무줄같이 조용한 놀이를 하였을거에요
옥자야 놀자라고는 했더라도 아마 저처럼 온동네 떠나가도록 소리친것이 아니고
조용조용 속삭였을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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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10-11 1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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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생님은 '50년대 제가 놀고 즐겼던 생활을 파노라마처럼 잘 보여주십니다.
과연 이 시대의 얘기꾼이십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다 보면 아련한 추억 속에 빠져듭니다.
자치기, 그슬치기, 딱지 치기, 땅 따먹기 눈에 선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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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0-12 0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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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은 땅이 없었습니다. 땅이 없는 서민의 아들로 태어 났습니다
그래서 모래사장에 나가서도 혼자서는 감당할수 없을정도로 크게
울타리를 치고 아무도 그 땅을 밟지 못하게 했지요. 동네 개구장이가 일부러
그 울타리를 허물려고 하면 두손을 크게 벌려 막았습니다. 그래도 안들으면
죽기살기로 붙잡고 뒹굴다가 결국은 모래 울타리가 다 망가져 버려
허탈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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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3-10-12 2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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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 위해서는 누군가 나와 놀아 줄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평범한 법칙이 자리를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놀 줄을 모르고, 혼자서 놀고, 가상의 누군가와 노는 요즘 세대들이 찬바람 부는 저녁에 땜장이아저씨에게 애써 냄비를 맡기러 나가는 어머니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하니 벌써 가을이 깊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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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0-13 08: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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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우리가 겪어온 이러한 정서를 모르는게
안타깝습니다. 혼자 노는 데 익숙한모습을 비단 pc방에서만
보는게 아니고 특히 전철을 타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심지어는
가정주부들까지 휴대폰을 꺼내놓고 혼자들만의 생활에 빠져
아무하고도 대화를 안하지요. 큰일입니다. 이러다가는 글은 남더라도
입으로 하는 말은 잊어버리지 않을까요?
각자의 울타리만 점점높아져서 온통 세상이 불통세상이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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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10-13 1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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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야 놀자!" "싫어-" 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약쑥이나 찹쌀 떠억-" 하는 소리도 들리구요.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 나게 하는 추억의 글로 깊어 가는 저녁을 맞습니다.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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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0-14 06: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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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써놓고 보니 수십년전으로 되돌아간것 같습니다
조금 다른말이기는 합니다만 제친구가 수십년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는데 요즘 만나면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저도 기억이 되살아 나곤 하거든요.
이 친구는 이민생활에서 어려운일들도 많았을텐데
자기가 이민떠나기전 생활은 마치 어제일처럼 생생히 기억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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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3-10-19 18: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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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과 함께 선생님을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모임때도 한동안 뵐 수없어 궁금했는데, 여전하시군요. 늘 건강하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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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10-20 05: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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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시 반갑습니다. 항시 건강한 모습에 밝은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음번 만나는 기회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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